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의 소야곡은 후에 가요의 황제로 군림하는 남인수가 1937년 오케 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이다. 국내에서 국민가요로 불릴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도 토도로키 유키코(轟由起子)가 애수의 세레나데(哀愁のセレナーデ)란 제목으로 리메이크 해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다.
곡의 장르는 트로트로 작곡가 박시춘이 만들었고 세션도 박시춘의 기타 한 대로 끝냈다. 처음에는 시에른 레코드사에서 김상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눈물의 해협이란 제목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1936년 남인수의 본명인 강문수로 발표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남인수의 실질적인 데뷔 곡이다. 박시춘은 이듬해 오케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곡을 다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작사가 이부풍을 섭외했다. 새로운 가사를 입은 이 곡은 애수의 소야곡이란 제목이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가사는 밤에 화자가 울면서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곡이다. 이 가사에 대해 연극 평론가 이영미는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트로트적 태도와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제재는 잘 조응한다. 화자의 태도가 폭발적 분노나... 슬픔의 절규가 아니라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오마는'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트로트의 독특한 태도이다. 이렇게 무력한 태도로는 가능한 사랑조차 얻어 내지 못할 정도이다. 화자는 이별과 패배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그에 순응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과 어쩔 수 없음을 너무나도 쉽게 인정해 버리고, 그래서 다른 적극적 행동을 지레 포기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못한다. 그러니 못난 것이다"라고 말하며 화자를 묘사하는 데 있어 패배자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아마도 이영미 자신이 트로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가하면 한국대중음악연구가 장유정은 <오빠는 풍각쟁이야>에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트로트에서 시적 화자가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슬픔에 침잠하는 것이다. 슬픔에 침잠하여 그 슬픔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경험하고 나면, 그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한결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슬픔에 침잠하여 슬픔을 견뎌 내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랑과 청춘의 덧없음을 알고 있는 시적 화자는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슬픔을 이겨 내는 것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정서는 극단적인 우울과 슬픔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체념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임의 부재에 대해 생기는 정서는 (트로트만의 특징)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정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20170625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 가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건마는
외로이 느끼면서 우는 이 밤은
바람도 문풍지에 애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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