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포크 음악의 최고(最古) 위치를 차지하는 이 앨범의 의의는 '60년대 후반까지 우리 대중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던 트로트계열의 일탈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신중현사단의 록음악들과 더불어 포크라는 신조류는 젊은층과 아직 귀가 굳지 않은 십대들에게 음악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통기타가 받침 해 주며 아름다운 화음을 주도하는 이들의 음악은 누구나 기타를 만지고 싶게 했으며 약간의 코드라도 만질 수 있는 사람이면 아무나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부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즉 이들의 등장은 아직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지 못했던 십대들에게 꿈과 낭만의 대리자로 위임되었으며 대학에 들어간 고민 많은 청춘들에겐 '90년대 후반의 힙합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허무와 절망,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등을 표출할 수 있었던 좋은 무기를 제공한 것 이였다. 이들의 등장 이후 포크는 장족의 발전을 하여 뜨와 에 무와, 라나에 로스포, 현경과 영애, 박인희 등의 서정성과 김민기와 양희은, 한대수, 서유석, 이정선 등으로 이어지는 반골과 허무, 실험 등으로 절정의 창작력이 빛을 발하게 되고 주류에서도 은희, 어니언스, 4월과 5월, 김정호 등과 같은 인기 스타를 배출하며 젊은 목소리가 힘을 얻는 시대를 연다.
이 앨범에 수록된 유명한 외국의 곡들은 송창식의 걸죽함이 살짝 배어든 맑고 시원한 음색, 윤형주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원조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으며 원곡에 비해 전혀 손색없이 가공 처리되었다. 거기에 이제껏 들을 수 없었던 고운 하모니는 그때까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기성세대의 막연한 한(恨)이란 이름의 애상적이고 절망적인 우울한 장막을 걷어내게 했다. 이 화음으로 우리의 청춘들은 비로소 일본 강점기와 한국 전쟁으로 피폐했던 어른들의 코트 속에서 나올 수 있었으며 젊은이다운 생기를 얻을 수 있었다.
전부 번안곡이란 이유로 이 앨범의 가치를 하락시키기에는 시대에 따른 역할이 너무나 크다. 특히 '90년대 말에 불어닥친 리메이크의 열풍과 비교하여 그 시대가 지닌 순수함을 직시한다면.
01. 축제의 노래 (Aria di festa) - Milva
02. 행복한 아침 (Early in the morning) - Cliff Richard
03. 에델바이스 (Edelweiss) - 스위스 민요
04. 낙엽 (Let it be me) - Everly Brothers
05. 슬픈 운명 (Ace of sorrow) - Brown and Dana
06. 회상의 노래 (Battle hymn of the republic) - Tennessee Ernie Ford
07. 고별 (Massachusetts) - Bee Gees
08. 웨딩 케잌 (Wedding Cake) - Connie Francis
09. 하얀 손수건 (Me T'Aspro mou mantili) - Nana Mouskouri
10. 더욱 사랑합니다 (Lo mucho que te quiero) - Rene & Rene
11. 사랑의 기쁨 (Plaisir D'Amour) - Nana Mouskouri
12. 내 사랑 어디로 (Somewhere my love) - Franck Pourcel
20020312 / 20111128 웹진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2015/11/21 - [대한민국] - 송창식 19470202
'1970s > 1973'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Like You – Donovan / 1973 (0) | 2018.02.25 |
---|---|
And I Love You So - Perry Como / 1973 (0) | 2018.02.24 |
Eres Tú – Mocedades / 1973 (0) | 2017.12.05 |
Let Me Be There - Olivia Newton-John ft Mike Sammes / 1973 (0) | 2017.09.02 |
그건 너 - 이장희 / 1973 (0) | 2016.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