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을 중산층의 허위의식으로 잣대를 삼고 그 속에서 자본주의의 이념을 막장과 기억의 단절 속에서 재생산하는 이 시대의 드라마들은 더 이상 이런 하루살이를 주제화하거나 최소한 소재화 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시청자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는 현실의 괴로움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판타지 소설과 시공간을 초월한 게임의 환영 속에 녹여내는데 익숙하다. 그러니 “말단 잡부로 시다바리” 인생을 사는 “오늘 내일 없는 하루살이”같은 인생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런 것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루시드폴이 <레 미제라블>에서 보여주는 관조 따윈 없다. 관조란 제3자의 해석일 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직선의 섬광처럼 자신들의 일상을 내 보일 뿐이다. 동화될 사람은 되고 싫으면 TV의 채널 돌리듯 스킵하면 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흡인력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그래서 이들을 외면할 순 있어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거의 모든 노래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인 “술”과 “밤”을 외면할 수 있는 청중들이 어디 있겠는가.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몸 성한 곳 없이 말단 잡부”의 하루를 살며 술과 밤의 위로를 기다리는 투명인간들이 아니던가. 감각을 둔화시키는 물질을 들이키는 순간 그 누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사고”칠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고 믿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렇지만 메인스트림이 주는 세련된 메타포와 절제된 목소리, 환상의 마스터링으로 우리의 심금을 파고드는 노래들에 귀를 단련시키고 있는 작금에, 이들이 만든 곡들은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어설프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돌아와 줘의 그 사춘기적 감성과 “지금 당장 전화” 받으라는 Honey의 통속화된 은유는 손발이 오그라들지 말지를 망설이게 한다. 목소리에 스며있는 진정성, 진실됨과는 별개로 말이다.
또한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가 얼마나 정확한 음정에 치중하는 가에 무게를 싣는 이때 김영생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걸 주장한다. Honey를 끝까지 들어보라. 도저히 마스터링으로도 보정할 수 없는 토로와 절규는 음정과 분리할 수 없다. 기존에 우리가 들어왔던 카사노바들의 달콤한 유혹이 넘실대는 세레나데와 달리 원초적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이 구애의 노래는 너무도 투박하다 못해 순진하게까지 느껴진다. 음 이탈에도 아랑곳 않는 이 펑크적 정신의 산물은 매끈한 음악들이 한 치의 오류 없이 우리의 감성을 디지털화하는 시대에 대한 역행일까?
이들이 너바나(Nirvana)를 연상시키건, 이들에게서 개러지 밴드들의 패기 어린 조잡함을 느끼던 간에, 음반만으로 만난다면 한 번만 듣고 접기 쉽상이다. 물론 프롬 미나 나비, 돌아와 줘가 주는 의외의 내면적 고백을 좋아라 할 수도 있지만 그걸로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관찰하는 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공연장에서 이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여타의 밴드들에게서 볼 수 없는 그 마초적인 매력이 당신을 휘어잡을 것이다. 그리고 가사를 조금 더 구체화하고 그에 어울리는 기발한 리프를 개발한다면 정말 제대로 한 번 “사고 칠” 그룹이란 걸 직감할 것이다.
20120504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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