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흔히 그녀의 성공을 아리스타 레코드 사장인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공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그녀는 최고를 향한 수련을 쌓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클라이브가 아니었더라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할 때 이미 10대의 나이로 자주 따라다니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14살에 마이클 재거 밴드(Michael Zager Band)의 싱글 Life’s Party에 참여했고 그 모습에 반한 마이클은 그녀에게 지속적인 레코드 계약에 대한 구애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학교를 마쳐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절한다. 15살에는 샤카 칸(Chaka Chan)의 I’m Every Woman(뒤에 리메이크해서 히트하는 그 노래 맞다), 저메인 잭슨(Jermaine Jackson) 등의 노래에 백 보컬로 참여한다. 또한 빌 라스웰(Bill Laswell)이 이끄는 그룹 매트리얼(Material)의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해 Memories라는 곡을 불렀다. 레코드 경력뿐만 아니라, 카네기 홀 공연 중 엄마 옆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사진작가에 발탁되어 모델로도 활동한다. 글래머, 코스모폴리탄 등의 패션잡지 지면을 장식했으며 흑인 최초로 17이란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아리스타 레코드의 A&R(캐스팅을 비롯한 제반업무) 담당자 제리 그리피스(Gerry Griffith)의 눈에 띄어 그의 강력한 요청으로 클라이브와 계약을 맺게 되었다(이미 디온과 아레사가 아리스타 소속이었던 까닭에 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2001년 911의 여파를 타고 6위까지 오른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끝으로 톱40 한 곡 내지 못하며 약물로 인한 초췌한 사진만이 가끔 가십 란을 장식하곤 했다. 그녀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지나친 마리화나의 남용으로 이때부터 목소리에 힘이 떨어지고 자주 갈라졌으며 불안정해졌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녀의 갈라진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모두 알다시피, 휘트니는 2012년 2월 12일 L.A.의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영화 <스파클(Sparkle)>의 작업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그래미의 전야제 격인 클라이브 주최 갈라 파티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디바 가운데 하나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다.
기네스에 의하면 그녀는 2010년까지 415개의 상을 받아 역사상 최고로 상을 많이 받은 여성 가수로 기록되어 있다(안타깝게도 데뷔 이전에 이미 테디 펜더그라스(Teddy Pendergrass)와함께 Hold Me란 곡을 불러 차트에 올랐기 때문에 그래미 신인부문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니 판매량, 빌보드의 기록 등을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다. 그녀의 자세한 기록은 앞으로 추모 열기 속에서 계속 상기되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진짜 주인공은 이런 화려한 성적을 낳게 한 그녀의 목소리다. 대중음악은 흔히 악기와 목소리의 조화라고 정의 내려지지만, 그녀는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디바 중의 디바다. 그 아우라를 흉내 내고 싶은 많은 후배들이 창법을 따라했지만 부드럽게 흐름을 타면서 장엄한 숭고미를 주는, 그렇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보컬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교로 다가갈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NFL 슈퍼볼 게임에서 불렀던 The Star Spangled Banner다. 당시 걸프전의 여파도 있었지만 이 미국 국가는 마스터링 된 음악만을 듣던 우리에게 현장음 만으로도 전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역대 그 누구와 비교해도 좋다). 아마 이전 세대는 이전의 다른 가수들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동시대를 산 것에 대해 기꺼이 감사와 경의를 표하겠다. 가수가 좋은 노래를 만나는 것보다 노래가 좋은 가수를 만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축복이다.
20120213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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