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초창기부터 활동을 도왔던 매니저와 불화를 겪으면서 테리를 대신할 인물로 도니 다쿠스(Donnie Dacus)를 맞아들이고 전면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앨범 작업에 임한다. 처음으로 멤버들의 얼굴이 나온 재킷을 도안했으며 제목도 숫자가 아닌 <Hot Streets>란 타이틀을 내세운다. 이것이 그들의 열두 번째 앨범이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발표한 Alive Again(#14)와 No Tell Lover(#14)는 유일하게 톱 텐 싱글을 내지 못했던 3집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진입에 실패했고 앨범도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거기에 <13>과 <XIV>는 아예 톱 40 히트 곡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들의 인기가 한물갔다고 판단한 당시 소속사 콜롬비아는 앞서 계약을 끝내고 한 장 남은 계약상의 앨범은 히트곡집으로 때우고 이들을 방출했다. 할 수 없이 다른 음반사를 알아봐야 했지만 한 회사가 혼 섹션을 제거하면 계약에 임할 것을 주장해 자존심에도 깊은 상처를 받는다. VH1의 <Behind The Music: Chicago>에서 제임스 팬코우(James Pankow)는 당시 멤버들의 심정은 “엘튼 존(Elton John)에게서 피아노를 빼앗는 것과 같은 것 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워너 브러더스 산하의 풀 문과 계약한 이들은 기타와 키보드를 다룰 줄 알고 보컬에도 참여할 수 있는 빌 챔플린(Bill Champlin), 기타리스트 크리스 피닉(Chris Pinnick)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프로듀서로 같은 재즈 록 계열의 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에게 After Love Has Gone을 작곡해 준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를 지명하면서 돌파구를 찾는다.
데이빗은 멤버들의 실연 위주보다는 신디사이저를 통한 작업으로 음악을 대중화하는 데 힘쓴다. 그는 그룹 토토(Toto)의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 같은 기타리스트를 기용하여 음악을 현대화하고 그룹 내의 보컬 경쟁에서 점점 주도권을 쥐어 나가던 피터 세트라(Peter Cetera)와 찰떡궁합이 되어 뛰어난 발라드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곡이 Hard To Say I’m Sorry다. 차트 정상에 올라 이들의 두 번째 1위곡이 된 이 곡은 향후 데이빗 스타일의 사운드를 여는 청사진 같은 곡이 된다. 후속곡 Love Me Tomorrow(#22)도 순위는 비교적 낮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데이빗 스타일의 음악이 세상에 인지되는 순간을 열었다. <16>은 3백만 장이 팔리며 다시 시카고의 인기전선에 불을 놓았고, 데이빗은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음악시장에 잠재된 폭발적인 수요를 흔든다. 그는 작곡가, 프로듀서, 편곡자, 연주자, 프로그래머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수놓게 되고 우리나라의 가수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큰 영향을 끼친다.
싱글로 발표되지 않은 <16>의 많은 곡들처럼 이들의 근간은 여전히 혼 섹션에 바탕을 둔 재즈 록 스타일이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드럼으로 시작하는 첫 싱글 Stay The Night(#16)의 강한 록 성향의 편곡, 그리고 피터의 샤우트 창법은 기존의 시카고 음악과는 완전한 차별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헤비메탈의 시대에 맞게 강한 기타 필링으로 곳곳을 채웠으며, 그간 공연하는 장면만으로 만들었던 뮤직비디오에서도 벗어나 MTV 시대에 맞게 드라마타이즈의 뮤직 비디오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차트에 진입해 마니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Along Comes A Woman(#14)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풍의 스토리로 Stay The Night과 더불어 MTV에서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앨범은 4위까지 오르며 지금까지 7백만 장 이상이 팔려 멤버들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호사다마의 기운이 팝 발라드에 적합한 테너 보컬을 빼앗아갔다. 작곡과 보컬에 물이 오른 피터가 개인의 음반 작업을 위해 팀을 떠나고 만 것이다.
데이빗은 Hard Habit To Break으로 그래미에서 프로듀서상(공동)과 보컬이 포함된 편곡상을 받았다. 이 앨범은 레코딩 엔지니어 상을 받았고 시카고는 어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최우수 그룹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데이빗은 1985년 <We Are The World>에 캐나다 대표 음악인들 모임인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함께 앨범에 참여한 시카고에게 Good For Nothing이란 곡을 리차드 막스(Richard Marx)와 함께 만들어 주었고 이후 시카고의 <18>에도 참여해 Will You Still Love Me(#3)가 히트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피터와의 우정도 계속해서 이어가 그의 솔로 앨범 <Solitude/Solitaire>에 참여해 Glory Of Love가 1위에 오르는데도 기여했다.
이 앨범에는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Please Hold On의 작곡가로, 그리고 도니 오스몬드(Donny Osmond)와 리차드가 We Can’t Stop The Hurtin’에 백 보컬로 참여했다. 피터가 보컬로 참여한 노래들 중 후렴구에 오버더빙을 통해 하이 톤으로 보컬을 뒷받침하는 가수는 피터의 동생인 케니 세트라(Kenny Cetera)다.
2012 다음뮤직 / 20151025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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