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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s/2001

No Fate - 이덕진 / 2001

by Rainysunshine 201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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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Fate>이덕진2001년 프로젝트 밴드 노 페이트(No Fate)와 발표한 음반이다. 이덕진은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 스틸 하트(Steel Heart)와 음반을 내기 위해 곡을 만들었으나 무산돼 그 곡들을 모아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웹진 이즘에 썼던 리뷰를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록씬에서 197080년대에 걸쳐 활화산의 절정을 맛본 헤비메탈은 국내에서 사춘기를 맞고 있던 세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 장르의 세계를 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커서 기타가 주도하는 정형화된 메탈 사운드의 국내 선구자들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장르의 토착화는 쉽지 않았다. 밴드들은 헤어짐과 결합의 부침을 거듭해야 했으며 그런 와중에 대부분은 반짝하고 사라졌다. 겨우 몇몇만이 기타리스트 혹은 보컬리스트로 메인 스트림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도 역시 순수한 록 음악의 형태를 유지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시장성 때문이었다. 결국 다른 장르를 넘나드는 변신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성숙에 의해 변화되는 음악을 도모하기보다는 대부분 타의에 의해 변해야 하는 상황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성공한 다음에'를 꿈꾸며 전의를 다졌다.

 

여기 음악으로 전복을 꿈꾸는 왕자 '테리우스'7년 만에 돌아왔다. 세월에 단련된 그의 목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가득 차 있고, 음악은 오랜 동안 갈고 닦았던 하드 록의 기조로 풀어헤친 자신감이 돋보인다. 시간은 그에게 성숙을 주었고 성숙은 내공을 불러왔다. 한 순간도 양보하지 않고 몰아 부치는 저돌성은 Forever, 너의 눈물 속의 나와 같은 발라드 곡에서도 그 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솟구치는 샤우트의 마력이 주는 감동의 회오리를 느껴보라. 이토록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참았을까? 이덕진은 적어도 보컬에 경지에 관해서만큼은 거부할 수 없는 득음의 향연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음반 속에는 전반적으로 다양한 메탈의 분위기가 녹아 있다. 시계 초침과 함께 시작되는 불안한 아트록의 징후가 느껴지는 Prologue를 지나면 오랜만에 들어보는 친숙한 목소리가, 성대를 짓누른 허스키함으로 문을 두들긴다. 그 Lay It On The Line를 지나면 시공을 뚫는 시원한 “such a life”의 고음이 매력적인 The Way의 외침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뒤이어 다른 세상으로 떠난 아버지의 부재를 절규하는 Forever가 따르고 몇 해 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Forever를 연상시키는 발라드 넘버 Julie의 스트링 선율이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든다. 물론 여기에는 팝 메탈의 달콤한 Love Ain't Easy For Me, You Want Get In의 가세와 자신의 세계를 희망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외로운 분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채찍질하는 Hypocrite, 록큰롤의 흥취를 북돋아 내는 Playboy, 우리가 흔히 록발라드라고 부르는 슬픈 기억 등의 공로도 외면할 수 없다.

 

이덕진은 이번 앨범에서 거의 전곡을 만들어 내고 편곡,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까지 뽐내며 그간 두문불출하며 이루어낸 수업의 결과물을 훌륭하게 전시해낸다. 전 곡에서 무게감을 더해 주는 채경훈의 기타와 프로젝트 밴드 노 페이트는 이런 그를 보좌하는 훌륭한 안장이 되어 가속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이 야인이 와신상담의 고행을 탈출하며 선택한 스타일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이것은 뜬구름 쫓아다니면서 꿈속에 마냥 있느냐고 비웃는 이들에게 던지는 카운터펀치이며 우리 음악계에서 방부제 역할을 해낼 '자기주장'의 고집스런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11101 / 20151205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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