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s/20122016. 1. 23. 17:00

 

 

1999년은 미국 팝 음악계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가 등장한 해로, 틴 팝의 새로운 역사가 쓰인 해로 기억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흐름 중의 하나는 라틴계 가수들의 차트 정복에 있다. 이전에도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Miami Sound Machine) 출신의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 영화 <라밤바(La Bamba)>로 차트를 제패한 로스 로보스(Los Lobos), 1995년 요절한 셀레나(Selena), 1996년 코믹댄스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로스 델리오(Los Del Rio)Macarena 등이 있었지만 1999년은 유독 라틴계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99년 한해만 싱글 차트 기록을 따져도 58일부터 리키 마틴(Ricky Martin)Livin' La Vida Loca5주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곧바로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If You Had My Love5주간 1위를 차지한다. 2주 지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Genie In A Bottle로 다시 5주간 1위에 오르고 바로 이어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Bailamos2주간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5주 뒤 산타나(Santana)Smooth로 무려 12주간 차트를 정복함으로써 라틴 가수들의 침공은 절정의 위세를 과시한다. 이외에도 1위는 못했지만 마크 앤서니(Marc Anthony) 역시 I Need To Know3위에 올리며 선전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라틴계는 물론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 뮤지션들, 그리고 제3세계 뮤지션들의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여러 방면으로 음반이 소개되었다. 그 중 나의 귀를 사로잡은 가수가 주케로(Zuccero)와 조금은 알고 있었던 에로스 라마조띠(Eros Ramazzotti)였다. 에로스는 이탈리아 가수고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음반 작업을 먼저 한다. 그러나 스페인어 버전 음반을 거의 동시에 내놓는 전략이 크게 성공해서 유럽 음악계에선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차트에선 그렇게 강세를 띠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단 영어로 노래를 하지 않는 것과 멕시코계인 루이스 미구엘(Luis Miguel) 같이 완전 라틴계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이런 단점을 그는 영어로 노래하기보단 셰어(Cher), 티나 터너(Tina Turner), 조 카커(Joe Cocker), 아나스타샤(Anastacia) 등의 미국 가수들과 협연하는 것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파트를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로 해서 그런지 여전히 미국 시장은 열리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을 위해서는 좀 더 강도 있는 가수들인 에미넴(Eminem), 마돈나(Madonna),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등에게 듀엣 제의를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내가 처음 영어권 이외의 음악에 매료된 것은 1997년도쯤 한 친구를 만나면서였다. 영미 대중음악에 찌들어있던 나에게 그가 들고 다니던 테이프는 실로 완전한 충격이었다.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다른 별의 다른 종족에게서 들려오는 이야기만 같았다. 2전기현을 만난 느낌이랄까. 덕분에 <In ogni senso>에 수록된 Dammi la Luna, <Tutte Storie>에 수록된 A Mezza Via 같은 에로스의 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편곡은 팝과 별 다를 것이 없었고 좀 더 어쿠스틱 했을 뿐인데 언어가 생소하다는 것이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처음 팝송을 접했을 때처럼 가사를 전혀 모르고도 즐겁게 향유할 수 있었던 것과 같으면서도 팝송을 들을 때와 달리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팝송을 들을 땐 가사를 몰라도 아무렇지 않게 들었지만 이 곡들은 제목의 뜻만이라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에로스의 경우엔 금방 매끄러운 음성과 세련된 편곡이 주는 흥겨움에 함몰되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가사를 전혀 모르고도 음악을 흥얼거리듯 가사는 곧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이 강남스타일의 가사를 모르고 즐길 수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할지 모르겠다.

 

1982년 첫 싱글을 발표한 이래 이번 <Noi>는 열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고 소니를 떠나 유니버셜에서 내놓는 첫 음반이다. 일곱 살 때부터 기타를 시작했고 데뷔 앨범부터 전곡의 작곡에 참여한 에로스의 곡을 뽑아내는 솜씨는 이번 앨범에서도 경탄스러울 지경이다. 목소리는 더욱 원숙해져 음과 하나 되어 물 흐르듯 진행된다. 첫 싱글로 발표된 Un Angelo Disteso Al Sole과 후반부의 속도감을 앤디 가르시아(Andy Garcia)의 목소리가 중심을 잡아주는 Io Sono Te, 또한 Una Tempesta Di Stelle, Sotto Lo Stesso Cielo같이 빠른 템포의 곡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런 류의 곡들은 이제 에로스의 전매특허가 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들 외에 지중해 특유의 샤우팅이 녹아있는 Testa O Cuore와 이탈리아의 10대 팝페라 그룹 일 볼로(Il Volo)와 함께 한 Cosi를 추천한다. 지금이 리듬의 시대라 해도 이렇게 멜로디를 탁월하게 주조해내는 솜씨는 이전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앨범을 다르게 만든다.

 

20121207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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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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