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2013.01.20 22:00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조규찬음악이 목적이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1). 그의 말에서 우리는 음악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들의 탄식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정말 그렇게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 음악인들이 예술혼을 불태웠던 시대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중이 주체가 된 지금의 음악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발현하기보다는 다른 어떤 것에 부속품처럼 끼여 소비되고 있으며 표현은 과거에 비해 너무 직설적이다 못해 저급의 범주로 묶을 수 있을 만큼 말초적이다. 조규찬의 말은 이런 비슷한 것을 의미할 것이다. 사실 이런 안타까움을 견디다 못한 음악인들의 반격은 항상 있어왔다. 2003이효리의 득세에 반발한 평론가 진영은 한국대중음악상을 출범시켰으며2) 김도향박현빈의 노래 샤방샤방의 가사를 질타하며 현 음악계의 철학이 부재한 것을 한탄했다3). 조덕배 역시 김혜연참아주세요 가사를 예로 들며 제작자의 행태를 비판했다4).

 

그런데 여기, 음악만이 목적이 아닌 한 무리가 있다. 그들은 대놓고 음악을 인기구축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웃음의 한 소재로 전락시킨다. 바로 개그맨들이다. 이들은 음반 판매로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에도 끊임없이 발매하며 가수로서의 성공보다는 행사나 유흥업소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활동 영역을 늘려 수익의 다변화를 꿈꾸는 집단이다. 어느 정도 알려진 곡만 있어도 행사하기 훨씬 수월해지며 시간도 줄일 수 있고 페이도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정말 음악에 목숨 건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그런데 이들이 음악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 음악을 신성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개그맨들의 음반 발매는 개나 소나 다라는 수식어로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는 시대이고 심지어 음악마저도 철학적으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다. 존 케이지(John Cage)의 도발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진은숙과 같은 음악가의 공연을 한 번 가보라. 종이 날아가는 소리,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 등이 다 음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라고 말하는, 그 어떤 순수한 기준의 형태는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음악이 목적이던 사람들은 있었을지 몰라도 음악이 목적이던 시대는 없었다

 

 

개그맨들이 앨범 내는 것을 지망하고 있는 데는 사실 박명수의 공로가 혁혁하다. 개그맨 김정렬숭구리당당 숭당당하나로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을 보고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가수가 되기로 작정한 것도 비슷하다. 어느 날 행사장에서 MC를 보다 하루 종일 떠들고 웃기는 자신에 비해 노래 2-3곡 부르고 엄청난 액수의 돈을 챙기는 가수를 보고 뚜껑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중대한 결심을 한다5).

 

지금은 성공한 연예인의 한 명으로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그에게 있어 가수로서의 앨범을 내는 것은 훌륭한 사업 수단이었던 것으로 판명 내릴만 하지만 그가 첫 앨범을 낼 때, 혹은 3집을 낼 때 까지만 해도 모두를 젓고 혀를 찼다. 유로댄스를 싼티의 절정으로 만드는 기가 막힌 재주, 코믹가사(대부분의 개그맨들이 폄하되는 이유 중 하나다), 거기에 유명한 오동도 사건에서와 같은 무모한 발성이 빚어내는 라이브 불가. 개그맨가수라는 편견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그의 모든 음반은 바다의 왕자를 제외하곤 모두 관심을 얻지 못했다. 자비로 만든 1, 제작자와 공통투자로 만든 2, 전액투자를 이끌어낸 3집 그리고 솔로 음반 뿐 아니라 김시영과 함께 한 언발란스, 이재수, 김학도와 함께 한 캐롤 음반 역시.

