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작사가, 음악 프로듀서 그리고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가 보는 좋은 앨범과 노래는 대중들과 어떤 차이가 날까. AM <이주노의 뮤직토크>(프로듀서 남태정)는 음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우리 시대의 명반․명곡’을 뽑는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했다. 작곡가 45명을 비롯해 설문에 응한 사람은 75명이었으며 5장의 앨범과 곡을 물어 명반 20장과 명곡 20곡을 선정했다. - 방송 20010723 - 24
관심 사항은 당연히 ‘음악 전문가들은 어떤 음악을 높이 평가할까’하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대중음악의 특성상 작곡․작사가가 젊은 관계로 80년대와 90년대 가수와 음악이 주종을 이뤘다. 일반 조사에선 빠짐이 없는 이미자, 나훈아, 패티김, 이선희, 김수철, 산울림 등이 순위에 끼지 못했으며 트로트 가수와 곡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80년대의 비주류 음악가들이 상당수를 점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음악 직접 생산자들의 경우, 스타시스템의 주류보다 상대적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비주류음악을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 유재하가 남긴 유일한 앨범과 노래가 명반․명곡 모두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 그 생생한 증거. 프로듀서 조정선은 “유재하가 다양하고 어려운 화성을 대중음악에 소화해냈다”고 평했고, 작곡가 방시혁은 “한국음악은 유재하 이전과 유재하 이후로 나뉜다”고 했다.
또한 조동익과 이병우의 듀엣 어떤날도 비록 대중적이진 않았으나 명반․명곡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평론가 (현)지운은 그들의 음악을 가리켜 “주류의 모든 음악들이 기억되지 않는 지금도 꾸준히 재생산의 기치를 올리고 있는 영원한 울림”으로 묘사했다.
마찬가지로 그 시기를 전후한 비주류 김현식, 들국화, 시인과 촌장,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도 많은 표를 얻었다. 언더그라운드의 다양한 실험적 음악이 1집에 총집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들국화도 몰표를 얻었고 토이의 유희열은 김현철을 ‘천재 소년의 등장’이라고 썼다. 토이의 3집도 명반 대열에 올랐다. 그만큼 현재 활동하는 작사․작곡가들은 자유롭고 섬세하며 탈상업적인 80년대 중후반 시절의 노래를 듣고 음악 작업의 꿈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 조용필과 서태지의 위력은 여전해 조용필은 1집부터 13집까지 중 6․11․12집을 제외하곤 전 앨범이 골고루 표를 얻었다. 만약 표가 분산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앨범이 걸작 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다. 서태지는 뮤지션 중 유일하게 두 장의 앨범과 두 곡이 선정되었다.
그와 함께 90년대를 3분한 김건모와 신승훈도 한자리를 차지했으나 신해철의 넥스트가 빠진 것은 약간의 충격이다. 최근의 것으로는 1997년 델리스파이스 1집과 지난해 롤러코스터 앨범이 올라 다시 한 번 비주류의 강세를 반영했다. 곡으로는 R&B 발라드의 매력을 전한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이 뽑혔다.
200108/임진모/MBC가이드
명반 20
공일오비 3집 / 김건모 3집 / 김현식 3집 / 김현철 1집 / 들국화 1집
델리스파이스 1집 / 롤러코스터 1집 / 봄여름가을겨울 1집 / 서태지와 아이들 1집과 2집
시인과 촌장 1집 / 신승훈 2집 / 어떤날 1집 / 유재하 1집 / 윤상 3집
이문세 4집 / 이소라 1집 / 이승환 4집 / 조용필 13집 / 토이 3집
명곡 20
잘못된 만남 - 김건모
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
춘천 가는 기차 - 김현철
슬픈 인연 - 나미
마법의 성 - 더 클래식
그것만이 내 세상 - 들국화
해줄 수 없는 일 - 박효신
난 알아요 - 서태지와아이들
하여가 - 서태지와 아이들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보이지 않는 사랑 - 신승훈
아름다운 강산 - 신중현
아침이슬 - 양희은
그런날에는 - 어떤날
사랑하기 때문에 - 유재하
처음 느낌 그대로 - 이소라
천일 동안 - 이승환
사랑보다 깊은 상처 - 임재범
무지개 - 조규찬
창밖의 여자 - 조용필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김광진(더 클래식) : 자아의 깊은 내적 울림을 알게해준 진정 아름다운 시인 하덕규
마법의 성 / 더 클래식
유영석(가수, 작곡가) :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무지개 / 조규찬
윤사라(가수, 작곡가) : 아름다운 멜로디, 순수한 보컬
보이지 않은 사랑 / 신승훈
임진모(평론가) : 멜로디의 성찬
사랑하기 때문에 / 유재하
이현정(작곡가) : 멜로디의 아름다움이 가슴깊이 전해온다
아름다운 강산 / 신중현
현지운(평론가) : 클래식이나 서구 아트록의 한쪽편에 견줄만한 우리 대중음악의 대작
창밖의 여자 / 조용필
고성진(플라워) : 아름다운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로 처음으로 가장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곡
하여가 / 서태지와 아이들
문창배(작곡가) : 정말 천재성이 배어있는 음악, 국악과 메탈을 접목시켜 댄스음악을 만들어낸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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