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가난한 흑인들이 맨몸으로 시작된 힙합은 런 디엠씨(Run D.M.C)의 Walk This Way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댄스와 결합하면서 1980년대 후반 메인스트림 차트에서 빼놓아선 안 될 강자로 떠오른다. 초창기 힙합은 흑인들의 사회 참여적이고 자주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지만, 한편으로 파티나 클럽에서 춤을 위한 배경으로 사용되던 음악들도 만들어졌다. 이런 시도는 자메이카 DJ 출신의 디제이 쿨 헉(DJ Kool Herc)이 시작한 것으로 그는 기존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흥을 돋웠으며 음반의 스크래치를 통해 비트를 더했다. 알앤비 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했던 미국의 프로듀서들은 점점 힙합의 리듬을 가져다 쓰기 시작했고,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Control>은 이런 스타일이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꿰뚫고 있던 어린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Teddy Riley)는 알앤비 가수들의 음악에 힙합 리듬을 본격적으로 얹힐 생각을 했고 자신의 그룹 가이(Guy)를 통해 실천에 옮긴다. 이런 스타일은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란 이름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차트의 한 자리를 구축한다.
우리말로 랩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1, 2집을 랩, 혹은 힙합 또는 그냥 댄스(랩댄스) 음악으로만 분류하지만, 사실 이들의 음악도 뉴 잭 스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소녀시대의 The Boys를 공동작곡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진 테디는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작명가다. 그는 뉴 잭 스윙이라는 용어를 “뉴 키즈 온 더 블록(NKOTB)이 부르는 스윙”이라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장르의 특징은 힙합과 (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알앤비(흑인음악)가 섞인 것이다. 테디는 2007년 VH1과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는 래퍼와 알앤비 가수가 섞이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례로 엠씨 해머(MC Hammer)의 Have You Seen Her나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의 I Love You같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앤비 가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알앤비가 주도하고 힙합은 조금 거드는 정도였으나 후기로 갈수록 반복되는 강력한 드럼머신, 힙합리듬과 팝 댄스(디스코 펑키 등 다양한 장르)를 배경에 깔면서 보컬의 지분이 적어지고 나중에는 보컬과 랩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가이와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 현진영의 두근 두근 쿵쿵과 표절시비가 붙었던 Rump Shaker로 국내에 알려진 렉스 앤 이펙트(Wreckx-N-Effect) 등이 대표적인 그룹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장르가 인기를 얻자 바비 브라운(Bobby Brown), 엠씨 해머,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TLC (여자의 경우는 '뉴질 스윙'이라고도 한다)외에 많은 인기 가수들이 동참했다. 이 스타일은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음악인들에게서도 자주 차용되는데, 서태지와 아이들 외에 듀스의 이현도, 노이즈의 천성일이 만드는 음악, MN8의 I’ve Got a Little Something For You와 표절시비를 받은 유영진의 너의 착각, 솔리드 1집에 실린 꿈을 잃은 모든 이에게 등이 그렇다. 하지만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흑인 음악이 소개되지 못한 탓으로 이런 스타일은 모두 댄스로 분류되었다.
보컬보다는 랩을 전면에 깔고 있는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의 데뷔 앨범 역시 뉴 잭 스윙의 색채로 이루어진 앨범이다. 1990년 당시 18세였던 앨범의 프로듀서 저메인 제프리(Jermaine Dupri)는 아틀랜타의 한 쇼핑몰에서 두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끌린다. 그는 이 아이들에게 “랩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는 “할 수 있다”는 대답만 듣고 아무런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묻는 인터뷰에서 저메인은 “아이들이 입고 있던 패션과 게임을 하는 모습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말한다. 이들은 크리스 스미스(Chris “Daddy Mack” Smith)와 크리스 켈리(Chris “Mack Daddy” Kelly)로 당시 11세였다. 둘의 이름에 있는 ‘크리스’를 따서 그룹명을 크리스 크로스(<아이젠버그>에 나오는 철희! 영희! 크로스! 정도의 의미)로 지었다. Jump의 “’Cause I’m the miggity, miggity, miggity, miggity Mac Daddy…”로 이어지는 부분을 들을 때면 느낌만으로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뽑을 수 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만난 이들의 앨범은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I Want You Back을 샘플링한 데뷔곡 Jump를 빌보드 싱글 차트 8주간 1위에 올리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앨범은 당시에 가볍게 200만 장으로 치솟았으며 지금까지 4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뒤이은 싱글 Warm It Up(#13)과 I Miss The Bus(63#) 등도 인기를 얻었으며 그래미 신인상과 랩 그룹 부문에 후보로 오른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패션과 춤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이전의 래퍼들은 엠씨 해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명 깍두기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엉덩이 부분이 넓고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디스코 바지라 불리는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의 상식을 뒤엎고 앨범 전면에 옷을 거꾸로 입은 사진을 내세웠으며 후드티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활동했다. 또한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발을 한쪽씩 리듬에 맞춰 올리는 춤을 유행시킨다.
