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카페는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신해철이 1991년 발표한 2번째 솔로 스튜디오 앨범 <Myself>에 수록한 곡으로 멜론(뮤직박스) 주간 2위, 연말결산 40위 등을 기록했다. 신해철은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밀었으나 회사 측에서 내 마음 깊은 곳에 너를 밀어 좌절되었다가 음반이 잘 나가지 않자 다시 이 곡을 프로모션하면서 이후에는 <Myself>의 타이틀곡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해철은 2008년 이즘과의 20주년 축하 인터뷰에서 “재즈 카페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구실을 했어요. <Myself>가 나올 때는 여전히 발라드가 휩쓸던 시대 아니에요. 회사에서 내 마음 깊은 곳에 너를 타이틀로 한다고 했는데, 난 싫다고 재즈 카페로 간다고. 그 때는 프로모션 매니저까지 지휘할 권력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 마음 깊은 곳에 너를 밀었는데 잘 안됐죠. 그런데 재즈 카페로 미니까 갑자기 판이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신해철은 이곡을 1998년 발표한 <Crom's Techno Works>와 2007년 자신의 재즈 앨범인 <The Songs For The One>에서 리메이크 했고 2011년엔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자우림이 리메이크해서 그 주 공연에서 1위에 올랐다.
신해철은 2011년 MBC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자신의 베스트 곡을 뽑으면서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헤비메탈과 하드록과는 다른 이야기로 제가 우리나라 미디음악 1세대가 되는데요, 저 이전에도 미디음악을 연구하던 분들이 계셨지만 당시에는 미디의 장비가 너무 발달하지 않아서 학자적인 연구 외에는 실용성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그게 실용화될 수 있을 즈음에 저와 제 동료들이 미디와 시퀀서를 사용해 음악을 하기 시작했죠. 재즈 카페 같은 이 비트는 그 당시 우리나라 드러머들이 전혀 연주할 수 없는 비트여서, 그런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제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음악을 하나도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기계를 통해서 우연히 임시로라도 접근할 수 있을 때 하게 되었어요. 초창기 랩 음악은 정식 드러머를 쓸 돈이 없어서 싼 드럼 머신과 몇 개의 비트로 음악을 만들었는데요, 상황이 그런 음악을 만들었듯이 재즈 카페도 옹색하고 궁색하게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시도였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굉장히 럭셔리하게 받아들여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했죠.”
2014년 예스24 김태훈과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원래 댄스 가수 출신이잖아요(웃음). 제가 공연할 때 사람들이 헤드 뱅잉을 하고 뛰는 것도 좋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제가 만든 음악에 사람들이 춤을 추는 거예요. 잠옷 차림으로 자기 방에서 혼자 제 음악을 들으면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생각해요. 그런 목적으로 제 음악이 쓰여 졌으면 하고요. Princess Maker같은 노래들은, 자기 전에 머리맡에 재떨이나 와인을 갖다 놓고 한 번씩 흔들어 주고 자는 용도를 상상한다고 할까요. 저한테 댄스 뮤직이라는 이미지는 항상 ‘남녀 애인이 므흣한 시간대에, 사적인 공간에서, 남친이 기다리고 있을 때, 의외의 복장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춤을 추는’ 그런 이미지라고 할까요. 저에게 댄서블한 음악의 이미지는 방송국의 쇼에서 연예인이 춤을 추고 있거나 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재즈 카페도 그런 류였던 것 같아요(웃음)”라고 말했다.
신해철과 윤상은 이 곡으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1996년 노댄스 결성에 관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상은 1991년 자신의 작업실에 나타난 신해철을 보고 "저 녀석 웬일로 여기 왔지"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해철이 재즈 카페 데모 테이프를 틀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변해 음악 듣게 된 윤상이 즉석에서 술병을 들고 와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가사는 전체적으로는 젊은 층에서 느끼는 도시화에 대한 고독과 소외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화자의 정체성을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자는 재즈카페에서 피아노 치고 노래하며 관객들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의 음악을 듣는 척하면서도 저마다 각자의 일에 심취해 화자를 외면한다. 정작 관객을 위해 음악을 들려주는 자신이 소외되는 현상에 대해 화자는 자괴감 같은 걸 느낀다. 물론 카페의 문을 닫을 때 쪽지나 편지를 전달하는 한 두명의 팬들이에게 위로 받기도 하지만. 화자의 상황은 신해철의 경험일 가능성이 크다. 2003년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향성을 잡고 이러이런 걸 해 보고 싶다는 개념이라도 세워 놓고 한 건 솔로 2집 때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밤무대를 나가면서 음악작업을 했어야 했었어요. 경제적인 면이 도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단 거죠. 음반이 팔리고 이런 거는 소속사에서 나한테 1원 한 푼주지 않았고, 첫 소속 프로덕션하고 5년 계약 하고 마칠 때까지 인세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런 의미에서 제목은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재즈 앨범 타이틀곡인 Paradise Cafe를 떠올리게 하고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화자의 시선이 주는 전체적인 흐름은 빌리 조엘(Billy Joel)의 Piano Man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신해철은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설명하면서 “(가사적인 측면에서는) 감각적이고 댄서블한 음악에 진지하고 무거운 가사들을 탑제 시키고 싶다는 것은 데뷔 초부터 저의 소망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조용필의 꿈이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장철웅의 서울 이곳은, 공일오비의 수필과 자동차, 넥스트의 도시인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가사 속에서 방향잃은 현대인의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남과 압구정이라는 지명을 통해 생산되는 고급 이미지를 향유하고 싶어 했는데 이 곡에서는 그런 것들이 랩으로 깔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 중의 가장 큰 것은 제목으로 사용한 재즈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는 차인표의 색소폰으로 상징되는 이지리스닝 재즈가 있었다. 이런 수요는 퓨전 재즈라는 장르의 열풍으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었다.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 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빛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 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사람들 돌아가고 문을 닫을 무렵
구석 자리의 숙녀는 마지막 메모를 전했네
노래가 흐르면 눈물도 흐르고
타인은 알지 못하는 노래에 담긴 사연이
초록색 구두 위로 떨어지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 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흔들리는 사람들 한 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1990s/1991] - 나에게 쓰는 편지 - 신해철
[1990s/1994] - The Dreamer - 넥스트(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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