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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3

사랑할수록 - 부활 / 1993

by 현지운 Rainysunshine 2021. 10. 14.

사랑할수록은 대한민국 밴드 부활이 1993년 11월 발표한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기억상실>의 수록곡으로 KBS2 TV <가요톱텐> 2주간 1위, 멜론(뮤직박스) 5주 1위, 연말결산은 김건모핑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00만장 이상 판매된 이 앨범은 김태원이승철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김태원은 2020년 유튜브 <김태원의 클라쓰>에 출연해 저작권 효자곡으로 Never Ending Story가 버금가지만 아직 이 곡이 최고라고 말했다. 또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당시 액수를 확인하러 전화했다가 너무 놀라 "수화기를 떨어뜨렸어요"라고 말했고 팟빵 <불금쇼>에서는 "그때가 아마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때일 겁니다. 재기를 잃은 슬픔과 곡의 성공으로 희열을 느끼던 1994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박완규, 정동하부활의 보컬들 외에 김영호, 예성, 이기찬 등 아주 많은 가수들이 커버 했다.

김태원이 만들고 김재기가 보컬을 맡았다. 김태원은 <불금쇼>에 출연해 타이틀곡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저와 재기는 앨범의 다른 곡인 소나기를 더 좋아했어요. 이 곡도 길지만 그 곡도 길어요. 둘 다 아주 슬픈 곡이죠. 그런데 대중성은 아무래도 이 곡이 더 있다는 생각에 이 곡으로 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곡의 시작은 케니 로긴스(Kenny Roggins)의 The More We Try란 곡에서 시작되었다. 김태원은 2011년 발간한 <우연에서 기적으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내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more we try’의 뜻이 뭐냐고. 그때 아내가 하는 얘기가 ‘뭔가 하면 할수록?’이라더군요. 나는 그 말 한마디로 이 곡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의문을 품었죠. 사랑할수록 뭐가 어떻게 됐다는 얘긴가? 제 특기인 궁리를 시작합니다. 사랑할수록 더 만나는 건가? 정말 사랑한다면 이별한 이를 기억에서 놓아줘야 하는 건가? 계속 고민했죠. 그런 후에 이 곡의 가사가 나왔습니다. 내가 The More We Try라는 곡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아내가 그 얘기를 했을 때 아무 감흥도 없었겠죠. 무지에서 창작이 일어난 겁니다.”

김태원김재기의 만남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던 친한 친구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김태원은 2011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1991년, 음악적으로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매일 소주병을 들고 있었죠. 연습실 바닥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찾아옵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와줬던 친구였습니다. ‘불광동에 누가 있다. 곧 온다’라는 말을 남기고 친구가 떠납니다. 며칠 뒤 언더그라운드 밴드 작은하늘의 보컬 김재기가 제 발로 연습실에 걸어 들어옵니다. 나자레스(Nazareth)의 Love Hurts를 불렀는데 그때 거기서 제가 부활의 희망을 봅니다. 마이크를 멀찍이 하고 불렀는데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했어요. 그렇게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우리나라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재기뿐만 아니라 당시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를 모두 연결해준 친구가 바로 그 친굽니다. 이런저런 사건이 많았고 정신적으로 최악의 상태였죠. 그 누구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소외감을 온몸으로 안고 있던 그때 유일하게 나를 바라봐준 사람이 장동명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김태원김재기를 만나기 전에 이미 만들어 놓은 곡들을 들고 여러 음반사를 돌면서 새 앨범 작업을 타진 했지만 모두 다 거절당한 상태였다. 좌절하고 있던 터에 김재기를 만나게 되었고 다시 열정 하나로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김재기는 입대를 해야 해서 둘의 작업이 그렇게 빨리 시작되진 않았다. 뜻하지 않은 김재기의 입대로 김태원은 다시 희망을 놓아버렸고 마약에 빠져들어 결국엔 입건되기에 이른다. 이 당시 김태원의 여자 친구(후에 부인이 됨)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면회를 왔었지만 하루는 면회를 하지 못했는데 김재기가 먼저 면회를 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하루에 한 번 밖에 면회가 되지 않았다. 여자 친구는 밖에서 3시간을 울면서 기다리다 갔다고 한다. 김태원은 감옥에서 나온 후 "재기와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서 같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정식 녹음한 곡이 아니고 김재기가 한 번 연습삼아 녹음해 놓은 것이었다. 앨범에 수록될 정식 녹음은 다음에 잡혀 있었다. 하지만 김재기의 삶은 앨범이 완성되기도 전인 1993년 8월 11일 영화와 같이 멈춘다. 26살의 나이에 빗길 추돌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김태원이 2010년 SBS <맛있는 초대>에 나와 밝힌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새벽 2시에 전화가 왔어요. 우리에겐 40만 원짜리 중고차 한 대가 있었어요. 와이퍼가 고장 나서 비오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닦아야 했던 차인데, 그게 견인이 된 거에요. 근데 이 친구가 집엘 못가니까, 그때 견인비가 3만 4천원인가 했는데, 내가 그래도 명색이 팀의 리더니까 전화를 해서 새벽 2신데, 돈을 갖고 나올 수 없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당시 나에겐 수중에 2천원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돈이 없다. 미안하다.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말한 후 끊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리고 나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어디선가 돈을 빌려서 차를 몰고 오다가 세상을 떠나신 거죠. 이 곡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김재기는 그 노래 속에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음악의 힘이예요.” 김태원은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해마다 8월 11일이 되면 꼭 메모를 남긴다고 한다. 1993년 8월 11일 첫 메모는 “아! 재기가 바람으로 떠났다”다.

이후 공석이 된 보컬은 김재기의 동생 김재희로 대체되었다. 김재희는 2011년 KBS2 <인생극장>에 김태원과 출연해 “어느 비가 오는 날, 태원이 형이 ‘재기가 잘 불렀던 무정 부르스가 듣고 싶다. 네가 한 번 불러봐라’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형이 보고 싶고 해서 불렀죠. 그런데 그때는 별 말씀이 없으시더니 저를 조금씩 자주 부르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고 2013년 <식신로드>에 나와서는 “처음 발매 후 6개월간 반응이 없어서 망한 줄 알았고 태원이 형도 그만 접자고 말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대 앞을 지나가는데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그때서야 뜬 줄 알았죠. 닭살이 돋았어요”라고 말했다. 음반은 120만장이 나갔고 부활은 결국 다시 또 부활했다. 김재기 사망 1주기에 부활은 <가요톱텐> 1위의 자리에 올랐고 김태원김재기의 부모님에게 황금 CD를 증정했다.

 

가사를 개인적으로 해석해 보면, 예전에 화자를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화자의 주위를 빙빙돌며 도망가기도 하면서 호감을 표시한다. 화자는 처음에 그 사람을 잘 의식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존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고 둘은 맺어지게 된다. 그러다 어떤 일로 인해  화자는 상대를 사랑하면 할수록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를 점점 피하게 되고 상대는 결국 "지나간 기억이야"라고 말하며 떠난다는 내용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가 기억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고. 

 

20211014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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