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은 서로를 모방하며 물고 뜯는 저차원의 저자 거리 같은 10대 중심의 음악 문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끼고 앉아 있던 기성세대들에게, 혹은 흔히 기준점을 삼기 좋아하는 나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넋 놓고 있는 중견 가수들에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건 아니냐고 묻는다. 모두가 열광하는 자리 이외에도 공간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차원으로 인도하는 출구를 열어 보이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전자 음악의 둘레를 씌운 이 경이로운 실험은 각 세대에게는 친숙하지만 서로 이질적인 두 장르를 섞는다. 그래서 오버하지 않는 편안한 목소리가 뉴 에이지의 고요하고 생경한 배경과 접목된다. 또한 낯선 이 시도는 현 세대에게 포크와 뉴 에이지를 퓨전이란 이름아래 재해석 하게 한다. 어쩌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한 번은 대세를 장악할, 선 혹은 명상음악에 대한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듯이.
메시지는 장르가 주는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인도 4대 성지로 일컬어지며 최초의 설법지를 담은 바라니시는 인간의 근원적 물음과 삶의 원천, 그리고 우리가 보는 일상의 모습들을 다각도에서 조망하며 좀 더 높은 세계관으로 그려내고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하얀 강물, 새처럼, 우리가 부르는 사랑노래가 주는 포용과 관용의 푹신함은 16년 차이 2집과 <우리노래전시회 4집>에 수록되었던 순간과 영원, 박주연이 불렀던 다만 등의 예전 수작들, 손지연의 목소리로 히든 트랙을 장식한 지금 그 곳에 있는 나 등과 더불어 우리의 귀를 살갑게 한다.
이 노장의 획기적인 용태를 보라. 양병집이 지휘한 김하용덕의 세계는 우리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지평을 그 동안 너무 외면해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것은 연주인들의 연주를 막고 뮤지션들의 새로운 시도를 차단하는 폐쇄적인 여의도라는 땅에 길들여진 모든 음악 관계자들의 자기 검열이 빚어낸 뜨악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팬들이나 평론계 또한 성공한 가수들에게만 팡파레를 선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심오한 무지개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 음반이 IMF 이후 최악이라는 시장 상태를 돌릴 순 없겠지만 '하고 싶었던 음악에 목말라하던' 후배나 동년배들에게는 미약하게나마 갈증을 풀어줄 거라 믿는다.
20020216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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