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는 신해철이 1990년 발표한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원래는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야란 제목으로 아기천사란 팀에 의해 1988년 강변가요제에 출품되었던 곡이다. 당시 신해철은 아기천사의 요청으로 함께 강변가요제에 참여한 바가 있는데 라디오로 방송되는 24팀에는 올랐으나 TV로 방송되는 결선 12팀엔 오르지 못했다. 곡은 원경이 작곡했고 이후 신해철이 다시 작사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아기 천사 1집에 수록되었다가 신해철이 다시 편곡해 솔로 앨범에 싣게 되었다. 당시 이 곡은 이승환의 텅빈 마음,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등과 차트에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신해철의 1집은 1988년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장으로 신해철이 속했던 그룹 무한궤도를 대상 수상자로 뽑은 인연으로 만난 조용필의 지원이 있었고 이에 쟁쟁한 세션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미 무한궤도를 통해 프로듀서의 능력을 갖고 있던 신해철은 이들을 거의 세션으로만 활용했다. 1990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곡들은 모두 제가 했는데 이 곡은 작사, 기타, 편곡은 제가 했고 직접 했고 드럼과 베이스만 세션이 맡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곡을 독해하는 데 있어 가사만을 따라간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슬픈 사랑을 연상할 수 있다. 가령 집안의 반대에 선 연인이라던가, 이미 결혼했거나 다른 정혼자가 있는 사람과의 사랑 등으로 말이다. 물론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고 지극히 타당할 것 같고 해석은 원작자의 손을 떠난 것이므로 감상자의 마음대로 해석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신해철의 음악을 많이 듣고 가사를 곱씹어본 필자도 한 견해를 내놓자면 이 곡은 사랑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뒤 주변의 반대에 상처 받은 자신을 달래고 다잡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낯간지러운 표현이 되었지만 이 곡은 ‘음악과 결혼했어요’와 같은 선상에 놓인 표현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집안의 반대 그리고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음악을 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갈 때 화자는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음악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윈 모습”도 신해철 자신이고 “슬픈 표정 하는” 것도 신해철 자신이다.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란 말 자체는 음악만을 하겠다는 의지가 흔들려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말을 들을까’, ‘세상과 타협할까’란 마음이 든 자신을 달래는 말이다.
이 의견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그건 독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신해철의 여러 곡들 속에는 ‘음악을 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엿보인다. 넓게 보면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나 나에게 쓰는 편지, 영원히 그리고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전람회와 함께 부른 세상에 문앞에서 같은 곡들이 다 그런 곡들이다. 해석은 그렇고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음악을 선택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있을 때 잘하지 못해서(이런 표현은 부모님한테만 쓸 줄 알았다) 정말 미안하다.
20141030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엔 후회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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