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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s/2013

타임머신 - 강백수 / 2013

by Rainysunshine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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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백수와 조씨로 활동한 바 있고 현재는 시인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싱어 송 라이터 강백수2013년 데뷔 앨범 <서툰 말>에 수록된 타이틀곡(우리말로 미는 곡’)이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강백수의 모든 가사는 자전적인 삶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어서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 같은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앨범 <서툰 말>201385주 포털 네이버에서 제정한 이주의 발견선정 작이다.

 

가사는 부모님에 관한 심정을 노래하면서도 2013년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소시민의 모든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 강백수꼴통쇼 20회에 나와 지난겨울 아버지도 일이 없고 나도 별 다른 스케줄이 없어 낮 시간에 아버지와 같이 집에 있기 민망했고 그로 인해 곡을 만들게 되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난 내 방에서 컴퓨터로, 아버지는 TV로 야구를 각각 따로 시청해야 했죠고 말했고 채널 168에서 "앨범이 나오고 나서도 아버지에게 들려드리는 걸 망설이다가 아버지 방에 그냥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화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1991년으로 가서 사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아버지에게 사업만 열심히 하지 말고 6년 후에 우리나라 망하니부동산 투기를 하라고 권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열심히 자기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대우 받기보단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소시민의 허탈한 심정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는 ‘60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나이 들어 힘들어 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최악의 사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은 거실에서 웅크린 채 새우잠을자지 않기 위해 더욱더 기를 쓰고 열을 내서 투기에 대한 합리화를 하는 건지도.

 

또한 화자는 1999년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우리 걱정만 하지 말고 몸 좀 챙기면서 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2004년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가사를 봐서 아픈 증세를 알기 직전이 1999년쯤인 것 같다. 강백수어릴 때 어머니가 초등학교 때 육성회장과 녹색어머니회장을 겸임하실 정도로 치맛바람이 거센 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자신이 공부를 어릴 때 잘하게 된 이유가 어머니가 잠을 재우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아마 화자는 어머니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것 같고 더욱이 젊은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 회한이 아주 커 보인다. 필자는 공부를 잘 하진 못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1, 2절을 소화한 강백수는 후렴에서 유승범질투를 떠오르게 하는 멜로디로 제발 저를 너무 믿고 살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이는 핵가족 시대에 자식 한, 둘을 낳아 올인 하고 물적, 심적으로 그 대가를 바라는, 이 시대의 부모님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부메랑이다. 중산층의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큰 인물이 될 것을 기대하고 온갖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 이것은 내 집 마련에 대한 소망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줄곧 기대어 온 신분상승의 욕구를 뒷받침 해 줄 교육열에 대한 한 단면을 보게 한다.

 

그리고 화자는 전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딴따라가 될 거에요, 못난 아들 용서하세요라고 종지부를 찍는다.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딴따라가 최고의 직업이고 가장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믿고 있지만 전교 1등 하는 아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부모에게 딴따라는 어쩌면 아무짝에 쓸모없는것일지도 모르겠고, 미래는 한 방이 있다고 믿지만 당장 현재의 상황에선 용돈 한 푼 못 드리는화자 역시도 하헌재 때문이다에서처럼 잠시나마 "떵떵거릴 수 없는" 직업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가사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이 아직 영글지도 않았을 때의 과도기적 어려움을 서글프게 노래하지만 그러나 이 곡의 메시지는 단순히 회한과 슬픔, 후회에 있지 않다. 그것은 "못먹어도 고, 그래도 간다"이다. 화자는 부모님이 바라는 사람이 되지 않을 테니, 자신을 믿지 말라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미안함은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을 무의식적으로 쫓고 살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갖게 되었을 때의 헝클어짐을 잠시 다독이며 사용할 뿐이다. 우리는 그 변곡점을 축복해야 한다. 행복에 대한 논의는 남의 시선에서 행복한가와 자신의 시선에서 행복한가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이 시대가 소망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그렇게 돈으로 줄 세우는 한 방향으로 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행복마저도 돈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는 사람은 혀를 차겠지만, 그래도 각 개인은 남이 정해 놓은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서 가야한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면        

           

2014041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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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1991년으로 날아가

한창 잘 나가던 삼십 대의 우리 아버지를 만나

이 말만은 전할거야

 

아버지 육년 후에 우리나라 망해요

사업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마요

차라리 잠실 쪽에 아파트나 판교 쪽에 땅을 사요

이 말만은 전할거야

 

2013년에 육십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너무 힘들어 하고 있죠

남들처럼 용돈 한 푼 못 드리는 아들놈은

힘내시란 말도 못해요

 

제발 저를 너무 믿고 살지 말아요

학교 때 공부는 좀 잘하겠지만

전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딴따라가 될 거에요

못난 아들 용서하세요

 

어느 날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1999년으로 날아가

아직 건강하던 삼십 대의 우리 엄마를 만나

이 말만은 전할거야

 

엄마 우리 걱정만 하고 살지 말고

엄마도 몸 좀 챙기면서 살아요

병원도 좀 자주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이 말만은 전할거야

 

2004년도에 엄마를 떠나보낸 우리들은

엄마가 너무 그리워요

엄마가 좋아하던 오뎅이나 쫄면을 먹을 때마다

내 가슴은 무너져요

 

제발 저를 너무 믿고 살지 말아요

학교 때 공부는 좀 잘하겠지만

전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딴따라가 될 거에요

못난 아들 용서하세요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

엄마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거실에서 웅크린 채

새우잠을 주무시는 아버지께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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