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s/19822016. 2. 27. 05:00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음반 산업이 불황일 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가 그 돌파구를 열어준 것처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음반(최근에는 노래)이 있다. <Thriller>는 레코드와 뮤직비디오 산업 종사자를 늘렸고 엄청난 고용률을 창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은 한 해 한 장 이상 100만장을 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며 조성모To heaven은 뮤직비디오 시장의 팽창을 가져왔다. 원더 걸스Tell Me는 포털 사이트들의 무료 배경음악에 대한 필터링을 시작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다운로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우리가 흔히 뉴에이지라 부르는 음악에도 그 시장을 개척한 절대적 음반이 있으니 바로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December>. 그 명성의 시작은 전작인 <Autumn>부터라고 할 수 있지만 세상은 무엇보다도 이 단 한 장의 음반으로 새로운 음악세계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다. 피아노는 리차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 식의 표현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음악에 대한 관심은 아이돌 멤버의 소속사를 알게 되듯 하나씩 퍼져나가 윈드햄 힐 레이블을, 사장 빌 에커맨(Will Ackerman)을 알게 되었고 커버를 찍은 사진작가 그렉 에드먼드(Greg Edmonds)을 찾게 되었다. 앨범 수록곡들은 라디오의 시그널로 쓰였으며 해마다 겨울이면 캐럴보다 더 많은 음반이 팔렸다. 당연하게도 Thanksgiving은 연인들의 송가가 되었으며 모든 국민이 파헬벨(Pahelbel)카논(Kanon)을 알게 되었고 그 뜻 중의 하나가 돌림노래라는 정보 역시 공유했다. 이렇게 되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솔로 연주자들의 음반을 앞다투어 출시하기 시작했으며(국내에서 그 다음 주자는 데이비드 란츠(David Lanz)였다) 이에 탄력 받은 그래미도 덩달아 1987년 뉴에이지 부문을 신설했다(조지1996년에 상을 받는다). 갑자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자 마치 록음악의 사탄논쟁이나 서태지와 아이들 3의 전초전처럼 기독교계에서는 뉴에이지 음악의 이단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도 이 음반의 승자는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조지 자신이다. 그는 아무 효과음의 도움 없이 피아노 단 한 대로 뉴에이지(자신은 아직까지도 이 명칭보다는 피아노 포크라고 불리길 원하지만) 역사에 완벽하게 이름을 각인시켰다(그리고 이후로 그 누구도 이런 위험에 도전하지 못한다). 풍경화를 염두해두고 만들었다는 제목들은 가사 한 줄 없음에도 마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처럼, 겨울의 더디고 늦은 밤을 함께 해 주는 친구 혹은 한 편의 시 또는 책 같은 줄거리를 선사했다. 거기에는 경건함과 고독과 쓸쓸함이 있었으며 동시에 편안함이 우리의 정서를 배회했다. 덕분에 지금껏 음악으로 춤을 추고 가사에 몰입해 희로애락을 느꼈던 우리는 이렇게 거리감을 두고 세상을 관조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령 바흐(J. S. Bach)의 곡인 Joy를 들어보라. 한없는 기쁨에 날뛰는 즐거움이 아니라 가슴 속으로 표표히 파고드는 즐거움을 관찰자가 감상하는 기쁨이다. Thanksgiving 어떤가. 따뜻하지만 한 해의 수고를 이겨내고 추수를 감사하는 모습을 느끼기에는, 추석을 기뻐하는 우리의 농악이 주는 화려함과 달리 어딘가 서정적이지 않은가? 기존의 악기 편성이 아닌 피아노 한 대가 주는 울림만으로 표현해 내는 음악은 비어 있는 인상을 창출하는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런 여백은 음악과 감상자의 경계선을 그어 놓게 되고 감상자는 포근함과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의 터치는 무게감을 가지고 소리의 아우라가 되어 청자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이 앨범은 2000년마다 시작된다는 말 그대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조지의 다른 음반은 이 같은 류의 성공을 가져오진 못했다. 구매자들은 이 앨범만큼의 만족도를 느끼지 못했으며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의 뉴 에이지 음악으로 시선을 돌렸다. 같은 피아노 계열에서는 데이비드 란츠, 야니(Yanni) 또는 유키 구라모토(倉本 裕基)가 인기를 얻었고 이후에는 앙드레 가뇽(Andre Gagnon), 이사오 사사키(佐佐木功)나 스티브 바카랏(Steve Barakatt), 짐 브릭만(Jim Brickman), 케빈 컨(Kevin Kern)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원영, 한충완, 김광민, 임동창(개인적으로는 노영심을 넣고 싶지만) 같은 대중적인 피아노 연주자들이 나왔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이루마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120120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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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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