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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s/2001

봄날은 간다 - 조성우 / 2001

by 현지운 Rainysunshine 2021. 4. 5.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었던 한 사운드 엔지니어의 가슴 시린 기억을 살며시 들추어내는 이 영화는 한 번 쯤은 잊을 수 없는 사람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낸 이들에게 보내는 추억의 편지다. 그 서사를 통해 어쩌면 사랑의 시작과 끝을 일반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냉냉한 초봄의 기운처럼 다가온 사랑은 어느덧 완연히 무르익은 봄과 함께 따스한 즐거움을 공유하다 진부한 여름처럼 서울과 강릉만큼의 먼 거리를 마음속으로 환원시킨다. 그 미칠 것 같던 밤들은 어느새 새벽이 되어 생채기 난 상처들을 치유하고 관조적인 모습으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어쩌면 인생에서 한 번 밖에 없을지도 모를 봄날을 그렇게 보낸다.

 

봄날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소리다. 그런 면에서 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리는 이 영화에서 빛나는 조연이다. 사운드트랙으로 완벽히 들을 수는 없지만 대숲소리와 산사에서 눈 내리는 소리, 보리밭 바람소리 등은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탁월한 시퀀스였고 빗소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오래된 가락, 이영애의 허밍으로 들을 수 있는 Plaisir D'Amour 등은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나게 하는 좋은 소재들이다.

 

절친한 친구인 허진호 감독의 단편영화 <고철을 위하여>에서부터 음악을 시작한 작곡가 조성우"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게 평가한다"<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순애보>, <선물> 등을 거쳐 또 한번 멜로물에서 훌륭한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아련한 과거를 소담하게 젖게 하는 One Fine Spring Day, 지태의 담담한 듯 애절한 회고록 그 해 봄에,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에서 활약하며 US 브로드웨이를 누비는 이소정 사랑의 인사 등은 모두 그의 작품으로, 우리 모두를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그 시절로 인도하며 영화의 반은 음악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런 곡들 외에도 일본 음악계의 베테랑 마츠토야 유미가 만든 봄날은 간다자우림김윤아가 부른다. 그리고  박시춘봄날은 간다조성우김상헌의 편곡으로 각각 2트랙에 걸쳐 싣고 있고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로 잊을 수 없는 날들에 대한 짙은 회상을 반추하게 하는 장인 심성락의 넓은 깊이 또한 회상의 옷자락을 휘날리게 한다. 2016년 송현욱 연출 박해영 극본의 <또! 오해영> 7회에서 오해영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봄날은 간다를 듣는다. 재밌게도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박도경도 사운드 엔지니어 역을 소화하고 있다.  

 

추석에 맞붙은 <조폭 마누라>에 몰표를 던진 10대들은 지나간 사랑에 관한 이 잔잔한 파노라마를 지금은 지루하고 달갑지 않은 퇴행적 복고주의의 한 산물로 여기고 내버리겠지만, 10여 년이 지나 이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들춰 볼 기회가 있다면 뇌리에서 리플레이되는 Plaisir D'Amour의 허밍처럼 추억의 한숨을 한 모금 마실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영원할 것 같았던 봄날의 햇살에 잠시 눈이 멀게 될 것이다.

 

20191001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와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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