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장덕의 추모앨범에서 내가 만나는 하나님께라는 곡으로 음악계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한 임종환은 1980년대에 인생별곡으로 인기를 모았던 통기타 가수 이용식의 지도아래 난 널 믿어란 곡을 발표하면서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와 같은 느낌의 이 곡으로 자주 변진섭으로 오해 받았던 그는 1집에서 기다림은 기다림으로나 내가 아닐 꺼야, 유리창에 비친 슬픔과 같은 곡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레게음악을 처음으로 연구하고 도입했던 벗님들 출신의 김준기가 프로듀서로 나선 그의 두 번째 음반은 온통 레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음반이다. 김건모의 핑계를 시작으로 마로니에, 투투, 룰라, 닥터레게, 김흥국 등으로 인해 90년대에 랩과 함께 새로운 문법의 하나로 떠오른 레게를 차용한 이 음반에서 “길을 걷다”와 “전화를 걸다”의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앤서송 형식의 그냥 걸었어로 당당히 차트 정상을 차지한다. 당시 이 노래 속의 여자 목소리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임종환은 "유학갔다"라는 말로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차단시켰고 후에는 그의 부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음반에서는 또한 그림엽서, 레게 크리스마스와 같은 곡들이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3집도 역시 김준기와 함께 레게음악의 단면을 시도했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감을 형상화하며 다분히 실험적인 음악 형태로 가져간 그때를 아십니까는 좋은 시도였음에도 외면을 받았고 춤을 추던 바닷가 등의 시원한 레게 곡도 아무런 이목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것은 I Wanna Dance, 늑대와 여우가 들어 있는 4집도 마찬가지였다.
1994년 발표된 CCM 계열의 음반 <빛으로 모두 함께>에서 김도균, 박학기, 한동준, 김목경 등과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드러낸 임종환은 이 앨범에서 역시 김준기의 곡으로 만든 나 항상 그대 곁에를 불렀고 4집에서도 Swing Low Swing Chariot을 들려줌으로써 CCM 음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2000년에 김영태, 최림과 함께 각자 각자란 이름으로 짝사랑과 같은 곡을 발표하기도 하고 2002년에는 <Bonabito>라는 앨범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뉴질랜드로 건너가 한인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며 음악과 인연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라디오에서 선곡하던 음악을 따라 부르며 다시 가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2008년 사랑이 간다라는 트로트계열의 음악으로 현역에 복귀했다.하지만 재기의 꿈을 다지던 가운데 몸이 이상함을 느끼던 그는 검사를 통해 직장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고 4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아쉽게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200107 / 20100524 /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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