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화음악은 각각의 연대에 히트작이라 불릴만한 것을 적어도 한 작품씩 배출했다. 1960년대에는 작곡가 백영호가 만들고 이미자가 불러 당시 축음기가 있는 사람은 모두 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동백아가씨>, 1970년대에는 이장희가 만들고 불러 술집 아가씨와의 로맨스 붐을 일으킨 <별들의 고향>, 1980년대에는 강인원이 만들고 권인하, 김현식 등과 불러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비 오는 날 수채화>, 그리고 1990년대에는 아마도 최초의 스코어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는 김수철의 <서편제>와 음악감독 조영욱이 곡을 골라 세팅했던 영화 <접속>의 O.S.T.가 그것들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음반판매량의 전반적인 저조와 더불어 판매고가 기존보다는 높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조영욱이 음악을 담당한 <올드보이>에서 심현정이 작곡한 미도의 테마가 히트되었고 2000년대의 대표적인 영화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영욱은 이런 우리 영화음악사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을 떠맡고 있다. 영화 <접속>의 음반이 이루어 낸 성공 때문이다. 위의 리스트들을 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우리 영화음악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오리지널리티이다. 작곡가가 붙어 모든 음악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스코어와 창작곡으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접속>의 폭발로 인해 그 공식이 부서져 버렸다. 최초로 해외 곡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한 이 음반은 순수 창작곡이 아니더라도 영화와 궁합만 잘 맞으면 창작곡 이상의 시장성이 있음을 발견해냈다. 이런 삽입곡의 인기는 영화 <쉬리>의 When I dream으로 절정을 이룬다. 무엇보다도 이 음반은 향후 컴필레이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데 원초적 불씨를 제공한다. 컴필레이션 시장은 NOW, MAX의 팝 컴필레이션의 성공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국내에서는 조성모가 부른 가시나무의 대폭발로 인해 모든 가수들이 한 장 이상의 리메이크 앨범을 제작하는 관행을 창출한다.
위의 것과 연계 되서 그로 인해 ‘음악감독’이란 직업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 이전까지는 영화음악은 작곡가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접속>의 폭발로 인해 음악선곡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수퍼 바이저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음악감독은 그 중 작곡가와 곡을 만드는가 선곡하는가의 차이로 갈린다. 음악감독은 그것에 대해 스토리를 보고 적재적소에 알맞은 음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창작곡이 될 수도 있고 기성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 조영욱의 선곡이 성공을 거두자 그에 대한 비판으로 작곡을 하지 않고 있는 곡을 가져다 쓰는 것이 대두가 됐다. 영화음악을 값싼 컴필레이션 중 하나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찍부터 이런 비판을 비껴가는 방법을 착안했다. 바로 재능 있는 신인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이였다. <텔미섬씽>, <공동경비구역 JSA>, <해변으로 가다>의 방준석,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해피엔드>의 김규양, <조용한 가족>의 전상윤, <하루>의 이현향, <공공의 적>의 카입, <빙우>, <밀애>, <친절한 금자씨>, <클래식>의 최승현, <발레교습소>의 김동기, <용의주도 미스 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가을로>의 홍유진, 홍대성, 그리고 <올드 보이>의 심현정, 이지수 등이 그들이다. 특히 <올드 보이>에선 심현정이 작곡한 Last Waltz가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그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과 함께 하며 스코어는 신진 작곡가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전체적인 사운드트랙의 흐름을 주도하고 스코어와 기존의 곡을 적절한 곳에 삽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영화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는 첫 직장이 음반회사가 되면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노래를 선곡하고 가수를 선별하는 일을 했던 그는 음악 샘플들을 받아 어떻게 장사를 할 것이냐를 기획하고 마케팅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회사인 CF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활동의 반경을 바꾸었으며 그러다 친구 소개로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작가로 일하게 되었다. <접속>의 음악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은 이 때였다. 절묘한 선곡으로 단숨에 주요한 인물로 떠오른 그는 정은임 아나운서가 방송을 하차하면서 자신도 작가의 일을 관두고 영화음악에만 매진하게 되었다.
영화음악으로 성공한 그는 <친절한 금자씨>에선 제작자로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시 새로운 작가들을 기용하고 뮤지션들을 발굴해 영화와 함께 녹이는 작업이 우선으로 보인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을 이쪽으로 많이 끌어들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독과점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음악에 대해서는 “영화의 숨은 그림을 음악이 끌어내서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영화 음악계에서 선곡의 중요성을 일깨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그의 철학이 담긴 말이다. 그의 행보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다시 파고를 일으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위의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는 우리 영화음악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매김을 했다.
2008 제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
2003 대한민국 영화대상 음악상 - 클래식
2004 대한민국 영화대상 음악상 - 올드 보이
2009 청룡영화상 음악상 - 박쥐
2013 청룡영화상 음악상 - 범죄와의 전쟁
1996 접속
1998 해가 서쪽에서 뜬 다면 / 조용한 가족
1999 해피 엔드 / 텔미 섬씽
2000 하루 / 공동경비구역 JSA / 해변으로 가다
2001 공공의 적
2002 밀애
2003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빙우 / 실미도 / 올드 보이 / 여섯 개의 시선 / 클래식
2004 발레교습소 / 여선생 VS 여제자 / Some
2005 친절한 금자씨 / 혈의 누
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가을로 / 비열한 거리
2007 용의주도 미스 신 / 나도 모르게(단편) : Out of My Intention
2008 강철중 : 공공의 적 1-1
2009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2013 범죄와의 전쟁
20100610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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