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이란 이름을 알고 클릭해 들어온 사람이라면 그가 산울림 3형제의 둘째란 것을 알 것이다. 거기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완선의 1, 2집 전 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KBS2 <탑밴드1>의 우승팀 톡식이 리메이크한 충격을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에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번이 세 번째 솔로 앨범이란 것도 알 것이다. 그렇다. 이미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이 맘에 든다면 필시 앞선 두 장을 들어야 한다. 분명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역으로 산울림에서 그가 만든 곡들을 찾아 들어보게 될 것이다.
1992년의 첫 솔로 앨범은 신세대에게 밀린 안타까운 수작이다. 적어도 시장의 냉대는 부끄럽다. 산울림 최초의 시대상을 그린 음악인 요즘 여자는을 시작으로 무관심, 착각 등의 산울림 1990년대 버전이 이어진다. 김창완의 호흡이 느껴지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어릴 때부터 같이 산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딸이 크면 같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게서나 느끼게 되는 애상조의 한이 가득 한 보컬 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산울림 세대나,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세대, 1990년대의 서태지 세대도 공감 가능한 편곡을 담고 있다. 거기에 괜찮아란 곡으로 국내 무대에 섰던 지난 앨범은 어떤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김창훈식 멜로디가 가득하다. 김창훈의 멜로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반 웃어봐, 화초, 작업으로 이어지는 트랙들을 절대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애석하지만 이번 앨범은 앞의 두 장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김창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일단 첫 두 가지는 보컬에 관한 것이다. 첫째는 산울림 4집의 특급열차와 5집에 수록된 무녀도에서 음이탈을 향해 질주하는 김창완의 샤우트다. 이런 식의 고음을 통한 표현력은 김완선의 1집 안 돼와 2집 선물, 충격에서도 발휘된다. 한계를 인정하지 싶어하지 않는 보컬이다. 특히 충격의 “거리엔”과 “바람 불어”는 가사를 보기 전까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가수의 음역에 맞춰 몇 음 정도 낮춰도 괜찮았을 텐데, 대체 왜 그런 고집을 피웠을까. 김완선은 이모 한백희의 강압이었다 쳐도 김창완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개인적으로 다 좋아하는 곡들이다. 지금처럼 감상자들이 음이탈을 못 참고 마구 지적질해대는 이 민감한 시대에는 귀한 곡들로까지 여겨지기도 한다. <탑밴드2>에서 야야의 무대를 인정하는 신대철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정이랄까.
마지막은 산울림 명반에 대한 에피소드다. 친구들이 모두 1집 아니면 2집을 꼽고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택할 때 난 3집을 택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대는 이미 나 때문이었다. 물론 파격적인 길이도 멋있었지만 가사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 관계성의 철학은 20여년이 지나 이승철의 넌 또 다른 나에서나 박주연의 언어로 획득된다. 그렇다고 내가 김창완보다 김창훈을 더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때는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 개인적으로 존 레넌(John Lennon)보다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좋아하고 전인권보다는 최성원에 높은 점수를, 송창식보다는 윤형주를 더 좋아했던 유년시절의 성향이 있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2인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은 아니다. 어쩌면 친구들의 선택을 피하려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다 이병우를 좋아할 때 혼자 조동익을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 <This Love>는 김창완의 <Post Script>만큼 괜찮은 앨범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번 앨범은 조금 아쉽다. 여전히 명불허전의 멜로디가 친숙하게 들리고 애착을 갖게 만들었지만 항상 새 앨범을 기다릴 때마다 품게 되는 그대는 이미 나나 특급열차 혹은 적어도 이 기쁨을 뛰어넘은 새로운 해석은 이번에도 연기해야할 것 같다. 난 김창훈이 아직도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의 전주에서 보여준 베이스의 밴드적 역량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장의 앨범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행복이다. 특히 마치 애인에게 구애하는 메시지로 들리는 시간, 너에게는 시대와 화해하려는 연륜이 미소 짓게 한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우리의 젊음을 빼앗는 존재로만 여겨진다. 그것을 알고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인가. 난난 여기, 넌넌 저기처럼 순환과 반복을 통해 깨닫기도 하고 우리 사랑, 몇 살인가처럼 변하는 사랑을 통해 묻기도 하며 어느새 여기까지처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떠밀려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외면과 저항, 인식을 통해 그래, 물처럼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몸을 맡기는 것이 화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 인생의 선배는 너와를 통해 함께 하는 것이 행복 아니겠냐고 자답한다. 우리가 그의 앨범으로 가슴 뛰는 것처럼 말이다. 산울림 팬이라면 알지도 모르겠다. 가슴에 스미는 그의 음악은 이렇게 리뷰로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나(우리)임을.
20120601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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