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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s/2001

통해야 - 공명 / 2001

by Rainysunshine 20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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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대와 선을 긋는 '90년대 음악의 특징은 비트에 있다. 이 짤게 쪼개지는 리듬의 변화무쌍한 행로는 흑인 음악의 대두 속에서 명실상부한 주류음악이 되었고 스텀프, 난타, 푸리 등 리듬 공연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었다. 모든 것이 크로스 오버되는 세상에서 90년대 젊은이들이 장악한 이 리듬이야말로 구차스런 비평적 명칭이 필요 없는 동서고금의 커뮤니케이션이며 음악에 새로운 화법과 서체를 도입한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사실, 리듬 하면 우리의 고유 음악도 뒤지지 않는다. 흑인의 리드미컬하고 능수능란한 율동미에 비해 우리의 타악기들은 정박 위주의 선적이며 단아함 그 속에 토속미가 넘쳐흐른다. 무엇보다도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놀이와 장구의 소리와 혼이 하나 되는 일체감은 우리 민족이 리듬의 민족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타악 그룹 공명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 있다. 이 젊은 피들은 구태의연하게 지난 세대의 성과물을 흡수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몸소 체험한 리듬을 하나씩 풀어낸다. 전통이란 이름아래 주눅 들지 않고 과감히 새 세대의 문법을 체화해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리듬 속에서 발현하는 전통 음악의 현대화는 우리의 대중음악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난타와 사물놀이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공연 기획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여타의 데뷔 앨범이 지니는 미덕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록 연어 이야기의 명상적이고 고풍스런 선율에 많이 빚지고 있긴 하지만 용이 하늘 위를 날고 세상이 그 용을 따른다의 자신감에서부터 대나무로 만든 악기로 세상의 화해와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통의 메아리를 따뜻한 선율로 염원한 통해야까지 이들의 신선한 악상은 청자를 때로는 오랜 감회 속으로, 때로는 신나는 젊음의 열기 속으로 인도한다. 또한 굿거리로 시작해 자진모리, 휘모리로 들어가는 전통 장단구조의 구성을 띠고 있는 보물섬은 국악기와 양악기 등 상당히 많은 악기로 우리의 삶에 때때로 보물섬을 향한 항해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철학을 담아냈으며, 대나무의 즐거운 소리 모음집 공명유희, 대금과 가야금으로 연어의 세계를 잔잔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애잔하게 표현한 연어 이야기, 자연 속에서 우리의 옛 정서를 악기 공명과 피리로 표출해낸 아침의 소리, 일상과 단절된 가상의 공간을 소재로 만든 어느 여름날 현리에서...는 빗소리와 잔잔한 기타로 소외된 자아의 내면을 펌프질 하고 있다. 그리고 민족의 힘찬 기상과 끈기를 표현하기 위해 북소리가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하는 고속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국악인들은 우리의 전통 음악이 고루하다는 인상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런 시도들은 매너리즘 속을 횡단하는 댄스 음악을 비롯해 아직은 볼 것 많은 음악들과 힘겨루기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언젠가 긴 터널의 끝에서 보이는 불빛은 다름 아닌 공명을 비롯한 정체성 뚜렷한 예술관의 아우라임을 확인할 날이 올 것이다 

 

최윤상 : 퍼커션

송경근 : 퍼커션, 대금

박승원 : 대금, 퍼커션

조민수 : 퍼커션

 

20011217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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