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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4

TOY 1집 - 토이 (하나뮤직) / 1994

by Rainysunshine 2021.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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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가장 먼저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가수는 조규찬이지만 이 대회 출신이라는 지명도와 광범위한 진지 구축은 유희열로부터 시작했다. 댄스 음악의 한복판에서 홀연히 등장해 선전한 이 앨범은 같은 대회 선배 조규찬의 보컬이 겨울 내내 라디오를 뒤흔들었던 내 마음 속에로 주류에 잽을 던지는 한편, TV에서 자취를 감춰야 했던 비댄스 가수들이나 비댄스 분과로 자신의 DNA를 실현한 신인들의 터를 격려했다. 어쩌면 이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름 중요한 말이다. 이 프로젝트팀의 후속작들로 인해 그 말이 두말할 나위 없이 실현되었으므로.   

 

엔지니어 윤정오와 음악 감독 유희열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나 후에 결성되는 루시드 폴(Lucid Fall)과 같이 엔지니어와 음악 감독의 분배로 팀을 만들었다. 유희열 김장훈이 예능에서 풀어놓은 유희열 노예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팀을 만들고 자기만의 앨범을 만드는 게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벅찬 감동이 거짓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도래하지 않을 미래의 타임머신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므로. 그럼에도 안타깝지만 그 꿈은 잠시 접어야 했다. 윤정오는 제작 도중 유학을 떠났고 유희열도 군대를 가야 했다. 

 

그래서 후반 작업은 유희열이 휴가를 나왔을 때 마무리가 됐다. 유희열은 윤정오2곡을 제외한 전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환상의 가성을 보여주는 (지금 들으면 다른 사람 같다) 바보 같이 나는 햇빛 비추는 날이란 곡에서는 보컬을, 내 마음 속에에서는 그룹 공일오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슬로우 랩 스타일을 시도했다. 프로듀서는 단연코 유희열의 음악적 근원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명장 조동익이 맡았고 조규찬, 장필순 등의 객원 가수들,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세션들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선율을 만들었다. 

 

품격 있는 스케일 진행과 각 곡에서 고루 색다르게 펼쳐지는 악기들의 향연,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가득 한 가사들. 이후 토이의 전형적인 진행이 되었지만 당시엔 새로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축을 잡아주는 인스트루멘탈은 당시 유행하던 GRP 스타일 퓨전의 향취에 함몰된 느낌이었다. 분명 느낌이라고 했다. 이 방향은 앞으로 유희열의 확고한 스타일이 되어 미래를 비춘다. 그렇지만 당시에 이 음악들은 다장조를 사용하지 않고 화성을 강조한 김현철의 곡들 같았다. 그래서 난해함이라 표현할 수도 있는, 대중성과는 먼 음악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나마 시장성의 한 면을 보여준 것은 타이틀 곡 외에 햇빛 비추는 날이다. 아마도 제작자였다면 (하나음악에 그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 계실지 만무하지만) 김장훈의 데뷔 앨범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 곡에 이르러서야 겨우 짧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어떤날의 아우라와 팻 메시니(Pat Metheny)의 전개에 상당히 빚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했다. 최악의 경우는 외국의 트렌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인류란 누군가를 모방해야 발전하는 것이다. 과거 너무나도 엄격해서 누구나 단두대에 올려야 했던 하이텔 시절의 그 잣대가 지금 많이 느슨해진 건, 그걸 인정해가는 과정이라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다행하게도, 혹은 적어도 유희열의 백지와도 같은 초급 시절의 스케치북 속에서 스타일리스트의 흔적을 포착할 수 있다. <A Night In Seoul>에 닿기까지 쉼없이 성장한 그 미세한 줄기를. 

  

20210228 / 20011207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늘이 자꾸만 낮아지는 날

다 지나버린 날들뿐 

그렇게 모두 다 사랑해 봤지만

우리들 이렇게 붙잡을 순 없어 

힘들게 힘들게 울음을 참지만

네 앞에서 참지 못한 건 

우리들 함께 지내오던 날들이

내겐 가장 그립고 소중하기 때문야 

햇빛 비추는 날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젠지 모르는 그 날들을 또 기다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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