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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2

서태지와 아이들 1집 - 서태지와 아이들 / 1992

by Rainysunshine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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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있던 기존의 곡들에서 비트와 멜로디를 약간 가져와 샘플링 했던 그룹 마스(M/A/R/R/S)Pump Up The Volume이 히트하자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악기를 사용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전통적인 창작 방식에서 현존하는 음악을 누가 어떤 식으로 잘 꼴라쥬 하는 가의 문제로 변한다. 샘플링은 원작자의 거센 반발을 받았지만 그 흐름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완전히 정착되고 국내에서도 철이와 미애신철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도 됨으로써 이 땅에도 대대적인 상륙이 시작되었다.

 

건국 이래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순식간에 새로운 트렌드를 유행시킨 서태지와 아이들1집은 단순하지만 미묘한 감각을 요하는 샘플링의 승리였다. 지상 최대의 히트곡이 되어버린 난 알아요는 US의 립싱크 그룹 밀리바닐리(Milli Vanilli)Girl You Know It's True의 멜로디 라인을 모델로 한 것이며 난 알아요의 영어 버전 Blind Love의 중간에는 C&C 뮤직 팩토리(C&C Music Factory)Gonna Make You Sweat에 나오는 “Everybody dance now”, 랩과 가사의 완벽한 조화로 아직 까지 최고의 곡 중 한 곡으로 추앙 받는 환상 속의 그대 서태지가 그룹 시나위 시절 불렀던 Farewell To Love를 샘플링 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시나위 시절 무수하게도 카피 했을 AC/DCBack In Black을 빌려와 에로스미스(Aerosmith)DMC(Run DMC)의 합작품인 Walk This WayRock N' Roll Dance로 재현해 냈다. 이러한 시도들은 최초로 카피가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하게 되는 마스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재치는 여기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곡의 중간 중간을 장식하는 효과음(환상 속의 그대에서 목젖을 느끼게 하는 소리나 난 알아요의 기타 애드립, “디스코하는 외치는 코러스와 기계가 우는소리,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의 빗소리, 이 밤이 깊어 가지만비포러라고 들리는 장식음)을 적재적소에 배열하며 한 곡마다 확정적인 정체성을 부여했고 거기에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뛰어난 멜로디를 휘감았다. 그래서 과거의 것들에서 취한 지금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음악들은 자신들을 단 번에 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일 위험을 직감한 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이 모자이크 귀재의 등장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 멜로디 천재는 그대로 박제가 되어 전설이 되어버린 걸. 이것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순간이며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권력이었다.

  

이 앨범의 파급효과는 아주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단번에 반도라는 레이블을 굴지의 회사로 만든 것이다. 또 음반이 다 팔리면 계속 여의도에 머물며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인 활동이었던 가수들의 스케줄 패턴을 새 음반 작업을 위해 쉬는 기간을 갖는 관행을 만들었다. 이는 메어저 가수들에게도 하기 싫은 예능에 출연하지 않아도 되는 여지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일류의 춤꾼인 이주노양현석이 시조가 되어 춤의 세상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후 후발 주자들의 의도적인 전략에 의해, 또는 매체에 의해 음악보다도 춤에 더 값어치를 두는 역기능을 낳기도 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은 외면 받던 댄서들을 햇빛 찬란한 곳으로 인도하며 분명하게 시각 효과의 우월성을 증명했다. 또한 환상 속의 그대 리믹스 버전을 3가지나 선보이며 편집 음반을 발표해 리믹스 시장의 잠재성을 폭발 시켰다

 

그리고 역사적인 논란을 만든 것이다. 기득권의 반발이 무척 거셌다. MBC 데뷔 무대는 논외로 하더라도, 무국적의 음악과 같은 말로 족보를 따지거나, 그룹 시나위 출신의 타락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샘플링의 시대를 이해 못한 측에서 제기한 것이고 후자는 시나위에서 베이스를 잡은 경력 때문에, 일부의 메탈 팬들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변절, 배신과 같은 낙인을 찍은 것이다. 물론 그 공격들이 잘 먹히지 않았다. 샘플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발전했고 서태지가 메탈의 자손들에게 해를 끼치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시나위의 음반이 더욱 주목 받는 효과를 냄으로써 밴드 출신은 실력자라는 등식을 만들며 메탈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 시켰다. 

 

이 앨범의 성공은 서태지의 은퇴 이후나 재기에도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장을 더 확대 시키며 끊임없이 역사에서 거론될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는 드디어 대중 음악사에서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전사 한 명을 가지게 되었다.   

 

20120325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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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요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것은 단지 하나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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