 

그는 앨범이 실패해도 계속 내는 이유를 개그의 한 소재로 써먹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사상 최고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 더 이상 실패한 가수로 머무는 것에 실패했다. 특히 2집 수록곡 바다의 왕자는 당시 발표에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받기는 했지만 <무한도전> 이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노래 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수용자들의 재평가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드디어 결혼을 앞두고 발표한 바보가 바보에게는 정상권에 올라섰다. 기이하게도 이것은 모든 가수들의 로망인 TV활동에 전혀 기대지 않고 이뤄낸 것이다. 하하너는 내 운명이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올라선 것을 봤을 때 그가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했으면 1위도 넘볼 수 있는 상황 이였다. 하지만 그의 모든 노래 통틀어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주인을 잘 못 만난 곡은 개그맨가수라는 꼬리표에서 개그맨이라는 부분을 상당히 희석시키며 그를 가수로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무한도전 듀엣 가요제>에서는 제시카와 부른 냉면이 드디어 차트의 정상에 올라선다. 그리고 개그맨으로서는 유일하게 성공한 겸업가수의 표본이 되는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다.

 

목이 쉴까봐 노래연습 안하고 노래는 다 기계가 만드니 좋은 기계를 써야 한다고 개그맨답게 말하는 그에게 진지한 예술가정신을 들이대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우리는 그를 비롯한 개그맨가수들에게서 엄숙주의가 돌파하지 못하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을 아주 쉽게 접근하게 해 주는 방법론을 배운다. 예를 들어 성형을 소재로 한 탈랄라나 외모에 반해 꽃뱀에게 당한다는 롱다리, 독도문제를 노래로 만든 We love Dokdo와 같은 노래들로부터 말이다.

 

그럼에도 개그의 소재로 승화하는 겉모습에 비해 음악적인 면을 훑어보면 의외의 모습이 없지는 않다. 그에게는 좋아하는 음반을 찾아 중고시장을 하루 종일 훑고 다녔던 마니아의 정신이 있다. 라디오 DJ할 때의 멘트를 유심히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날카로운 음악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웃기 위해 그의 음반을 듣는 사람이라면 웃긴 노래가 별로 없음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또 그의 데뷔는 콩트나 만담이 아닌 모창 이였다. 닮은 외모가 한 몫 하기는 했지만 당대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인 이승철을 흉내 낸다는 것은 치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1집에서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물론 이승철의 피쳐링을 받아내기에 이르고 최근에는 이승철 콘서트의 게스트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걸로 봐서 그의 20년 가까운 이승철사랑은 이승철에게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듯하다.  

 

 

이후 그는 직접 제작에 뛰어들어 신사동 호랑이와 함께 작업한 Fyah란 곡으로 이효리가 돌아온 가요계에서 측면 돌파를 시도했었고 카라니콜고래란 곡을 발표해 냉면의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무한도전>에서 뮤지션들과의 합작을 통해 개최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지드래곤과 함께 부른 바람났어란 곡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 곡은 주간차트는 물론이고 국내의 음원과 음반을 총결산하는 가온 연말 결산차트와 멜론 연말결산에서 2위를 기록해 그의 최고 인기곡이 되었다.

 

그의 음악적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 특집에서 김범수리쌍광대를 리메이크한 그는 <나는 가수다2> MC를 통해 가수들의 긴장을 희석시키는 역할로 찬반에 휩싸였지만 정엽꿈이었을까를 발표해 음악에 대한 진지한 모습을 보였고 2012년에는 어린 시절부터 꿈 꿔왔던 유로댄스 작곡가의 꿈을 이룬다. 바로 연제협으로부터 방송사의 독과점이라는6) 공격을 받은 무한도전 <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을 통해 방배동살쾡이란 예명으로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것이다. 박명수가 작곡한 모든 곡은 발표한 그 주에 모두 10권에 드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으며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소녀시대백지영 등 기존의 인기가수들을 누르고 10일 이상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함으로써 연제협은 가수들의 설자리를 뺏는다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많은 반론이 이어지면서 무한도전팀을 옹호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편이다2014년에는 김예림, 유엘명수네 떡볶이를 발표했고 현재는 DJ로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1) 20100316 스타투데이 머니뉴스 이수현 기자

2) 20040223 오마이뉴스 박형숙 기자

3) 20081015 헤럴드경제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4) 20081022 뉴스엔 엔터테인먼트부

5) 20100415 박명수의 두시의 데이트 <내 인생의 노래> 성대현

6) 20130117 http://www.kepa.net/bbs/board.php?bo_table=news

 

20100420 / 20130120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2015/02/23 - [2000's/2008] - 바보에게 바보가 - 박명수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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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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