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990s/1997

챠우챠우 - 델리스파이스 / 1997

by Rainysunshine 2019. 4. 28.
반응형

챠우챠우는 대한민국 팝밴드 델리스파이스(delispice)가 1997년 발표한 데뷔 앨범에 수록한 곡으로 김민규가 곡을 만들었다. 진중하면서도 귓가를 파고드는 전주의 그루브는 영국 록 밴드 큐어(The Cure)의 Disintegration 초반부와 많이 닮아 있고 US 얼터너티브 밴드 너바나(Nirvana)의 Come As You Are만큼 인상적이면서도 쉽게 각인되는 리프를 갖고 있어 나오자마자 음악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013년 백비트 선정 '우리가 알아야 할 인디 노래' 2위를 차지했다.

당시 메인스트림의 음악과 달리 기계적인 느낌이 전혀 없어 메이저의 배급망을 탄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인디음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와 더불어 인디음악 역사상 최고의 싱글 부문 1, 2위를 다투는 명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듣자마자 단 번에 귀를 잡아끄는, 밴드 음악 스타일로 전주가 인상적인 곡은 이후 마이 엔트 메리 공항 가는 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민규 박준흠의 저서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에서 "앨범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이라고 말들 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면을 타이틀곡으로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미 나올 때부터 사랑노래로 인식되어 최호 감독의 2002년 영화 <후아유>, 2010년 MBC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에 사용되었고 노래의 제목이나 가사를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사용했던 2013년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메인 타이틀로 사용되기도 했다. 

가사는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전부지만 이 한 줄에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김민규는 1998년 10월 16일 서브 박준흠과의 인터뷰에서 "밴드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람들은 밴드의 해프닝 등 외향적인 면만 보는 것 같았기에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고 가사에 대해서는 "듣기 싫다는 것이예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가로 생각하고 있죠. 밴드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람들은 밴드의 헤프닝 등 외형적인 면만 보는 것 같아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사가 모호하고 템포가 느리기 때문에 연가로 듣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 느꼈던 분노가 사라져서 (우리도) 연가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2001년 4월 16일 이즘 현지운과의 인터뷰에서는 "(챠우챠우 - 중국이 원산지인 개로 차우차우라고 표기한다)는 개 이름인데, 앨범 내기 전에 록음악에 대한 담론이 상당히 많았고 기자들이 우리한테 와서 '록밴드는 이래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떤 룰을 요구했어요. 그런 것들이 우리와는 맞지 않는 것들 이였기 때문에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그들의 얘기가 자꾸 생각났어요. 그래서 그런 얘기들을 지우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1집에서 드럼을 연주했고 누가?를 공동 작곡했던 오인록은 한 인터넷상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TV에 나온 한 뮤지션이 음악은 이러이러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감으로 만든 곡'이라고 말했다. 

<90년대를 빛낸 명반 50/한울/신승렬 외>과의 인터뷰에서 윤준호는 "당시 민규가 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어요. 개인적인 것도 있고 그래서 그 혼란한 마음,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사로 표현한 것이고 인터뷰들 중에서 그 혼란의 원인 중 하나가 메탈이라고 지목한 것 같아요.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도 그냥 사랑 노래처럼 들린다는 거예요.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랑 노래를 잘 쓰고 싶은 건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인데, 사랑 노래로 받아들여주는 것에 대해 차라리 감사해요. 곡은 만든 이들을 떠나면 이미 만든 이들의 곡이 아니니까요... 이 곡이 우리를 대표하는 곡은 아니예요. 우연의 산물이랄까. 이 곡만 들어본 사람들은 우리를 반복되는 간단한 코드 연주에 한 줄짜리 가사만 하는 밴드라고 인식하는 데요. 그런 곡은 챠우챠우가 유일해요. 그리고 거기서 팬들의 기대와 우리의 음악이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사실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은 샘플링을 많이 넣은 2집의 테크노 같은 스타일이예요. 1집에서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해 시도하지 못한 거고요. 우리가 트렌디한 것 보다는 감성적인 음악만을 한다고 인식된 것은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위의 인터뷰들을 정리해 보면 이 곡의 가사는 다른 사람의 듣기 싫은 비판이나 자기만의 생각을 강요하는 행위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음을 표현한 곡이다. 당시 김민규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자주 다녔는데, 그와 함께 위의 말들을 종합해보면 "너의 말은 개소리인데, 잊혀지지가 않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의 가사에 등장하는 "머리 큰 너" 역시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데서 느낄 수 있듯이 이들은 당시 특정한 생각을 절대적이라고 믿고 도그마적인 태도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90428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며...

 

[2000's/2001] - Doxer - 델리스파이스 

 

커피 한 잔으로

Would you buy me a coffee?Would you buy me a coffee?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