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s/19912014. 11. 2. 17:00

 

 

나에게 쓰는 편지신해철이 모든 것을 혼자 해냈던 <Myself>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앨범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고 현재까지도 신해철이 발표한 곡들 중 가장 사랑받는 곡 중의 한 곡이다. PD2000가재발과 함께 만든 박하사탕에서 이 곡의 랩 부분을 차용했다.

 

이 곡은 돈이나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직장보다는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의 불안을 위로하는 가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주제는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부분이다. 이 질문은 대학을 준비하는 고3, 직장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해당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꿈보다는 돈을 택한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자는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라고 묻기 때문이다. 아마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신자유주의 노선의 자본주의를 살고 있으니까. 돈은 곧 행복으로 등치시키는 사고를 가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의 인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방증 아닐까. 다른 사람의 가치에 맞춰 사는 게 아니라 자기의 삶을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신해철MBC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자신의 베스트 곡 중 하나로 꼽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에게 쓰는 편지를 만들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질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어요. 이 노래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크게 허세 떨지 않는 수준에서 진짜 고민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에서 중간에 랩 부분을, 말이 랩이지 염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부를 때 성당에서 입을 맞춰 중얼중얼하는 것처럼 모두들 입을 맞춰 따라 부를 때의 그 표정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공감과 느낌이 주니까요.

 

더 이상 나의 친구들은... 고호... 니체...’ 부분은 일종의 한 풀이 같은 거였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누군가와 나누려고 하면 왕따 시키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 나이에 니체나 고흐를 알면 얼마나 알았겠습니까만 그래도 청소년 시절에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친구는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친구들의 모습이 흉했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그리고 우리나라 가요계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상황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대중음악, 유행가에 담아내면 대학 다닌다고 되게 잘난 척하네이런 손가락질을 꽤나 받던 시절이었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팬들이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 인생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쳤고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계면쩍고 감사하기도하면서 내가 만들었다고 내 노래가 아니로구나,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해철이가 해철이에게 쓰는 편지였는데 철수가 가져가면 철수의 노래고 영희가 가져가면 영희의 나에게 쓰는 편지, 만득이가 가져가면 만득이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되는 걸 보니 누구의 편지도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숫자가 참 많아요. 그런데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노래가 여러분들의 인생을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그렇게 많이 좋아해주시면서 내 인생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추잡스럽게 인기에 아등바등 거리며 살기는 싫지만 음악가가 음악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슬픔, 자기가 만든 감정을 같이 공유한다는 이 느낌은 정말 사람이 태어나 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들 중에서도 고귀하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참 운이 좋게도 그런 세계에 들어 왔구나라는 기쁨과 떨림과 감사함, 그런 것들이 오늘날까지도 저를 지탱해 주었던 기억들인 것 같습니다.“

 

20141102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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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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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군대있을때 이 노래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지요.
    난 결코 늙지 않으리라. 지금의 마음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가겠노라고.
    그래서 신해철 방송에 나오면 흐뭇하게 바라보며
    십년후 이십년후 그와 내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먼저 가버렸네요.
    왠지 그를 위해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요즘 무척 많이 듭니다.
    어차피 돈을 위해 살지 않았지만
    나도 이젠 사람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말을 걸어볼까 합니다.
    다들
    저렇게 젊은 시절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네요.

    2014.11.21 10:1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