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s/19852016. 1. 3. 05:00

 

국내 라디오는 1980년대 들어 10대들이 주요 청취자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공개방송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장의 확장세를 넓혔다. 라디오를 통해 정보와 트렌드를 읽어가던 이 라디오 키드들은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을 비롯해 사연 밑으로 흐르는 BGM에 귀를 기울였고 자연스럽게 가사가 없는 음악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각 방송사의 코너마다 시그널 음악을 찾아야 했던 PD들은 온갖 장르의 BGM을 수급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시장의 형성으로까지 이어져 뉴 에이지 음악의 시대 형성에 기여한다. 이런 현상은 게스트들을 대거 초빙해 말 폭탄을 던지는 대화중심의 트렌드가 형성되는 1990년대 말까지도 계속된다. 2000년대에 CF 음악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당시 라디오의 배경음악들은 리스너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음반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당시는 제목을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가 않아 거의 대부분 구음을 통해 무작정 헤매는 게 대부분이었다. <Apurimac>의 곡들도 라디오에서 상당히 자주 나왔던 음반 중 하나였다. 다행히도 히트하기 전에 알았기에 친구들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입장이 되었다. 이 음반을 알게 된 계기는 자주 가던 음반가게 누나가 이 음반을 틀어주며 한 번 들어보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거부했지만 세 번짼가 네 번째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쿠스코(Cusco)는 독일의 가수이자 작곡과 프로듀서로 인기 있는 미하일 혼(Michael Holm)과 재즈 그룹 패스포트(Passport), 스노우 볼(Snow Ball) 출신으로 키보드주자이자 신디사이저로 편곡하는 크리스티안 슐츠(Christian Shultze)가 중심이 된 5인조 프로젝트 그룹으로, 공연보다는 스튜디오 작업만을 위해 꾸린 팀이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 있는 도시로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를 이름으로 딴 데서 짐작되듯이 남미음악 혹은 분위기를 전자음악과 결합시켜 페루의 과거와 현재를 선율로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자 1979년에 결성했다. 이런 음악을 하게 된 동기를 찾자면 팀의 프로듀서인 미하일이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자주 여행했던 남미에 대한 인상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꼭 남미의 이국적 정취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데뷔 앨범인 <Desert Island>나 <Cool Islands>, <Virgin Islands>, <Island Cruise>, <Mystic Island> 등의 섬 시리즈를 통해 지구 곳곳의 신비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Ring Der Delphine>에서는 바다를, <Planet Voyage>에선 우주의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방면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이름을 날리게 한 음반은 역시 <Apurimac>이다. 아푸리맥은 아마존강의 중요한 원류 중 하나이다. 여기서 잉카인들은 13~16세기 중엽 남미 안데스 지방에서 터를 잡고 번영했다. 그렇지만 고도의 독자적인 농경문화에도 불구하고 에스파냐의 침공으로 1533년 멸망하고 만다. 쿠스코는 그 역사의 단면을 소재로 제목을 구성했고 잉카 토속 악기인 팬 플루트 소리를 신디사이저로 만들어 구현해냈다. 잉카 전통의 투석전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 Flute Battle은 잉카의 찬란한 문명과 함께 했던 플루트를 누가 더 잘 부나 경쟁을 하진 않았을까 하고 상상했던 트랙이며 너무 쉽게 익혀지고 자주 들려서 당시에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Inca Dance는 높은 농경문화를 이룩하게 했던 또 다른 면인 축제 속의 잉카인들을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당시 자주 듣고 좋아했던 곡은 Tupac Amaru란 곡이다. 투팍은 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와 같은 인물이다. 에스퍄냐에 쫓겨 정글 깊숙한 곳으로 도망한 잉카의 후예들은 투팍의 지도 아래 독립을 꿈꿨지만 결국엔 멸망하고 만다. 그 투팍의 독립에 대한 꿈과 사라져가는 잉카의 문명이 오버랩 되면서 심정이 착잡해지는 곡이다. 이외에도 잉카를 상징하는 새, 콘도르를 묘사한 Flying Condor, KBS 2FM <김미숙의 인기가요> 애청자 소개 사연에 시그널로 사용되었던 Pastorale, 아마존 강 열대 숲 지역을 그린 Amazonas, 개인적으로 지금도 자주 듣는, 잉카문명의 토공기술을 엿볼 수 있는 잉카 다리를 그린 Inca Bridges, 피사로의 에스퍄냐 군에게 속아 금과 은을 빼앗기고 살해당한 잉카 제국의 아타우알파 황제를 노래한 Atahualpa, 잉카인들의 마지막 싸움이 느껴지는 Fighting Inca, 그리고 막을 수 없는 도도한 강물처럼, 역사 속에 묻혀 사라진 잉카제국을 장엄하고 화려한 편곡으로 마무리하는 Apurimac 등의 곡으로 앨범을 구성하고 있다.

 

일본 TV 프로그램 <잉카의 전설>에 쓰인 이 앨범은 1993년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쿠스코는 마야와 아즈텍으로 영역을 넓힌 <Apurimac 2>, 북미 인디언을 소재로 한 <Apurimac 3> 시리즈를 계속 발매했다. 또한 관심분야를 더 확대해 고대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Ancient Journey>, 그리스와 로마를 그린 <Inner Journey> 같은 음반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Apurimac>을 너무 좋아해 이후에 다른 음반들도 사 모았지만 <Cusco 2000>을 제외하고는 <Apurimac> 시리즈만큼 맘에 들어온 음반은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역사와 자연으로 나눠 그간 작업을 집대성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놓은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쿠스코 프로젝트보다는 미하일크리스티안의 개인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20120907 다음 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0's/1958] - Peter Gunn - Henry Mancini 

[1960's/1966] - Merci, Chérie - Udo Jürgens 

[1980's/1982] - December - George Winston 

[1980's/1986] - Songbird - Kenny G 

[2000's/2000] - Heaven - Ronan Hardiman Feat. Leslie Dowdall 


후원을 기다립니다

Buy me a coffeeBuy me a coffee


'1980's > 1985'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ck Me Amadeus - Falco / 1985  (0) 2016.05.15
Say You Will Never - Lian Ross / 1985  (0) 2016.05.07
Apurimac - Cusco / 1985  (0) 2016.01.03
오후만 있던 일요일 - 들국화 / 1985  (0) 2015.11.22
When I Dream - Carol Kidd / 1985  (0) 2015.10.26
Heart - Heart / 1985  (0) 2015.08.19
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