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가란 조선말엽 가곡, 가사, 시조, 판소리 등 성악이 번창하면서 서민문화가 활성화되어 가던 시기에 신분적으로 하층민(서민층)에 속하던 직업적인 소리패(요즘으로 치면 가수)들이 오래전부터 전해오던 기존의 시조와 가사를 변형시켜 발전시킨 노래다. 시조나 가사처럼 하나의 통일된 작품 구성원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여러 양식을 혼합했다는 것, 구비문학으로 현세적이고 향락적인 내용 등을 담아 반복한다는 것, 상업적이고 대중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잡가란 명칭은 이 장르를 담당하는 층이 하층민이고 노래도 민간의 소리가 많아 전문 음악인들이 하는 정악(正樂)에 비해 저열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시가 양식의 접목을 통해 근대적 양식으로 전환해 나가며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서민문화의 지향, 개인적 정서, 형식의 새로움 등에 의해 서민적 취향에 맞게 하향 개편되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고 시대가 변하면서 중요한 것으로 재인식되어 20세기 초 유행가로서의 잡가는 고전 문학과 근대 전환기 문학의 교량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시가(詩歌) 문학사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고 민속에서 발흥한 것과 관련해 민요와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민요가 비전문적이며 생활과 직결된 노동이나 의식·유희와 관련되어 자족적 성격이 강한 반면, 잡가는 전문적인 소리꾼이 유흥 공간에서 청자(수용자)를 위해 상업적 목적으로 공연한 것이다. 또한 민요는 잡가와 반대 방향으로 발전해 귀족적 취향으로 상향 개편된 것이다.

 

잡가의 성행에는 한양의 도시화와 상업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극장 공연, 가집 편찬, 유성기 음반의 보급, 라디오 방송 등의 영향이 컸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전문 소리꾼의 활동으로 그간 상층민이 장악했던 문화·예술의 권역을 하층민도 함께 주도하게 되었고 문화와 예술은 특정 계층의 소유물이 대중문화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된 서민 문화가 대중적 선호에 의해 공연 예술의 중심에 진출하게 되었고, 대중의 성격 변화는 고스란히 노래에도 투영되어 대중이 문화·예술의 주체가 되었다. 또 기존 순수 예술이 자족적 성격과 기능을 유지한 측면이 강했다면, 대중 예술은 철저하게 수용자 중심으로 정착되었다.

 

장르적 분류와 연구는 1970년대에 시작되었고 국문학자 정재호에 의해 독립된 장르로 인식하게 된다. 국문학자 손태도는 잡가의 대상을 구분할 것을 주장해 경기 12잡가와 휘모리잡가 등의 구분에 공에 세웠고 잡가담당층을 또한 구분했다. 박애경은 잡가의 잡스러움, 개방성, 동태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잡가의 종류

 

우선 서울의 긴 잡가에는 12곡이 있다. 이를 12잡가라 한다. 원래는 8잡가라 해서 8곡만 부르다가 가락이 조금 복잡한 잡잡가 4곡을 추가했다. 제목은 각각 유산가, 적벽가, 소춘향가, 집장가, 십장가, 형장가, 제비가, 평양가, 선유가, 달거리, 방물가, 출인가. 그리고 서울 지방에서 품팔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소리꾼들이 한자리에 모여 흥겹게 놀 때 부르던 휘모리잡가가 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휘모리잡가에는 곰보타령, 생매잡아, 한잔 부어라, 만학천봉, 육칠월, 병정타령, 순검타령, 맹꽁이타령, 비단타령, 바위타령, 기생타령 등이 있다. 또한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던 서도잡가가 있는데 여기에는 수심가, 공명가, 사설공명가, 관산융마, 제전, 초한가, 추풍감별곡, 적벽부, 관동팔경, 배따라기 등이 있다. 그리고 전라도 지방의 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남도잡가가 있다. 여기에는 보렴, 새타령이 있다. 이외에도 선소리산타령이 있다.

 

잡가의 분류

 

서술체 잡가(가사체 잡가)

 

비교적 일관된 내용 아래 노래되는 것으로서 가사의 서정적인 부분을 수용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이 형태의 잡가는 후렴이나 전렴 등이 없고 분절로 나누어지지 않으면서 연속해서 부르기에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고 산수자연의 아름다운 경계를 노래하나 양반사대부들의 강호가사와는 달리 도덕 윤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풍류정신을 유흥적으로 노래한다. 이 계열의 잡가는 가사 작품을 많이 수용하기 때문에 4음보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한 행의 음보가 6음보로 늘어나는 등의 파격을 보이고 있어 14음보라는 정격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다.

