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2011.12.15 09:33



장연주   19781215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발라드부터 록음악까지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며, 가수로서 더할 나위없는 역량을 보유한 장연주는 네 살 때 처음 앉은 피아노 건반 앞에서 동요를 척척 쳐내더라는, 그녀 어머니의 전설적인 이야기로 음악역사를 시작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런 내공으로 상을 타고 대학에 가서도 혹독하게 자신을 다스린다. 데뷔 전까지의 삶은 한마디로 음악을 위해 태어난 선천적 재능의 보유자로서의 낭중지추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이승환, 신승훈, 김민우, 조정현 등 발라드 가수들의 곡을 줄줄이 외우면서 라디오와 행복한 꿈을 꾸던 그녀는 수업 시간에 나가 이승환텅 빈 마음을 부르던 바로 그 순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신 내림을 받는다. 이 날의 형언할 수 없는 물아일체의 경험은 아직까지도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지울 수 없는 묵시록의 현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음반까지 내는 노래 실력을 인정한 어머니의 지원과 달리 학구적인 스타일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친다. 둘의 신경전은 딴따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가시밭길을 택한 숱한 선배들처럼 성공한 뒤의 인정을 위한 통과제의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대치 끝에 아버지는 자식의 고집에 한 발짝 물러선다. 그리고 EBS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아야만 음대를 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그녀 역시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협상안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인생은 아버지의 승리로 간단하게 바뀔 수도 있었겠지만 1995년 EBS 창작가요제에서 나를 위한 다짐으로 운명 같이 대상을 거머쥠으로써 당연한 일이였던 것처럼 자신을 증명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오히려 더 세차게 음악 속으로 밀어 넣은 꼴이 되었다. 그녀는 그리고 대학교를 차석으로 입학하며 전문적인 음악인의 길로 화려하게 접어든다. 대학에서는 한국 록음악의 한 페이지를 각각 장식하고 있는 신중현최성원을 만나 자신의 재능에 가공할만한 실력까지 겸비한다. 이것은 1998년 강변가요제에서 From S.P란 곡으로 은상과 인기상을 받으며 메인스트림에서의 가능성을 확인받는 것으로 그 성과를 드러냈다. 그녀는 패닉의 1집을 프로듀싱 했던 사부 최성원에 의해 종종 이적과의 비교를 견뎌내야 했지만 그가 시킨 독특한 교수법은 후에 그녀가 록적인 필을 가다듬는 것은 물론 음악적 깊이를 더해주는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었음을 회상한다.

그렇게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장연주는 드디어 2000년 테라(Terra)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첫 앨범을 쏘아 올린다.

데뷔 앨범은 최성원의 감독 하에 한일 합작앨범으로 기획되었다. 그녀는 모든 곡을 작사했으며 일본 뮤지션 히데오 사이토가 모든 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포커스를 맞췄던 이 앨범은 2000년 발매된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신인의 음반 중 하나였지만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소속사의 문제로 홍보를 접어야 했다. 걸작은 그렇게 뒤 칸으로 숨어버리고 오로지 마니아만을 양산하며 결과적으로 그녀의 폭발적 재능은 오로지 소수에 의해서만 감지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정식 데뷔 곡 마애를 비롯한 뛰어난 작품들이 완벽하게 배어 있는 <Decalcomanie>의 씁쓸함을 뒤로 하고 2003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Something Special>로 다시 신고식을 치른다. 일기와 수필을 음반에 삽입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려 애쓴 이 앨범에서 타이틀 곡 얼굴이 못생겨서 미안해의 클립은 당시 최고 개그우먼 중 한 명이였던 조정린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후속곡 Something Special의 절창으로 인해 어느 정도 무명의 시간을 씻어냈다.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2년 후 발표한 앨범 <본심>에서는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하며 새로운 역량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Decalcomanie>에서 2곡을 가져온 이 앨범은 전작보다는 아쉬운 반응에 그친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목소리는 그녀만의 좌충우돌을 즐겼던 기존의 팬들에게 까지도 허전한 느낌을 주는 것 이였다. 이런 미비한 호응은 그녀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고 오랜 시간 음악을 해왔던 그녀에게 새로운 타개책을 요구했다.

