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2011년 이랑밴드를 통해 발표한 곡으로 이듬해 내놓은 솔로 데뷔 앨범 <욘욘슨>에 수록했다. 한국대중음악상 2013년 모던록 노래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3호선 버터플라이의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이 수상했다.
이랑이 만들었다. 이랑은 <우리들의 황금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의 발단은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만년>이에요. 다자이가 좀 찌질하잖아요. 자살 시도도 많이 하고, 그거도 꼭 여자랑 죽으려고 하고 (웃음) 여자만 죽고 자기는 살고. 어쨌든 다자이의 친형이 되게 멋있는 사람이었데요. 그거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고 멋 부리고 싶은데 형이 너무 잘 생겼다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 있어요. 제가 당시에 큰 실연을 겪은 후에 멘붕 상태였거든요. 근데 그 다음 다음날 두리반에서 51플러스 공연있어서 연습을 해야 했어요. 학교 작업실에 가만있는데 책상에 <만년> 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내용이 팍 떠올랐고 그거랑 제 실제 얘기들. 뭐.. 언니 얘기, 남자들 만나는 얘기 팍 섞어 가지고... 밤에 춤을 추면서 한번에 훅 만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노래들하고 박자, 리듬감이 달라요. 흥겹고. 다른 노래들은 우울하고. 이 노래 만들 때가 제일 우울했는데 말이죠. 이 노래는 빵~하고 나온 노래예요. 춤추고 바로 녹음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앨범에 수록한 하하하와 이 곡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과도 같은 것에 대해 "의도한 건 아니였어요"라고 말했다.
가사는 화자의 행동에는 그 어떤 이유가 있으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내용인 것 같다. 언니와의 비교에서 오는 위축된 행동의 내면화. 자신이 예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가 자신을 예쁘다고만 하면 먼저 고백하곤 했던 행동을 통해 본 자괴감 등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잘 안다"는 말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나 현상을 판단할 때 경험의 양이 들어갈텐데, 똑같은 양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누구는 "잘 안다"고 누구는 "잘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함부로"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상대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단정 짓기 때문에, 많이들 함부로 "함부로"라는 말을 쓴다.
20230316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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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멋내는게 좋아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슬쩍슬쩍
그런데 누가 멋냈느냐고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내가 왜 그러는지
어려서부터 울 언니가 나보다 훨 예뻤어
얼굴도 작고 늘씬한 서구형 미인
그래서 내가 언제부턴가 멋부리려고 했더니
못생긴 애가 멋부린다고
어른들이 놀렸어 그래서 그랬어
누가 나보고 예쁘다고 하면
난 그말만 듣고 그럼 나랑 사귀자고 했어
그런식으로 만난 남자만해도 벌써
한명 두명 세명 네명 다섯명 여섯명 일곱명 여덟명
내가 왜 그랬는지
그러니까 너도 함부로 나한테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그렇게 말하지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나 예쁘니?
어디가?
진짜?
그럼 나랑 사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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