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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김추자 19510102

by 현지운 Rainysunshine 2017. 1. 1.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 이제는 역사 속에서 하늘 거리는 이 표어는 1970년대 초반 남한을 강타한 한 여성 가수, 김추자를 깨우는 비문이다.


김추자는 1969년 대학 진학을 위해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온다. 어릴 때부터 내리 반장을 지내면서도 춤과 노래에 일가견이 있던 이 당찬 소녀는 대학 신입생을 위한 노래자랑대회에 나가 솟구치는 가창력으로 1등을 차지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고 무조건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주위의 핀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작정 당시 히트곡 제조기로 소문났던 신중현을 찾아간다. 이는 김추자의 형부 소개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당돌한 소녀가 앞에 나타나자 신중현은 "대어감이라는 느낌이 전율처럼 몸을 감쌌다. 그러나 겸손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친듯이 조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 걸릴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이 아가씨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늦기 전에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의 악보를 받아들고 1969년 가을 첫 앨범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가수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단 작곡가의 이름을 앞세우던 시절이라 <신중현 작곡집>이라고 이름 붙은 LP의 앞면을 채웠고 B면이라 부르는 뒷면은 서유석김선이라는 가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김추자의 본격적인 인기는 다음 해 봄 다른 곳에서부터 왔다. 연속극 주제가로 쓰였던 님은 먼 곳에가 드라마와 더불어 터진 것이다.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돋보였던 훤칠한 체격과 풍부한 성량, 육감적인 음폭에 귀를 후벼파는 다양한 창법 등이 대중을 사로잡은 것이다. 거기에 신중현의 강한 기타가 뒷받침 된 음악성도 한 몫했다. 김추자는 이 한 곡으로 단숨에 최고 가수가 되었고 여러 신인상과 TBC에서 주는 최우수 여자 가수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1971년에는 꽃잎거짓말이야가 국내 최초의 수출용 영어인쇄 음반 <Golden Hit Album>에 수록되어 요즘 한류의 주인공들과 같은 인기를 누렸다. 무엇보다도 군부독재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트로트를 비롯해 정치와 무관하던 자연을 은유로 삼은 노래들로 세월을 보내던 음악팬들에게 거짓말이야는 일대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이 노래는 여성이라면 곱고 조신한 소리를 내야 했던 당시에 약간 허스키한 음색에 섹스 어필하는 자태와 라인을 강조한 몸매 등으로 유교사상의 암담한 이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이 나라를 뒤흔들었고 젊은이들에게는 사이키델릭한 악마적 감성으로 혼란같은 문화적 충격을 가했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세상은 쾌활하게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던 이 소녀를 가만 두지는 않았다. 마치 미국의 록큰롤이 기성세대에게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김추자에 대한 흑색선전은 그녀의 손동작이 남파간첩에게 보내는 신호라는 등, 레드컴플렉스와 결합해 노골적으로 이 새로운 문화의 주도자에게 색안경을 씌웠으며 매니저 일을 보던 폭력배의 일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로인해 3회에 걸쳐 안면 복원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얼굴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상처를 입는다. 이 일은 콘서트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쉴 여지도 가질 수 없었고 투혼을 발휘해 무대에 서긴 했지만 그 후 대인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김추자그녀는 왜 아니 올까, 그럴 수가 있나요, 무인도 등을 발표하며 지속적인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인기의 절정은 1974년 리사이틀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 최정점은 너무나도 빨리 내려왔다. 1975년 4월 정부의 가요 규제조치인 긴급조치 9호로 인해  모든 곡은 금지곡으로 묶였고 신중현, 이장희, 윤형주 등 거의 모든 가수들이 대마초를 소지한 혐의로 끌려가 가수활동이 전면 금지 되었다.


이후 그녀는 여러 차례 재기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1981년 결혼과 함께 쇼비지니스계를 떠나야 했고 1986년 TV 프로그램의 단독쇼에 한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컴백설에 제기되던 김추자는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2014년 가요계로 돌아왔다. 제목을 <It's Not Too Late>으로 잡은 것만 봐도 얼마나 그동안 돌아오고 싶었는지 마음으로 느껴진다. 앨범을 앞두고 신중현과의 저작권 문제로 노이즈 마켓팅 비슷한 느낌을 주며 화제를 양산했던 그녀는 몰라주고 말았어를 비롯한 9곡이 수록된 새 앨범과 함께 코엑스에서 공연을 가졌다.  


200107 / 2014071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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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진정 나를 몰라주고 말았어


[1960s/1969] - 님은 먼 곳에 - 김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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