 

분절체 잡가(민요체 잡가)

 

잡가 중에 여러 개의 분절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이며 민요를 수용하여 이루어진 것이 중심을 이룬다. 유흥적인 성격이 민요보다 훨씬 농후하고 형식적으로는 기존의 민요가 가지는 후렴이나 전렴의 모습을 수용하고 있으나, 거기에서 또한 파격이 일어나므로 민요보다는 더 세련되다. 서울에 정착한 서도와 남도 기생들에 의해 서도 소리인 수심가난봉가, 남도 소리인 육자배기 등이 있다.

 

묘사체 잡가(사설시조체 잡가)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 현상들을 계속해서 열거하는 방식으로 불려지는 잡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주로 타령이란 명칭이 붙는다. 민요와도 연관을 가지나 중심을 이루는 기존의 시가는 조선후기의 사설시조다. 작가의 정서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고 현상을 나열하면서 묘사하여 골계적이고 풍자적인 효과를 얻는다. 휘모리잡가가 여기 속한다.

 

대화체 잡가(판소리체 잡가)

 

분절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화자의 정서를 노래하는 서술체로도 이루어지지 않은 대화체의 형태다. 주로 판소리의 일부를 수용해서 부른 잡가가 많다. 판소리보다 내용이 소박한 경기 12잡가를 들 수 있다.

 

잡가의 담당층

 

잡가를 담당한 전문적 소리패는 크게 두 부류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가곡, 가사, 시조의 고급문화 장르에 익숙하고, 이러한 역량을 통해 12잡가와 휘모리잡가, 그리고 서도잡가를 생성 발전 파생시킨 추, , 박으로 대표되는 사계축 소리꾼과 그 계승자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어울린 삼패기생 계열이 그 하나이고(좌창계), 다른 하나는 신청 재인 출신에서 파생된 광대패, 사당패 등 유랑예인집단의 장마당 소리를 배워 경-서도 및 남도입창(선소리)으로 발전시킨 뚝섬 놀량패, 평양 날탕패로 대표되는 선소리패 계열이 그것이다(입창계).

 

서울지방의 전문 소리꾼들은 사계축 소리꾼과 오강의 소리꾼들이 있었다. 사계축은 만리재에서 청파동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 곳에는 상공인(商工人)들이 주로 살았는데, 추교신(秋敎信), 조기준(曺基俊), 박춘경(朴春景)이 대표적인 명창이고, 그 제자인 박춘재(朴春載), 최경식(崔景植), 주수봉 등은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했다. 용산마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오강 소리꾼중에는 고종 무렵에 활약한 의택이, 종대가 있. 이 밖에도 서울근교의 뚝섬패, 한강패, 쇠봉구패, 용산 삼개패, 동막패, 호조다리패, 과천 방아다리패 등의 선소리꾼이 활동하였다이후 박춘재 문하의 이명길, 엄태영, 김태운, 최정식등이 잡가와 선소리의 맥을 이었으며, 방아다리패의 소완준, 왕십리패의 이명길 문하에서 이창배, 정득만이 나와 오늘날의 선소리산타령을 잇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예기조합은 권번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서울에서는 한성권번, 조선권번, 한남권번 등이 있었다. 권번의 예기들은 본래 가곡, 가사만 배웠으나, 잡가를 선호하던 당시의 사회 풍조에 따라 잡가를 배웠다. 한성권번에서는 장계춘(張桂春)이 가곡, 가사를, 유개동(柳開東)이 잡가를 가르쳤고, 조선권번에서는 하규일(河圭一)이 가곡, 가사를, 최정식(崔貞植)이 잡가를 맡았다.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서도명창들도 1900년 이후 서울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평양 날탕패는 서울의 산타령을 토대로 서도산타령을 만들었고, 허득선(許得善), 문영수(文泳洙), 이정화(李正華), 김종조(金宗朝), 최순경(崔順經), 김칠성(金七星), 김주호(金周鎬) 등의 남자 명창과 김밀화, 장학선, 최섬홍, 이진봉, 손진홍, 백모란, 길진홍 등의 평양 예기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41228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雜歌硏究 目錄

 

1960년대 이전

고정옥, 조선민요연구, 수선사, 1949

조윤제, 한국시가의 연구, 을유문화사, 1954

조윤제, 국문학개설, 동국문화사, 1955

김사엽, 개고국문학사, 정음사, 1956

 

