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안젤라(Angela)는 UCLA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앨범 준비와 국내에서의 활동을 위해 휴학한 상태였다. 국내 음악계와는 고2때 H.O.T.의 미국 가이드를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고 실제로 장우혁과 팝핀 현준이 댄스를 지도했다. 늦기 전에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훤칠한 키에 짧게 깎은 머리가 인상적인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홍보 부족으로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아 완전히 묻히고 말았지만 안젤라의 데뷔 앨범은 당시만 해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던 음반으로 기억한다. 매니아디비에선 캄스트릿(Calmstreet)의 2010년 앨범 <3rd Wave>에 My Name으로 참여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다음은 이즘에 썼던 리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90년대 하반기 양파로 시작된 10대 신인 여가수들의 등장은 1318이라는 10대 또래 문화를 선전하는 수많은 마켓팅 전략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 이는 1999년 미국을 강타한 브릿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돌풍이 가세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사 모델들이 득세하는 형국이다. 2001년 국내 음악 시장에서 뚜렷한 하나의 경향이 되어버린 10대 가수들의 등장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짝 스타들의 대량생산, 숙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이미지 마켓팅만으로 같은 세대를 현혹한다는 의심의 눈초리 속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라디오의 등장 이후로 음악은 마켓팅과 함께 했기에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수만 사장의 예언처럼 어린 세대들은 자신들만으 세계를 가열차게 구축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시장을 겨냥해 뛰고 있는 보아와 몇 몇 가수들의 선전은 10대들이 시장을 쉽게 놓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많은 10대 가수들 중 잘 만든 팝 음반의 느낌을 주는 안젤라의 것은 기분 좋은 보컬톤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통통 튀는 즐거움을 준다. 그것은 우리의 편견대로 젊다는 것이 꼭 투박한 것이거나 불완전한 모형의 전형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말 가사의 전달력은 약간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날라 왔다는 눈에 띄는 타이틀처럼 영어로 노래할 때의 능숙함은 재킷의 노려보는 눈빛처럼 범상치 않다. 늦기 전에에선 전 세계 보이밴드들의 주 종목이 되어버린 R&B 팝 댄스로 유려한 속삭임을 전달하고, 날 속인 너, 미안해, 비와 같은 애상조의 곡들에서는 처지지 않는 탄탄한 중성적 칼라로 기존의 발라드에서 느낄 수 있는 비애감과는 다른 차원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또한 J의 목소리를 느끼게 하는 R&B 발라드 Memory, 그대 앞에선 등은 어제처럼의 성공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멜로디 선을 갖고 있고 미디엄 템포의 Bounce, Island 등 편하면서도 쉽게 귀에 들어오는 곡들이 후반부의 완성도를 뒷받침 해 주고 있다. 마지막 트랙 일기는 '8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독일 밴드 네나(Nena)의 99 Luftballoon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외국의 댄스 음악은 아무런 편견 없이 수용하면서 국내 가수들이 만들어 내는 댄스 음악에 대한 마니아들의 비타협적 태도는 그간 댄스 음악이 누려온 승자 독식의 완전한 주도권과 우리 음악 발전에 발목을 잡는 립싱크에 관한 제반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거기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는 음악을 신성시하는 수용자들의 측면에선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음악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우혁이 안무를 맡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최고의 작곡가 퍼지(Fuzzy)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패션 디자이너 하용수가 코디를 맡았다는 홍보용 수식어들의 면면을 살피기 전에, 모든 선입견을 내려놓고 이 음반을 접하길 바란다. 그러면 분명 뛰어난 신인 가수 한 명을 얻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이수만 SM 사장은 당시 "앞으로는 13-18을 넘어 특정한 나이(13이나 14) 때의 세대로까지 분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202 / 20151206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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