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s/19932015. 12.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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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선의 이름 앞에 가수가 붙었을 경우 아마 대부분은 <가요톱텐>에서 이무송, , 이상은, 신승훈 등과 경합을 벌이며 2, 3위권에 머물다 1위에 오른 아라비안나이트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2주간 1위하고 서태지와 아이들하여가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라디오 애청자였다면 홍서범누가 더 머리가 큰 가라는 주제로 잡담했던 기억(거기에 라디오에서 이런 얘기나 한다고 혀를 차던 언론), 후에 이주노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와 음악적 식견을 자랑하던 일들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프로듀서로서의 김준선을 아는 사람이라면 2집 <마마보이>부터 컬트, 뷰투를 거쳐 이후의 작곡가와 프로듀서로서 펼친 역량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1990년대 초반, 작곡도 하고 노래도하면서 프로듀서로의 능력까지 갖추었던 쟁쟁한 젊은 음악감독들, 가령 김현철, 서태지, 신해철, 윤상, 정석원, 이현도, 이승환 등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맨 끝자락에나 이름을 올릴 정도의 지명도밖엔 얻지 못했다. 그 원인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앨범을 꾸준하게 내지 못한 데 있다. 위의 가수들이 본인의 앨범에 집중하면서 고강도의 완성도로 승부를 걸 때 그는 컬트, 뷰투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음악, 그리고 다른 가수들의 음반을 디렉팅하면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상실하고 만다. 거기에 뛰어난 가사로 90년대 중반을 장식한 너를 품에 안으면의 보컬 활동도 군복무로 인해 손정한에게 맡겨야 했다.

 

아라비안나이트마마보이로 인해 랩 하는 댄스가수 이미지가 강하지만(이 외에도 이별을 느낄 때, 애인2, High High, 박영미의 시원한 보컬이 함께 하는 Black Jacket 등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뮤지션인지 증명한다) 그의 저력은 발라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를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한 곡은 너를 품에 안으면이다(2008UJMC로 컴백할 때 아직도 이 곡의 저작권료 덕을 보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거기에 1집의 가을에혼자만의 사랑을 비롯해 2집의 오직 너컬트너를 품에 안으면, 공자의 아들, 뷰투영원, 드라마 <승부사>무사지심, 영화 <비천무>한없는 그리움으로 그댈 다시 만나리로 이어지는 리스트를 보라. 서영은초록별의 전설이승철말리꽃, 미카엘밴드All For You까지 넣으면 그 어느 발라드 작곡가가 부럽지 않다.

 

 

위의 모습들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음악 스타일이 있다. 명칭으로는 얼터너티브 록이 되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도 하이브리드라고 불렀던 장르다(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잡종또는 짬뽕이라고나 할까). 아쉽게도 많은 부분에서 찾을 순 없지만 김준선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인 것은 바로 온갖 장르를 뒤섞고 버무려 해체하면서 완성한 그 독특한 합종연횡의 음악세계가 아닐까 싶다. 이런 성향은 1집의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조금 녹아 있다(원곡은 1990년도 KBS <대학가요축제> 본선에 오른 버전이다. 음원이 있으니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노래방 반주 사운드 같은 편곡으로 랩은 물론 어떤 효과음 하나 없이 까치와 엄지바람과 구름같은 1970년대 캠퍼스 송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제목의 신비롭고 동화 같은 분위기와 달리 잃어버렸던 꿈에 대한 상기를 노래하는 이 곡은 1집의 다른 곡들이 키보드 중심의 평범한 편곡을 취하며 1980년대 후반 발라드 음악의 향수를 전하는데 반해 아랍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와 강한 비트, 다양한 음색으로 징후를 예감하게 한다.

 

이런 본색은 꼴라주 형태의 편곡이 전체를 휩싸고 도는 2집을 통해 드러난다. Prelude Of Neo의 기괴하고 음산한 현대 음악적 화성이 전조를 예감하게 하는 가운데(김준선은 의성어로 음악을 가장 잘 만드는 가수 중 한 명일 것이다) 마마보이는 자장가의 변주와 록 적인 편곡이 베이스로 깔리면서 간간이 신디로 댄스의 흐름을 잡는다(그러다 간주로 기타 독주가 펼쳐지는데 하여가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스크루우지에서는 I Wish Your Merry Christmas와 다양한 시계 효과음으로, 나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모차르트(W. A. Mozart)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이 변주된다. 이런 샘플링이 복합적 음악의 형태로 극대화 된 것은 늑대와 춤을이라는 트랙이다. 여기선 록에서 랩을 거쳐 다양한 의성어가 더해진 뒤 컨트리 웨스턴이 중복되고 부딪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물론 중간의 장르변화는 유기적이라기 보단 짜깁기에 가깝지만). 이런 성향은 발라드라고 예외적이지 않다. 스크루우지는 재즈와 스탠더드적인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아카펠라와 발라드, 성악으로 변하다 뮤지컬적인 요소가 끼어들어 하나의 짧은 드라마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런 잡종형의 음악 스타일은 예상할 수 없는 의외성으로 즐거움을 준다. 이후 컬트뷰투, <비천무> 등에서도 조금씩 연출하고 이주노무제의 귀환에서 강렬해진 모습으로 특출한 개성을 발휘했지만 더 이상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가진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앨범이 아닌 경우 맘 놓고 비 대중적인 노선을 고수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깔끔하기만 했던 2009년 Call On Me는 좀 아쉽다. 아직도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끌어안았다가 해체해버릴 수 있는 뜨거운 피가 남아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UJMC말고 좀 더 개인적인 작품 활동을 싱글이 아닌 앨범 위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0926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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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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