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는 김범수가 2010년 발표한 7번째 스튜디오 앨범 <Solista>에 수록한 곡으로 멜론 주간 20위를 기록했다. 앨범 제목은 ‘독주자’ ‘독창자’를 일컫는 솔로이스트(soloist)의 이탈리아식 표현이다. 이 곡은 발표당시에 크게 히트하진 않았지만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경연자들이 불러 그때마다 화제를 모으면서 점점 클래식이 되어가고 있다. 2012년 김민준이 M.net <슈퍼스타 K 4>에서, 더 원이 MBC <나는 가수다 2>에서, 2013년 SBS <K팝스타 3>에서 한희준이, 2014년 윤민수와 벤이 M.net <싱어게임>에서, <K팝스타 4>에서 정승환이, 빅플로의 리더 정균이 유튜브를 통해서, 2017년 tvN <수상한 가수>에서 최정환(M2M)이, 2019년 KBS 2 <불후의 명곡>에서 이창민이, 2020년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서 성유빈, KBS2 <불후의 명곡> 김용진 등이 각각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한희준 버전이 제일 나은 것 같다.
박진영이 만들고 프로듀서도 맡았다. 김범수와 박진영의 만남은 김범수가 진행하는 MBC FM 라디오 프로그램 <꿈꾸는 라디오>에 박진영이 게스트로 나오면서 김범수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박진영이 흔쾌히 응해 성사되었다. 김범수는 당시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인기를 얻기 전이어서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평가는 얻고 있었지만 인기 면에서 쇄신이 필요했다. 박진영과의 작업은 뮤직비디오에서 김범수의 모습보다 박진영이 더 크게 그려지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기찬의 또 한 번 사랑은 가고와 같은 경우를 노린 포석이었던 것 같다. 약간은 다른 얘기지만 2014년 호주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무명 중 슬럼프 극복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제 노래 중 지나간다란 곡이 있어요. 그 노래 가사는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박진영이 프로듀서로서 지휘하는 모습을 촬영한 버전 외에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촬영한 2번째 버전이 있다.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의 황수아 감독과 영화배우 윤진서가 참여했다. 당시 소속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계절감을 표현하기 위해 재설기와 살수차가 동원되었고 꼬박 이틀간 촬영을 했습니다. 황수아 감독과 윤진서의 열연으로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상미가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곡의 느낌이 잘 표현되어 기쁩니다"라고 홍보글을 전했다.
곡이 너무 박진영스타일이고 이전 김범수의 곡들 같지가 않다는 말에 김범수는 “일부러 그렇게 불렀어요”라고 말하며 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진영과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영이 형이 녹음실 앉아서 그러더라고요. ‘네가 노래를 잘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예상을 계속 깨는 게 있어야 해’라고요. 이 노래로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해보라고 주문을 했어요. 변화는 언제나 두렵지만 그걸 피한다면 한 가지 색깔밖에는 보여줄 수 없는 거잖아요. 일부러 툭툭 끊어 부르고 감정 전달에 더 신경을 썼어요. 기교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더욱 충실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는 노래를 잘한다는 평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말하듯 노래하는 가수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진영은 녹음을 한 뒤 앨범을 발표하기 전 미리 선보인 티저 영상에서 “제가 녹음을 하기 전하고요. 녹음을 한 뒤에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목소리나 창법이 굉장한 가수인지는 알았지만 어떤 한 스타일만 잘하는 가수인줄 알았는데... 그간 김범수씨 노래했던 스타일, 음악에서 벗어난 부탁을 많이 드렸어요. 그게 쉽지는 않을 텐데 그런 것들에 빨리빨리 적응하고 금방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서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아마 그 중 한 가지는 박진영이 평소 <K팝스타> 심사를 보면서 “말하듯이 부르라”고 주문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 같다. 박진영은 <K팝스타 3>에서 한희준이 배틀 오디션에 이 곡을 들고 나오자 “옆에 두 분(양현석, 유희열)보다는 가슴이 설레 이네요. 왜냐면 제가 김범수씨한테 써 준 곡이거든요. (노래가 끝난 후) 제가 심사를 할 때 좋으면 그런 걸 못 감춰요. 첫 소절을 듣고 안 좋아서 아무 반응이 없었던 게 아니고요.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순간 소름이 쫙 끼쳤어요. 완전히 말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제가 이 곡을 만들 때 정말 아팠어요. 열이 펄펄 나고요. 미국에서 혼자 있을 때였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너무 아픈데 아프면 서럽잖아요. 근데 그거 하나로 버텼어요. 그래도 낫겠지. 언젠간 이 감기가 낫겠지. 그러다 이 곡을 쓰게 되었어요. 근데 노래를 들으니까 그 때 아팠던 순간이 막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이 못 움직일 정도로 몰입돼서 봤습니다. 놀라운 무대네요. 심사를 잘 못할 정도로. 잘 보이려고 부른 노래가 아니라 자기 얘기 하듯이 뱉어 버린 거여서...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박진영의 보컬 철학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무대였던 것 같다. 감기라고는 말하지만 <Solista> 앨범 소개 글에는 ‘사랑’과 ‘이별’을 겪었다는 말이 나와 있고 가사도 이별을 암시하는 부분이 있어 이별 후유증으로 인한 몸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김범수는 2019년 진심을 발표할 때 "지나간다와 같은 느낌으로 불렀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곡이거든요"라고 말했다.
2020090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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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내 가슴에 부는 추운 비바람도
언젠간 끝날 걸 믿는다
커피 한 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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