이 춤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줘 현진영은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부를 때 이들을 모사해 후드티와 배기패션이라 불리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이들과 똑같은 춤을 추었다. 싱글로 커트되지는 않았지만 이 앨범의 The Way Of Ryme은 특히 우리의 흥미를 끈다. 중간의 “That y’all”하는 부분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에서 “됐어”하는 부분과 유사하고, “Go”를 연발하는 부분은 듀스의 Go!Go!Go!가 느껴지며, “Everybody Wants To Know…”로 이어지는 부분은 노이즈의 내가 널 닮아갈 때가 떠오른다. 또한 Party의 초반 드럼머신이 두들기는 비트는 듀스의 나를 돌아봐와 닮았고 저메인의 능력을 부러워한 박진영이 10대 초반의 쌍둥이를 캐스팅해 만든 량현량하의 학교를 안 갔어!는 소재 면에서 자연스럽게 I Miss The Bus가 연상된다. 또한 런 디엠씨의 Sucker MC’s란 곡을 샘플링한 Can’t Stop The Bum Rush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우리들만의 추억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곡의 가사에는 ‘A to the B to the C’와 같은 형식의 흐름이 사용되었으며 “Sucka MC”란 가사도 나온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의 초창기 힙합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이 앨범은 무엇보다도 멜로디가 들어간 샘플링보다는 기존의 곡들에서 비트나 리듬을 샘플링하는 방식을 일반화시킨다. 힙합은 이제 알앤비 가수의 보컬을 빌리지 않고도 차트에서 성공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또한 저메인 본인이 십대였기 때문에 쉽게 십대에게 다가갈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 앨범의 성공 이후 우리나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십대 힙합 가수들이 계속 등장한다. 물론 이들이 최초는 아니다. Intro Interview에서 이들도 십대로 이루어진 기존의 인기그룹 어나더 배드 크리에이션(Another Bad Creation)을 의식하고 있다.
이들을 발견하고 이 앨범의 전곡을 만들며 프로듀싱한 저메인은 이후에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어셔(Usher) 등으로 계속 승승장구하지만 크리스 크로스는 데뷔 앨범만큼 큰 성공을 이어가진 못하고 뉴 잭 스윙이 저물면서 같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만다.
20120322 / 20130414 백비트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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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ssed the bus [ohh] I missed the bus X2
I went to bed late but I didn't think late would AFFECT ME
Early came around then late wouldn't LET ME
Wake up - WAKE UP - so I can get dressed
I guess my body was mad cause I gave it no rest
And when I finally did awake it was a quarter to eight
Jumped in the shower and I knew I was late
Stepped out, put on my jeans and my Ewings
And said to myself if I miss school I'm ruined
But I ran down hill in a RUSH RUSH
I ran down the hill TRYIN' TO CATCH THE BUS
Now I'm hopin' to myself everything is cool
Standin' on my block like a fool
For (1) I'm all alone and (2) the bus is gone
(3) if I miss school, this weekend I'll be at home
Can somebody come real fast to my rescue
I'm stuck at the crib and I don't know what to do
※I missed the bus [ohh] I missed the bus I missed the bus [ohh]
And that is somethin' I will never ever ever do again
※
I was up - HE WAS UP - but I laid back down
Thinkin' I could chill 'til the time came around
And I did - HE DID - but a little too long
Cause when I woke up, yo the bus was gone
I almost broke my neck tryin' to get out the door
And I chased the bus 'til my feet was sore
On the trail - THE TAIL - but I couldn't catch up
I guess it must have been my day for me to have bad luck
Cause I lost my lunch MONEY, book bag BUSTED
Scuffed up my sneakers, now I'm really disgusted
And when I got to school it was the same old thing
Stepped in the class and the school bell rang
It was nothin' I could do, I tried to explain
But the teacher treated me like I was playin' a game
YOU LOSE YOU LOSE - the day was a no win
I learned to never miss my bus again
I missed the bus [ohh] I missed the bus
<
[1990's/1992] - Jump - Kris K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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