음반의 주제에 맞는 시원한 분위기를 위해서 관악 파트에는 일본 뮤지션을 썼다고 말했고 기존의 윤종신이 갖고 있던 분위기에서 팥빙수가 파격적이라는 말에 “그게 평소 성격이에요. 가장 자연스런 모습이죠. 사람들에게는 오래전 그날 같은 분위기가 우선 인 것 같아요. 윤종신에게는 슬픈 노래가 어울려 같은... 팥빙수는 꼭 써보고 싶은 노래였어요. 과거의 내 사랑 못난이처럼 파격적이긴 해도 부담스럽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팥빙수가 아니라 왜 해변 Mood Song이 타이틀곡인지에 대해서는 “첫째는 사람들이 안 살 거 같았어요 둘째는 노래만 뜨고 음반은 나가지 않을까봐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마켓팅팀과 의논을 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다. 음반이 분위기만큼 빠르고 즐겁게 진행되기보다는 계절과 연관 있어서 시기를 맞추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고 “수목원에서는 써놓고 워낙 좋아했어요”라고 말했다.
2005년 웹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는 7집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2010년 백비트 김봉현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베스트 앨범을 물었을 때 “9집이다. 제일 창의적인 작품이었다. 수목원에서 같은 곡은 우리나라에서 나만 할 수 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었다. 9집과 10집을 아끼는 편이다. 그리고 음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팥빙수가 그렇게 만만한 노래가 아니다. 이규호가 곡을 호락호락하게 쓰지 않았다. 어렵게 만들었는데 쉽게 들리는 노래가 멋있는 노래다. 굳이 말하자면 10집은 봉현씨 같이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작품인 것 같고, 9집은 실제로 음악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높게 쳐주는 것 같다. 공연을 해보면 9집은 전곡이 어쿠스틱 모양새가 나온다. 10집은 앨범 재킷 촬영도 뉴욕에서 진행한 것처럼 뭐랄까 조금 어반(urban)한 느낌인데 반해 9집은 조금 80년대 느낌도 나고 따뜻한 정서가 있다.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9집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 이유 중의 반은 하림이 만든 Because I Love You에 대한 추억 때문인 거 같다. <동네 한 바퀴>도 괜찮게 들었었는데 친구들이 열광했던 10집은 너에게 간다 빼곤 그닥...
2014082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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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헤어진 연인을 정리하는 심정으로 발표했다는 전작 <헤어진 사람을 위한 지침서>의 지지부진은 진정 어린 자세에 비해 새로움이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된 윤종신의 이별에 대한 예의바른 정한은 이 앨범에서 지겨움 혹은 궁상으로 그 신선도가 떨어졌으며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늘>에서 윤종신이 내보인 카드는 복고라는 측면에서 전작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어쿠스틱으로 양념한 빠른 비트는 이전과 딴판으로 느껴지게 한다. 특히 앨범의 홍보를 전적으로 도맡은 이규호의 팥빙수는 반복되는 가삿말과 소재의 특이함, 재미있는 단어 선택, 경쾌한 리듬 등으로 그의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거기에 여름이라는 계절 감각은 가을과 겨울의 어두운 심상을 한껏 그려냈던 지난 작품들과는 거리를 두게 만들고 있다. 또한 매미소리의 그늘에서부터 스윙과 브라스가 전편을 수놓는 복고풍의 시원한 걸과 해변 무드 송 등 입으로 따라가기 힘든 비트를 쏟아 붓는 10대들의 댄스 음악과는 포착점을 다른 곳에 놓고 있다. 이것은 범국민적 정서에 도전하는 한국판 Surfin' USA다.
이런 외적인 변모에도 불구하고 역시 윤종신의 힘은 발라드에 있다. 바다 이야기, Because I love you, 수목원에서로 이어지는 정통 발라드 3부작은 과거의 성공적인 노선을 떠올리게 하며 기존의 팬들을 안심시킨다. 이것은 비단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촌스러움'과 고색 창연한 향수효과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서정적 결말을 이끄는 가사와 후렴구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멜로디 전개에서 진정한 그 빛을 발한다. 이것이 발라드계에서 그를 빼놓을 수 없게 만드는 표식이다.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홍보용 광고판인 '여름'을 배제하고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한철 장사를 위한 이런 음반은 짧은 기간만을 위해 봉사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크리스마스 노래가 딱 한 달 장사를 하듯 말이다. 그렇지만, 매년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울려 퍼지는 해변으로 가요나 미국 그룹 비치보이스(Beach boys)의 곡들처럼 다시 돌아오는 계절에 환영받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1위를 하더라도 몇 달 후면 잘 기억나지 않는 곡이 많아지는 것은 공급자들에게는 기계적 분업을 따분하게 요구하므로.
윤종신은 이 앨범으로 어떤 변화를 모색한 것일까? 그의 허스키해진 음색은 심오하고 변화무쌍한 곡에도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발라드 이상 가는 장르를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휴식처럼 쉬어 가는 이 앨범이 그에게 던지는 화두가 여기에 있다.
20010809 / 이즘 / 현지운 / rainysunshine@tistory.com
나 괜찮아요 여기 그대 없어도
혼자 걷는 이 기분 아주 그만인걸
늘 그대 인생 푸른 날만 있도록 빌어줄게
나 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수목원에서
커피 한 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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