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유성기를 너무 좋아해 나오는 곡마다 따라 불렀던 고복수는 경상남도 울산의 기계국수집을 하던 잡화상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이미 교회에서는 노래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었고 보통학교에서는 언제나 학예회 마다 뽑혀나가 창가를 불렀다.
23살 때 조선일보가 후원하고 콜롬비아 레코드사가 주최했던 콩쿠르 부산지역예선에서 1등을 차지한 그는 부모 몰래 금고에서 60원을 빼낸 뒤 부푼 가수의 꿈을 안고 곧장 서울행 밤 열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서울 본선대회에서 지정곡인 두견새 우는 밤(비견)과 자유곡 처량한 밤(낙화암)을 불러 3등을 차지한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여자 입상자들에게 빼앗겨 음반 발매가 늦어졌다가 당선자 발표 음악대회에서 OK 레코드 사장 이철의 이목을 끌어 이후 작곡가 손목인의 권유로 계약금 천원과 월급 80원에 OK 레코드사의 전속 가수가 된다.
그의 데뷔곡은 3박자 형식을 가진 타향살이였다. 원 제목이 타향인 이 곡은 당시 국내의 열악한 녹음기술로 인해 일본 오사카에서 녹음한 곡이다. 이 곡으로 인해 그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 ‘한국의 게리 쿠퍼(Gary Cooper)’라는 닉네임을 얻는다. 축음기 보급률이 30만대이던 당시 이 음반은 단숨에 2만장을 팔아치웠고 이후 계속해서 팔려나가 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곡은 당시 나라 잃은 설움으로 지쳐있던 국민과 나라를 등지고 떠난 실향민들에게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되었으며 국내는 물론 만주에서도 많이 불려졌다. 이 단 한 곡으로 그는 인기가수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1)
그의 인기는 이원애곡, 사막의 한, 짝사랑, 휘파람 등의 노래로 이어지며 1930년대의 중반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특히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로 시작되는 짝사랑의 인기는 그를 최고의 가수 반열에 오르게 했으며 1936년과 1937년을 ‘고복수의 해’로 보내게 만든다.
남인수, 김정구, 백년설 등의 신진세력 등이 등장할 즘 그는 OK레코드 산하의 조선악극단에서 빅터레코드 산하의 반도악극좌로 이적하고 가극 <춘향전>에서 만난 황금심과의 열애에 이은 결혼으로 세인의 관심을 다시 한 몸에 받는다. 이후 그의 인기는 1939년 피장파장, 1941년 황금심과의 듀엣 곡 풍년송을 끝으로 그만 역사 속으로 퇴각한다. 이후 무대 공연 위주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북한군에 잡혀 강제 입대하게 되었고 남한군에 의해 구출되어 군예대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비좁은 스타덤을 견디지 못하고 1957년 8월 8일 국립극장에서 가수 생활 25년을 결산하는 은퇴공연을 치른다.
이미 악극단을 운영했던 그는 가요계를 떠난 뒤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학원인 동화예술학원을 차려 이미자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이후의 운수업, 영화 제작 등이 실패하면서 서적 외판원 생활 등의 생활고를 전전하다 1972년 고혈압으로 이 세상과의 인연을 마감했다.
그의 첫째 아들 고용준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셋째 아들은 <보고 또 보고>, <여인천하>, <다모> 등의 음악을 만든 고병준이고 둘째 며느리는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이름 없는 새, 그대는 바람 등을 히트시킨 가수 손현희다.
그의 고향 울산시 울산동에는 노래비가 1991년에 건립되어 흉상과 타향살이의 가사가 새겨져 있고 울산에서는 해마다 11월에 <고복수가요제>가 열리고 있다.
20111211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1) 1935년 잡지 삼천리가 주최한 이 투표의 최종집계 표수는 1~9월 1만 130표에 달했다. 남자가수 1~5위는 채규엽 김용환 고복수 강홍식 최남용, 여자는 왕수복 선우일선 이난영 전옥 김복희 순서였다.
원자료: 이 땅에서 스타로 산다는 것은 - 대중가수의 탄생에서 귀환까지 /역사비평 2010 봄호 /장유정
1934 타향(살이) (OK레코드/금능인/손목인)
1934 이원애곡 (OK레코드/금능인/손목인)
1934 휘파람 (OK레코드/금능인/손목인)
1935 사막의 한 (OK레코드/금능인/손목인)
1935 꿈길천리 (OK레코드/남풍월/손목인)
1936 짝사랑 (OK레코드/박영호/손목인)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고
부평 같은 내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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