1960년대

장덕순, 국문학통론, 신구문화사, 1960

이태극, “가사개념의 재고와 장르고”, 국어국문학27, 국어국문학회, 1964

이병기백철, 국문학전사, 신구문화사, 1965

임동권, 한국민요사, 집문당, 1965

박성의, “한국시가문학사 ()”, 한국문화사대계Ⅴ」,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67

 

197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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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현, “가사의 발생사적 연구”, 새국어교육18-20합병호, 1974

 

1980년대

송정숙, “십이가사연구”, 부산대 석사, 1982

김문기, 서민가사연구, 형설출판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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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한국문학통사 3, 지식산업사, 1984

노미원, “1910년대에 유행한 잡가의 한 고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 1986

윤기홍, “잡가의 성격과 민요, 판소리와의 관계”, 한국민요론, 집문당, 1986

이규호, “잡가의 정체”, 한국문학사의 쟁점, 집문당, 1986

하희정, “잡가의 장르적 성격 - 12잡가를 중심으로”, 이화여대 석사, 1986

최명걸, “잡가 연구 -그 수용 현황과 의미-”, 고려 교대 석사, 1986

이노형, “잡가의 유형과 그 담당층에 대한 연구”, 서울대 석사, 1987

조선영, “십이잡가(일명 긴잡가) 연구”, 동덕여대 석사, 1987

임은실, “엮음수심가사설의 구성방식과 장르적 특성”, 이화여대 석사, 1989

신은경, “창사의 유기성이 결여된 시가에 대한 일고찰", 이정 정연찬 선생 회갑기념 논총, 탑출판사, 1989

 

1991-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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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잡가의 타 장르 수용 양상에 관한 연구”, 충북대 석사, 1992

윤형덕, “한국의 잡가에 대한 연구”, 논문집26, 충주공전, 1992

이노형, “한국 근대 대중가요의 역사적 전개 과정 연구”, 서울대 박사, 1992

오세영, “문학사의 연속성에서 본 잡가와 근대시”, 구조와 분석1, 도서출판 창, 1993

오세영, “자유시 형성에 있어서 사설시조와 잡가”, 한국문화14,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1993

최광섭, “잡가집 소재 가사 연구”,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1993

고미숙, “대중가요의 선구, 20세기 초반 잡가 연구”, 역사비평. 94년 봄호, 역사문제연구소, 1994

최원오, “잡가의 교섭갈래적 성격과 그 이론화의 가능성 검토 시론”, 관악 어문연구19, 서울대, 1994

이노형, “고려속요와 잡가의 상관관계”, 울산어문논집9, 울산대, 1994

고미숙, “20세기초 잡가의 양식적 특질과 시대적 의미”, 창작과 비평88, 창작과 비평사, 1995

박애경, “조선후기 시가 통속화 양상에 대한 연구-잡가를 중심으로-”. 연세어문학27, 연세대 1995

이기형, “휘몰이잡가의 연구 - 존재 양식과 시가사적 의의를 중심으로”, 경희 교대 석사, 1995

이노형, “잡가 문학속의 인간과 사회 -신명성을 중심으로”, 인문논총8, 울산대, 1995

이노형, “잡가 유산가에 대하여”, 고전시가작품론2(백영정병욱선생 10주기추모논문집), 집문당, 1995

이승복, “수심가의 존재 양상과 유형별 성격”, 고전시가작품론2(상동) 1995

이창헌, “곰보타령의 형성에 대한 일 고찰”, 고전시가작품론2(상동) 1995

정혜원, “잡가의 서민적 정서와 표출 양상”, 인문과학연구3, 상명여대, 1995

권순회, “잡가연구의 현황과 과제”, 한국가사문학연구, 태학사, 1996

송여주, “잡가의 사설 차용 현상에 대하여”, 서울대 석사, 1996

이노형, “양주별산대 삽입가요 연구 2 : 잡가형 창작가요 몇 편”, 울산어문논집11, 1996

황정선,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자생적 근원에 대한 고찰 : 잡가를 중심으로”, 숙명여대 석사, 1996

김학성, “잡가의 사설 특성에 나타난 구비성과 기록성”, 대동문화연구33, 성균관대, 1998

이기형, “휘몰이 잡가의 사설 구조”, 한국민속학보9, 1998

               

 

 

2014/12/07 - [음악미학/장르 혹은 스타일 또는 구분이나 분류] - 창가(唱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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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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