인기전선의 먹구름으로 음악생활에 있어서 정체성을 잃고 진로에 대한 깊은 회의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그녀는 박근태와의 만남으로 다시 희망을 바라본다. 박근태는 화장품 광고의 CM송으로 쓰였던 One sweet day를 긴 버전으로 만들어 그녀에게 선사했으며 보컬톤을 맑은 느낌 위주로 새롭게 교정했다. 이 곡은 그녀의 이름을 다시금 대중적으로 인지시키는데 많은 공헌을 했으며 이어 룰라의 곡을 장조로 리메이크 한 백 일째 만남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끈이 되어준다. 그녀는 이어 <하자전담반제로> OST에도 쓰인 랄랄라를 발표하며 활활 타오르진 않았지만 은은하게 주변을 밝히는 모닥불처럼 가수로서의 생명력을 연장시켰다.

그녀는 가수활동 이외에도 불교방송 DJ로 활약한 적도 있고 음악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TV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없었지만 라디오 패널로 팬들과도 틈틈이 만났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역시 최고의 주가를 올린 것으로는 라디오 로고송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MBC 라디오의 <박명수의 펀펀 라디오>, <윤종신의 두 시의 데이트>, <푸른 밤, 그리고 알렉스입니다>, <박경림의 심심타파>, SBS의 <소유진의 러브러브>, <두 시 탈출 컬투 쇼> 등의 로고 음악을 만들고 부르면서 짧은 시간에 음악이 만들어내는 미학을 모두에게 인지키셨다. 그리하여 얻게 된 별명이 일명 '로고송의 여왕'이다.

장연주는 2010년 9월 연주란 이름으로  Final RoundWatching Me가 수록된  EP를 발매했으며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의 편곡을 맡아 인기를 얻은 돈스파이크와 공식적으로 연인을 선언하고 둘이 함께 한 프로젝트 그룹 러브 마켓(Love Market)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장연주는 가진 실력에 비해 아직까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는 않다. 타고난 재능을 실력으로 만들고 그 실력으로 노크한 대중음악의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수로서의 실력이 아니라, 혹은 그것뿐 아니라 오락성과 개인기로 압축되는 화려한 볼거리나 웃음을 요구하며 그런 방식으로 매체를 제패하는 스타에게 몰리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 스타는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갖는다. 이 정글 같은 판을 헤쳐 나가기 위해 그녀는 제인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꼼꼼한 탐험가가 되어야 할까? 일견, 춤을 배우다 중도에서 포기한 일을 떠올리면, 아직까지 그녀에게서는 후자의 모습이 보이고 팬들은 영원히 후자의 모습으로 있어주길 원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그녀가 변함없이 탐험가로서 음악계의 장르를 하나하나 거꾸러트리길 바라긴 하지만 과연 그것은 이 시대를 정면 돌파 할 수 있는 정답이 될 수 있을까?


20100525 / 20111214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1995 EBS 청소년 창작가요제 대상

1998 강변가요제 은상 / 인기상

2000 Terra - Decalcomanie
2003 Something Special
2004 데프콘 <콘이 삼촌 다이어리> - 풍선
2005 本心
2006 TV 애니메이션 <나루토2기> - 너를 보낸 나의 2야기
2006 드라마 <연인> OST - For My Love
2006 애니메이션 영화 <아치&씨팍> OST - Hey 이뿐이
2007 스마일 프로젝트 Vol. 1 - One Sweet Day
2007 영화 <첫눈> OST - Rain In My Heart
2008 백 일째 만남(Single)
2009 랄랄라(Single)
2010  연주 - Watching Me(EP) 
2011 Love Market - Strawberry Flavor Aspirin(Single) 
2011  Love Market - 양송(Single)
2011  Love Market - 잠깐만 놀자(Single)

2012 첫끼(Single)

2012 레인보우 프로젝트 - 기분좋은 하루 / 항상 사랑한다고 (Single)



네이버에 이 글을 올리고나서 돈스파이크님에게 이런 댓글을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 러브 마켓 앨범이 나올 때도 따로 메일을 주셨다. 두 분 계속해서 멋진 작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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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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