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은 넥스트(N.EX.T)가 1992년 발표한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에 수록한 곡으로 Overture - The Shell - The Joy For The Destruction의 3악장으로 되어 있다. 신해철이 키보드와 리듬 기타, 이동규가 베이스, 임창수가 리드 기타, 이수용이 드럼, 정기송이 리듬 기타를 쳤고 신해철이 리드 보컬을 맡고 이동규와 임창수, 이수용이 백업 보컬에 참여했다. 가제는 '차력사의 애정행각' 이였다.
앨범 속지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편집자 이성행의 글은 다음과 같다. “무려 10분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헤비메탈 심포니 Destruction Of The Shell. 헤비한 기타와 화려한 신디사이저의 경쟁, 4/4, 8/11 등 박자와 속도의 빈번한 교체, 위압적인 코러스, 10분간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신해철의 보컬로서, 후렴부와 중간의 슬로우 파트에서... 초 고역대의 메탈 보이스를 매우 능숙하게 질러대고 있다. 가장 낮은음과 높은 음은 4옥타브에 육박한다. 국내 헤비메탈의 단점인 가사의 치졸함 이외에도 여러 음악적 한계점을 한 번에 일소한 기분 좋은 역작이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맘이야와 더불어 철학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다. 이 곡을 처음 들을 때까지만 해도 많이 거만해서 껍질을 깨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Demian>)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라는 구절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껍질은 깼는지 몰라도 겨우 부리를 내밀었을 정도였고 아주 오랫동안 껍질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가 살아가면서 때로는 오히려 새롭고 얇은 껍질이 새로 돋아나기도 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에겐 두 개의 껍질이 있었는데 하나는 ‘남이 정해준 행복을 사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인 ‘소득, 외모, 학력 등으로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두 번째 것은 경험을 통해 완전히 부서질 수 있는 것이었던 것 같은데 첫 번째 것은 참으로 단단해서 아주 오래갔던 것 같다. 남의 시선이나 ‘타자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느끼고 겉으로는 그런 척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러지 못했던 경우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렇게 늦게나마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지도 모르겠다.
새가 알을 깰 때 본인이 직접 깨는 것이지 어미가 도와줄 수 없다는 시선은 당연하고 옳지만 새가 알을 깨도록 보살피고 격려하고 축적된 경험을 공유하면서 방향을 설정해 주는 주위의 도움 역시 절대적이라는 생각이다.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테고 쉽게 깰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한참을 돌아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못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살 수 있어”라고 말하는 소통 따윈 안중에도 없는 부모나 선생님의 교육방식도 있어서 더 두꺼운 껍질을 발라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이 곡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1979년 발표한 <The Wall>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같은 곡과 비교되었던 것 같다.
신해철이 MBC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자신의 베스트 중 한 곡으로 뽑으면서 한 말을 인터뷰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집과 비교해서 그룹다운 음악인 것 같다
“저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고 음악을 하고 싶었던 사람 이였는데 그 중에서도 솔로가 아니라 꼭 밴드의 일원으로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그건 권투처럼 혼자 싸워서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보다는 야구나 축구처럼 위대한 구단의 일원으로서 뚜렷한 동료의식을 느끼며 챔피언 우승 반지를 낀다는 로망스 같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솔로보다는 그룹이 아무래도 의미가 클 수밖에 없는 거죠.”
아트록과 헤비메탈이 섞여 있는데?
“그룹이 하는 음악들 중에서도 저에게는 록, 그 중에서도 헤비메탈 이였어요. 굳이 아이들이 헤비메탈에 심취하는 이유를 든다면 자아가 성장하고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남성성이 나타나고 마음도 폭발을 할 때 아이들에게 모자란 권력과 힘을 헤비메탈이 강조하는 측면이 큰 것 같아요. 학문적으로는 전기 기타라는 것이 남자들이 지배하는 록의 세계에서 중요한 악기인 이유가 남성성기의 확장으로서 남성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요."
이 곡에서 상당한 고음을 내는데?
