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베스트 앨범 <Greatest Hits>를 사서 들었다. 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습관처럼 레코드방에서 아이쇼핑(윈도우 쇼핑)을 즐기던 때라서 그때그때마다 필이 꽂히는 것을 집었던 경우의 한 예인 것 같다. 처음 산 베스트 음반으로 기억되는 이 앨범은 베스트 앨범의 위력을 통렬하게 일깨워 준 앨범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베스트 앨범 제목 ‘전곡이 베스트(All the Best!)’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베스트 앨범의 진가를 통해 최고의 만족도를 얻은 나는 이후 베스트 앨범을 통해서 많은 가수들의 이력을 일거에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다. Every Woman In The World을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곡이 다 좋아서 거의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만족도가 높아 당연히 다른 앨범도 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었던 I Can Wait Forever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Just As I am이 든 <Air Supply>는 After All과 Sunset만 맘에 들었다. Lonely Is The Night이 수록된 <Hearts In Motion> 역시 전체적으로 듣기에 부담 없었지만 밋밋했다. Lonely Is The Night 외에 Stars In Your Eyes 정도만 아직까지 사랑이 유효하다. 이후 이들은 한동안 앨범을 내지 않다가 90년대로 넘어오면서 <The Earth is...>를 발표한다. <Greatest Hits> 이후에 크게 히트하는 곡이 없자 러셀이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그룹이 잠시 소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앨범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음에도 계속 앨범을 샀던 것은 첫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The Earth is...> 역시 사고 말았다. 돈은 있는데 살 건 없고 익숙함으로 민 것이었다. 하지만 대실망했다. 지금 생각하면 예전의 내가 아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음악을 듣는 취향이 많이 변해서 몇 번 듣다 이후 Love Conquers Time과 Bread And Blood 외엔 거의 듣지 않는 앨범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재킷은 기존의 느낌과 뭔가 달랐다. 그리고 동명의 앨범 타이틀곡이 내건 가사는 화합과 나눔의 철학이 느껴졌다. 사랑 일변도의 발라드 그룹에게서 처음 느낀 이런 낯설음은 <The Vanishing Race>에서도 감지되었다. 표지가 더 낯설어졌기 때문이다. 인디언이라 불리는 미국 원주민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고 체로키족인 이들이 표제의 ‘사라져 가는 종족’ 중 하나임을 암시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The Vanishing Race의 가사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시적인 가사에서 ‘사라짐’을 체념한 듯 수용하는 소수 종족의 비애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아트록 밴드들의 컨셉트 앨범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달랑 The Vanishing Race 이 한 곡만이 기존의 모든 곡과 차별을 가질 뿐이다. 여전히 모든 노래들은 사랑을 주제나 소재로 택하고 있고 그 범주 안에서 움직인다. 다만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많이 어쿠스틱해졌고 러셀의 샤우팅이 많이 줄었다. 과거에는 저음역대를 그래함이 도맡아 했지만 I Remember Love나 I'll Be Thinking Of You같은 곡을 들어보면 러셀의 차분한 저음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을 끝으로 사실상 에어 서플라이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는다. 이들에게 과도한 새로움을 바랐다기보다는, 이전에는 음반만을 통해서 전곡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던데 반해 지금은 아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음악을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내 감수성의 역사가 지나온 굴곡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Greatest Hits> 이후의 앨범들 중 오직 <The Vanishing Race>만이 그 굴곡 안에서 잠깐 반짝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앨범들도 오래전에 만났더라면 <The Vanishing Race>처럼 지금도 먼지의 때를 닦아주는 앨범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에서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가 참여한 Goodbye는 이후 스웨덴 가수 제시카(Jessica)가 리메이크 한 곡이다. 이 리메이크 버전은 김유진 감독의 1998년 영화 <약속>에 삽입되면서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이 앨범에 참여한 팀 피어스(Tim Pierce)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과 4집에서 기타리스트로 등장한 인물이다. 1995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팀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데뷔 앨범을 함께 한 활약 등으로 2011년 <기타 월드(Guitar World)>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세션 기타리스트에 래리 칼튼(Larry Carlton), 스티브 루카서(Steve Lucather)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2013 / 다음뮤직 / 20151107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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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see the pain living in your eyes and I know how hard you try
당신 눈 속에 살아 있는 고통이 보여요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지도 알아요
You deserve to have so much more
당신은 훨씬 더 많이 가져야 할 사람인데
I can feel your hurt and I sympathize and I'll never critisize
당신의 상처를 느끼고 공감해요 비판하지 않을 게요
All you ever meant to my life
당신의 모든 것은 내 삶을 의미했으니까요
※ I don't want to let you down, I don't want to lead you on
당신을 실망시키지도, 끌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
I don't want hold you back from where you might belong
당신이 속해 있는 곳을 가지 못하도록 막고 싶지도 않고요
You would never ask me why, my heart is so disguised
당신은 왜냐고 묻지 않을 거예요, 전 맘을 너무나도 잘 속여 왔으니까요
I just can't live a lie anymore
(하지만) 더 이상 거짓으로 살지는 못 하겠어요
I would rather hurt myself than to ever make you cry
당신을 울리느니 차라리 내가 상처 받겠어요
There's nothing left to say - but goodbye
안녕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You deserve a chance of the kind of love, I'm not sure I'm worthy of
당신은 사랑을 할 만한 사람이지만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Losing you is painful for me
당신을 잃는 것은 내게 고통이예요
※
You would never ask me why, my heart is so disguised
당신은 왜냐고 묻지 않을 거예요, 전 맘을 너무나도 잘 속여 왔으니까요
I just can't live a lie anymore
(하지만) 더 이상 거짓으로 살지는 못 하겠어요
I would rather hurt myself than to ever make you cry
당신을 울리느니 차라리 내가 상처 받겠어요
There's nothing left to try and though it's gonna hurt us both
둘에게 모두 상처가 되겠지만 이제는 노력해 볼 만한 것도 남지 않고
There's no other way than to say goodbye
안녕이라는 말 외에는 방법이 없겠어요
Goodbye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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