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한 여운2015. 10. 31. 05:00

 

 

 

난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사람과 친해지기 쉽지 않은 내성적인 성격, 집이 제일 좋은 이유, 꿈은 록커지만 발라드의 어린 왕자로 살아야 했던 시간들, ‘귀신 소동으로 은퇴까지 생각했던 힘겨웠던 나날, 그리고 안경 벗은 모습을 절대 안 보여주는 의도와 그 저주받은 동안까지(푸하하).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여기 공개될 리스트는 그의 정규 10(+1)장에서만 꼽겠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여자 후배가 오빠 이승환 잘 생기지 않았어요? 노래도 엄청 좋아요라며 들고 와 보여준 카세트테이프 때문이었다. 고개 숙인 모습이 지극히 평범해 보였지만 남의 외모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터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여자 친구가 그 음반을 사들고 왔다(흑백사진은 좀 난감했다). 그래서 듣게 되었고 다행히도 앨범은 맘에 드는 곡을 품고 있었다. 바로 오태호가 만든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였다.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가 특히 와 닿았다. 그녀와 난 장거리 연애 중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와 잘되리라 생각한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2번째 앨범에서는 어수은너를 향한 마음회상이 지나간 오후가 꽂혔다. 물론 처음에는 오태호 작곡, 조동익 편곡의 환상적인 콤비가 만들어낸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사랑은 그렇게 이뤄진 듯해도 이제와 남는 건 날 기다린 이별뿐이란 가사와 난 기다림을 믿는 대신 무뎌짐을 바라겠지가 심금을 울렸지만.

 

이승환오태호<이오공감>이라는 앨범을 내놓았다. 트랙은 이승환이 더 많았지만 난 오태호의 이별에 대한 정조로 뒤덮인 뒷장을 훨씬 더 좋아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한사람을 위한 마음 한 곡만으로도 앞장을 압도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건 나 2의 실험성만큼은 강하게 와 닿았다. 이 힘이 4집의 너의 나라6집의 나의 영웅과 같은 곡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뒤이은 <My Story>내게도 개인적인 추억과 함께 아픔으로 남아 있다. 정말 돌아갈 수 없는 날이 그림처럼 스쳐가던날들이었다.

 

 

<Human>부터 이승환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두 길을 간다. 한쪽은 천일동안과 같은 발라드의 길이고 다른 한쪽은 고등학교시절부터 꿈꿔왔던 록 스타였다. 록 스타가 그의 진정한 꿈이란 걸 알았고 글을 쓸 때는 그런 음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높이 사주었지만, 고백하건대 그가 만든 경쾌한 스타일의 곡들이나 록 사이드 보다는 다른 작곡가들이 만든 발라드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4집은 다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흠모하고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인 박인영이 참여한 변해가는 그대조규찬이 백 보컬로 참여한 체념을 위한 미련, 김종서가 참여해 너의 자유로 가라고 외치는 너의 나라는 아주 닳고 닳도록 많이 들었고 지금도 좋은 곡들이라고 여기고 있다.

 

<Cycle>은 전작에 비해 마냥 편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가족사자왕을 좋아했지만 점점 애원붉은 낙타에 끌렸고 <The War In Life>에서는 초반에 세 가지 소원을 노래방 애창곡으로 여길 정도로 좋아했지만 뒤에는 Rumour Let It All Out을 흥얼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에는 이승환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나의 영웅이 도사리고 있다. 이 곡에 대한 놀라움은 아직도 유효하다. 내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서사적 분위기는 그대가 그대를에서도 이어진다.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Long Live Dream Factory>그대가 그대를은 빼기 힘들다. 드라마타이즈의 뮤직비디오와 너무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고 지금은 인기가 좀 시들한 것 같지만 당시 김정화의 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Egg>는 무려 24곡이나 된다. 이 앨범도 당시 웹진에 글을 쓰기 위해 많이 듣긴 했지만 다시 들어보니 확실히 잘못, Christmas Wishes, 사랑하나요 등이 있는 써니 사이드 업의 곡들이 훨씬 친숙하다. 하지만 위험한 낙원을 더 좋아했던 느낌은 여전하다. <Karma>에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려는 물어 본다를 빼놓을 수 없다. 나 역시 그런 성찰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던 시기였다. <Hwantastic>에서는 건전화합가요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제치고 에 손을 들어주고 싶고 <Dreamizer>는 거의 다 좋지만 Dear Son의 곡 구성이 맘에 든다.

 

확실히 해 두자. 여기의 리스트는 지금 이순간의 리스트일 뿐. 그는 계속해서 노래를 발표할 것이고 나는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것이다. 어떤 곡은 재발견될 것이며 어떤 곡은 과대포장 되었던 평가에 상응하는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모든 것은 다시 뒤죽박죽되겠지.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의 역사 속에 들어와 있는 이승환의 곡들은 어떤 것들인가?

 

20120511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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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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