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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1

나에게 쓰는 편지 - 신해철 / 1991

by Rainysunshine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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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는 신해철이 모든 것을 혼자 해냈던 2번째 솔로 앨범 <Myself>에 수록한 곡으로 앨범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고 현재까지도 신해철이 발표한 곡들 중 가장 사랑 받는 곡들 중의 한 곡이다PD는 2000년 가재발과 함께 만든 박하사탕에서 이 곡의 랩 부분을 차용했다.

 

이 곡은 돈이나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직장보다는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의 불안을 위로하는 가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주제는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부분이다. 이 질문은 대학을 준비하는 고3, 직장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해당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꿈보다는 돈을 택한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자는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라고 묻기 때문이다. 아마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신자유주의 노선의 자본주의를 살고 있으니까. 행복을 곧 돈의 액수로 등치 시키는 사고가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의 인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방증 아닐까. 다른 사람의 가치에 맞춰 사는 게 아니라 자기의 삶을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신해철 MBC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자신의 베스트 곡들 중 하나로 꼽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곡을 만들 때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어요이 노래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크게 허세 떨지 않는 수준에서 진짜 고민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공연에서 중간에 랩 부분을말이 랩이지 염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암튼, 그걸 할 때 성당에서 입을 맞춰 중얼중얼 하는 것처럼 모두들 입을 맞춰 따라 부를 때의 그 표정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공감과 느낌이 주니까요.

 

더 이상 나의 친구들은... 고호... 니체...’ 부분은 일종의 한 풀이 같은 거였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누군가와 나누려고 하면 왕따 시키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 나이에 니체나 고흐를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만 그래도 청소년 시절에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친구는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친구들의 모습이 흉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그리고 우리나라 가요계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상황 이여서 이런 이야기를 대중음악, 유행가에 담아내면 대학 다닌다고 되게 잘난 척하네 이런 손가락질을 꽤나 받던 시절이었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팬들이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 인생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쳤고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계면쩍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내가 만들었다고 다 내 노래가 아니로구나,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해철이가 해철이에게 쓰는 편지였는데, 철수가 가져가면 철수의 노래고 영희가 가져가면 영희의 나에게 쓰는 편지, 만득이가 가져가면 만득이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되는 걸 보니 누구의 편지도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숫자가 참 많아요. 그런데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노래가 여러분들의 인생을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시면서 내 인생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추잡스럽게 인기에 아등바등 거리며 살기는 싫지만 음악가가 음악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슬픔, 자기가 만든 감정을 같이 공유한다는 이 느낌은 정말 사람이 태어나 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들 중에서도 고귀하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참 운이 좋게도 그런 세계에 들어 왔구나라는 기쁨과 떨림과 감사함, 그런 것들이 오늘날까지도 저를 지탱해 주었던 기억들인 것 같습니다."

 

고흐(Vincent Van Gogh)는 네덜란드의 화가로 평생 돈과 상관없이 예술만 추구한 예술가이고 니체(F. Nietzsche)는 신에게 기대어 요행을 바라는 것처럼 남의 생각에 얽매여 노예처럼 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 것을 주장한 독일의 철학자이다.  

 

20141102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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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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