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s/20002013.10.02 05:00


해마다 여름이면 디즈니표 패밀리 엔터테인먼트가 찾아온다. 여러 가지 캐릭터 상품들과 그에 연계한 음식물들,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사운드트랙과 함께.

 

올해 디즈니의 음악은 약간 이상하다. 그간 유명 아티스트들을 포섭해 양질의 곡을 제공함은 물론, 배급되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그 나라의 언어로 된 곡들로 번안 버전도 만들었던 디즈니는 올해 단 한 곡의 가사도 들어 있지 않은 앨범을 내놓았다(아프리카 토속음에 연계한 보컬로 악기를 대체한 곡은 있지만). 오히려 그들의 라이벌인 드림 웍스가 과거 <라이언 킹(Lion King)>의 영광에 일조 했던 엘튼 존(Elton John)에게 맡긴 <엘도라도(Eldorado)> 사운드 트랙이 디즈니의 본 모습에 더 가깝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ILM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디지털 도메인에 전혀 도움을 입지 않고 4년간의 극비 프로젝트 끝에 디즈니 자체의 순수한 기술로 완성한 이 영화의 물량 공세는 실로 엄청나 실사 배경과 C.G100% 합성, 실제 촬영을 위한 3D 카메라와 워크북의 개발로 인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드디어 상상력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그런 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디즈니 만화영화가 고수하는 스토리의 오랜 형식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우여곡절 끝에 고아나 외톨이가 되고, 어느 인정 많은 대부에게 발견되어 행복한 유년 시절을 겪다가 환경의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하고 곧 잠재해 있는 능력을 발휘해 영웅적 행위를 하게 되며, 더 나아가 현명한 지원자(대부분은 여성성을 가진 부류)를 얻고 전통적인 불합리에 항거해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 말이다. 이 영화도 그런 면에서 별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작품 <타잔(Tarzan)>만 보더라도 약간의 변형된 텍스트로 그 형식화된 틀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대적인 물량 공세의 십자포화 속에서 장족의 성장을 보인 테크놀러지의 발전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산업의 소프트웨어가 영화라는 시각적 만족을 위해 응축되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한다. 아무리 줄거리가 똑같아도 우리는 다른 시각적 효과에 의해 전혀 색다른 체험을 하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면 영화에 있어서 음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음악이라는 것은 시각적 효과를 위한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실로 불덩이가 쏟아지는 장면에서 나오는 The End of Our Island는 관객을 압도하는 사운드로 전율케 하지만 아무도 극장을 나와서 그 음악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기억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시각 효과는 영화에서의 음악을 다른 여타의 장비들과 같은 보조 장치로 하락시킨다. 올림픽의 마스 게임이나 각종 행사의 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 음악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 만들기 시작한 뮤직비디오가 자체의 스토리를 가지면서 기존의 음악과는 별개의 노선으로 나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언제나 음악은 '볼거리'에 있어서 항상 2인자의 역할만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니체(F. Nietzsche)<비극의 탄생>에서 바로 이것을 고민한다.

 

<다이노소어>의 음악을 맡은 이는 이미 50여 장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베테랑 제임스 뉴튼 하워드(James Newton Howard). 그는 장인다운 풍모로 여유 있고 부드러운 솜씨를 발휘해 음악을 주무른다. 오케스트라의 미끈한 호흡은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의 장엄함과 모리스 자르(Morris Jarre)의 화려한 선율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Raptors/Stand Together, Across the Desert와 같은 곡들은 쿠스코(Cusco)<Apurimac>을 연상시킨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공룡들의 이동 장면을 마치 한편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은, 공룡들이 그렇게도 원했던 신천지를 찾았을 때의 감동은 It Comes with A Pool과 같은 곡이 만드는 것이다.

 

영화음악은 이름에서부터 이미 영화에 예속된 것이기 때문에 화면의 빈약함을 보충 해주는 구실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자체로의 작품성을 가지는 경우도 물론 왕왕 있지만 디즈니표 패키지의 선물꾸러미 중 하나인 사운드트랙은 소비자들의 구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다이노소어>는 여러 면에서 예전과는 다르다. 그 흔한 러브 테마나 주제곡 하나 없으니 말이다. 끝까지 스코어에 중점을 둔 것은 확실히 고정 소비층의 구미보다는 영상 자체의 작품성에 강한 비중을 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전개도 그렇다. 디즈니식 유머가 등장하지 않는 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는 정말로 전무후무한 일이다.

 

드림 웍스와 폭스가 가세한 만화영화 시장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그것은 후발주자인 두 회사가 이제는 디즈니식 문법을 어느 정도 그들의 노하우로 익힌 탓이다. 그러나 선발주자로서의 야심에 찬 실험이 계속되는 한 디즈니는 선두 자리를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것이 디즈니의 새로운 전략이 될 지는 더 기다려야 한다. 또한 그로인해 파이가 커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도 몇 작품을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뒤이어 나올 <환타지아 2000(Fantasia 2000)>이 그 모습을 완전히 보여줄까? 경쟁사의 답가가 기다려진다.

 

200103 / 2013100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1930's/1939] - Main Title (Gone With The Wind) – Max Steiner 

[1970's/1978] - Cavatina – John Williams 

[1980's/1986] - The Mission (O.S.T) - Ennio Morricone 

[1990's/1992] - Main Title (The Last Of The Mohicans) – Trevor Jones 

[1990's/1996] - Theme From Mission : Impossible - Adam Clayton and Larry Mullen,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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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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