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없는 책은 루시드폴(Lucidfall, 조윤석)이 2019년 발표한 9번째 스튜디오 앨범 <너와 나>에 수록한 곡이다.
루시드폴이 작사,작곡, 편곡을 맡았다. 반려견 보현에 대한 생각을 노래로 만들었다. 홍보글에서 "인간에게 반려견은 한 권의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함께 보낸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있지만 정작 페이지를 열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는 너, 라는 말이 슬프고 아련하다. 하지만 내내 깔리는 부드러운 스트링 선율은 마치 보현의 판토마임처럼 가수와 함께 노래하며 우리를 위무한다. 우리는 같이 했던 기억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432Hz(고전주의 음악들의 소리라 해서 베르디 튜닝이라 부른다. 현대는 440Hz를 기준으로 한다)로 낮춰서 튜닝한 연주는 곡의 온도를 사람의 체온에 가깝게 끌어내림으로써 마음에 따스하게 와 닿는다."
루시드폴은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현과 저는 오랜 시간을 함께 살고 있어요. 우리의 나눈 추억은 상당히 많죠. 그 추억이 노래가 되기도 책이 되기도 하지만, 보현은 정작 읽을 수 없는 책이에요. 이 곡은 가사를 정말 빨리 썼어요. 10분인가? 1시간인가? 체감상으로는 10분만에 쓴 것 같아요. 예전에에도 그렇게 쓴 곡들이 있거든요. 어떤 과정에서 썼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써지는 곡들이 있어요"라고 말했고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는 "보현이 아닌 다른 강아지를 입양했다면 어땠을까요? 나는 똑같이 사랑했을 거예요. 그럼 개와 인간은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랑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랑할까. 솔직히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다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느낌을 받곤 해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하이레벨의 사랑이랄까요? 누구나 사랑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어서 반려동물과 사는 것 같아요.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랑. 이 곡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누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먹었는데 맛있고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했을 때와 비슷한 노래예요. 제가 보현에게 혹은 우리에게 느끼는 마음을 가장 잘 녹인 노래죠”라고 말했다.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올 한 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보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보현은 지금 왜 이럴까' 같은 생각을 치열하게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어차피 보현은 '읽을 수 없는 책'이지만요. 그 덕분에 앞으로 조금은 더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게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얻게 된 것 중 하나죠. 아마 반려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사, 그리고 앨범과 함께 선보이는 에세이 속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은 어떤 면에서는 잘 모르는 세상일 수도 있는데, 크게 봤을 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함께 이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존재간의 예의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같은 것들이었어요. 요즘 굉장히 갈등이 많고,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를 쉽게 하는데, 어떻게 보면 반려 동물 역시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교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다른데서 이 곡을 10분 만에 썼다고 했는데요, 그건 아니고(웃음) 다만 순간적으로 쓰게 된 곡이라서 정확하게 과정은 기억이 안 나지만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구절은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처음 들은 건 제가 유학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저를 스웨덴에서 스위스의 연구실로 스카우트 했던 박사님이 계셨어요. 굉장히 좋은 사람이지만 속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박사님하고 오래 있었던 친구에게, 그 분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그 사람은 네가 읽을 수 없는 책이야'라고 했는데, 왠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말이 뭔가 마음에 남았나 봐요. 내가 읽을 수 없는 책 같은 존재, 그런 사람. 그 말이 보현과 만났던 것 같아요. 그 박사님은 열어볼 수 없는 책, 손이 닿지 않아서 읽을 수 없는 책에 가까웠다면, 보현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독할 수 없는 책이죠. 책을 펼쳤는데 전혀 알 수 없는 글자로 씌어져 있는 책, 가끔 한 페이지에 한 두 글자 겨우 알 수 있는 단어가 있는 책. 그래서 읽을 수 없거나, 읽으려 하지 않았거나, 내가 생각한대로만 읽으려고 한 책. 하지만 책을 펼치면 뭔가 향기가 나고, 뜻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괜히 슬퍼질 때가 있고 괜히 기뻐질 때가 있고 이유없이 3년 전 기억이 떠오르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20210811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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