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s/20012012.09.07 00:35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었던 한 사운드 엔지니어의 가슴 시린 기억을 살며시 들추어내는 이 영화는 한 번 쯤은 잊을 수 없는 사람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낸 이들에게 보내는 추억의 편지다.

 

냉냉한 초봄의 기운처럼 다가온 사랑은 어느덧 완연히 무르익은 봄과 함께 따스한 즐거움을 공유하다 진부한 여름처럼 서울과 강릉만큼의 먼 거리를 마음속으로 환원시킨다. 그 미칠 것 같던 밤들은 어느새 새벽이 되어 생채기 난 상처들을 치유하고 관조적인 모습으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어쩌면 인생에서 한 번 밖에 없을지도 모를 봄날을 그렇게 보낸다.

 

봄날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소리다. 그런 면에서 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리는 이 영화에서 빛나는 조연이다. 사운드트랙으로 완벽히 들을 수는 없지만 대숲소리와 산사에서 눈 내리는 소리, 보리밭 바람소리 등은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탁월한 시퀀스였고 빗소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오래된 가락, 이영애의 허밍으로 들을 수 있는 Plaisir D'Amour 등은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나게 하는 좋은 소재들이다.

 

절친한 친구인 허진호 감독의 단편영화 <고철을 위하여>에서부터 음악을 시작한 작곡가 조성우"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게 평가한다"<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순애보>, <선물> 등을 거쳐 또 한번 멜로물에서 훌륭한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아련한 과거를 소담하게 젖게 하는 One Fine Spring Day, 지태의 담담한 듯 애절한 회고록 그 해 봄에,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에서 활약하며 미국 브로드웨이를 누비는 이소정사랑의 인사 등은 모두 그의 작품으로, 우리 모두를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그 시절로 인도하며 영화의 반은 음악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O.S.T.에는 이외에도 일본 음악계의 베테랑 마츠토야 유미가 만든 봄날은 간다자우림김윤아가 불러주고 있으며 박시춘봄날은 간다조성우김상헌의 편곡으로 각각 2트랙에 걸쳐 싣고 있고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로 잊을 수 없는 날들에 대한 짙은 회상을 반추하게 하는 장인 심성락의 넓은 깊이 또한 회상의 옷자락을 휘날리게 한다.

 

추석에 맞붙은 <조폭 마누라>에 몰표를 던진 10대들은 지나간 사랑에 관한 이 잔잔한 파노라마를 지금은 지루하고 달갑지 않은 퇴행적 복고주의의 한 산물로 여기고 내버리겠지만, 10여 년이 지나 이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들춰 볼 기회가 있다면 뇌리에서 리플레이되는 Plaisir D'Amour의 허밍처럼 추억의 한숨을 한 모금 마실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영원할 것 같았던 봄날의 햇살에 잠시 눈이 멀게 될 것이다.

 

 

20011001 웹진 이즘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와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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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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