“헤비메탈의 (보컬)을 하고 싶었지만 난처하게도 제가 헤비메탈을 듣던 시기에는 고음이 삐약삐약 올라가야만 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저는 전교에서 목소리가 가장 낮은 아이 중의 한명이었죠. 그래서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저에게 최선은 음악을 하면서 사는 거였고 차선은 직접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엔지니어가 돼서 음향 엔지니어가 되어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하자, 그것도 안 되면 DJ가 돼서 남이 만든 음악을 내 관점으로 들려주자는 식으로 차선들을 정했어요. 저는 지금 다 하게 돼서 정말 운이 좋은 편이죠. 그래서 모니터 위에 발을 올리고 양 미간을 찌푸리면서 찢어지게 고음을 올리는 그 헤비메탈 싱어 정도라면 내가 한 번 해볼만하다고 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난 그냥 기타리스트가 돼서 밴드의 리더가 되고 싶지 보컬은 영 관심 없다라고 생각했다가 친구들하고 했던 밴드가 해산되니까 어쩔 수 없이 노래를 해야 되니까 헤비메탈 싱어가 아니라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차선으로 생각한 것들을 다 달성하고 1번을 못한 걸 택하실래요? 아니면 1번만 하고 나머지는 다 못하는 걸 택하실래요? 인생에서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생기긴 힘들지만 저한테는 이 곡이 ‘포기하고 차선의 차선으로 주변에만 머물러 있어도 감사 할게요’라고 하면서 그냥 멀리 멀리 포기하다시피 밀어 보냈던 꿈, 남들이 뭐 그것을 대단한 것으로 치든 말든 간에요. 내 입장에서는 산 넘고 물 넘고 바다건너서 모터보트 타고가다 기름 떨어져.. 뭐 그런 끝에 염원하던 지역에 도달한 것 같아요. 청소년시절부터 가졌던 소중한 꿈, 남들이 유치한 꿈이라고 뭐라고 말하건 말예요. 이게 저의 도달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공연 때 자주하기는 힘들 텐데?
“저 같은 경우는 테너가 아니라 바리톤이라서 이 정도의 고음을 낸다는 것은 콘트라베이스로 바이올린 영역으로 가는 것, 타고난 것을 제치고 억지로 점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콘서트를 며칠 하고 나면 두개골의 압력이 상승해서 눈의 실핏줄이 터져요. 그리고 장기간의 공연이 끝나고 잘 때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거의 잠을 못자죠. 그렇지만 ‘머리 아프니까 이렇게 노래 하지말까?’라고 그러면 ‘아니야, 한다’ 그러죠. (웃음) 충분히 가치가 있는 대가를 치루는 거니까요.”
당시 팬들의 반응은?
“지금도 팬들에게는 고마움을 느껴요. 보컬에 무관심한 건지, 해도 안 되는 건지 한계점이라는 것이 보이던 그런 친구가 공백기 끝에 앨범을 냈는데 첫 곡이 남자아이들의 자아를 무한정 확장시킨 것 같은 직진 헤비메탈에, 음악은 느닷없이 바뀌지, 그 아이는 후렴구에서 고음으로 점프하지... (이런 내 모습을) 팬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어요. 그래서 뭔가 정해진 한계점을 뚫고 나가는 것을 제 입장 쪽에서 같이 공감해 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껍질의 파괴라는 게 자기의 한계를 부수고 박차고 나가는 건데 저 같은 경우에는 고음 안 되던 애가 고음 가수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지니는, 그런 포인트가 우습게 맞은 곡이예요.”
20141112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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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정해놓은 길을 선생님 가르치는 대로 친구들과 경쟁하며 걷는다
각본대로 짜여있는 뻔한 인생의 결론 향해 생각 없이 발걸음만 옮긴다
세상은 날 길들이려 하네 이제는 묻는다 왜
Fight! b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대로 살아야 하는 가
Fight! be free! the revolution of the mind 껍질 속에 나를 숨기고
Fight! fight! be free!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다른 선택의 기회는 없는 가
끝없이 줄지어 걷는 무표정한 인간들 속에 나도 일부일 수밖에 없는 가
세상은 날 길들이려 하네 이제는 묻는다 왜
Fight! b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대로 살아야 하는 가
Fight! be free! the revolution of the mind 껍질 속에 나를
Fight!
몸부림치면 칠수록 언제나 그 자리일 뿐, 뛰어도 돌아도 더 큰 원을 그릴 뿐
세상의 모든 고통과 좌절과 분노를 내게 다오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을 함께하고 고독의 늪에서 해매이게 하라
그럼으로써 내가 세상에 온 이유를 알게 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가기전에 내가 누구인지 말하게 하라
Fight! b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대로 살아야 하는 가
Fight! be free! the revolution of the mind 껍질 속에 나를 숨기고
Fight! fight!
언젠가 내 마음이 빛을 가득안고 영원을 날리라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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