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s/19852015. 8. 19. 05:00

 

 

시간의 흐름이 그냥 혼돈이었던 시절, 그 언젠가 작은형이 들려준 Crazy On You를 들으며 음악이 주는 기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 느낌은 질주하는 가운데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마치 속도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뒤에 들은 Barracuda 역시 그랬다. 이 곡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질주하는 속도감은 시원했다. 가수에 연연하지 않고 들어 처음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곡들이 하트(Heart)의 것들이란 것을 알았다. 그 후 시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될 나이가 되었고 빌보드 차트를 찾아 듣던 어느 날, 허스키한 그 목소리가 귀에 닿았고 그 순간 과거의 알 수 없던 그 혼돈의 시절과 마침내 조우하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희석됐지만 그 반가워했던 기억의 끝자락이 품고 있던 아련함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하트는 데뷔 후 4장의 앨범에서 10위권 싱글을 한 곡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4장 모두를 100만장 이상 팔아치우며 1970년대 후반 미국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하드록 분위기에 일조한 그룹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그간 팀의 중추적 기타 사운드를 담당했던 로저 피셔(Roger Fisher)가 제일 먼저 떠났다. 거기에 베이스를 담당하던 스티브 포센(Steve Fossen)이 해고되었고 드럼의 마이클 드로지어(Michael DeRosier)마저 팀을 나갔다. 그렇지만 팀을 재정비하고 발표한 <Passion Works> 역시 하강하는 기운을 반등 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다 앤 윌슨(Ann Wilson)은 영화 사운드트랙 <풋루즈(Footloose)>의 인기로 밴드의 사운드를 고심하게 된다. 자신과 그룹 러버 보이(Lover Boy)마이크 레노(Mike Reno)가 함께 부른 Almost Paradise가 싱글 차트 7위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새로운 사운드와 새로운 프로듀싱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룹의 이름으로 발표된 앨범 <Heart>의 첫 싱글인 What About Love?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편곡의 서사적인 분위기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당시 난 리듬보다는 멜로디를, 절규하는 록보다는 깔끔한 느낌의 신스팝을 더 좋아했다. 그럼에도 그룹에 대한 친숙함으로 팝 잡지를 통해 의미도 잘 모르는 가사를 음미하곤 했다. 그러다 두 번째 싱글로 나온 Never가 너무나 맘에 들었고 음반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앨범에서 흘러나오는 갖가지 효과음은 1980년대에 많은 히트 곡을 배출한 프로듀서 피터 울프(Peter Wolf: 제이 가일즈 밴드(J Geils Band)피터 울프와는 동명이인)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여기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밴드음악이 들려주기 힘든 팝 적인 기교를 잔뜩 집어넣어 이 앨범의 대중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최근 우리나라 밴드 음악에서 신디사이저가 각광받는 것이랑 비슷하다). 거기에 론 네비슨(Ron Nevison)이란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이 함께 했다. Nobody Home이나 These Dreams, Nothin' At All, 그리고 다음 앨범 <Bad Animals>를 통해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Alone 같은 곡은 사실 기존의 하트에게선 나오기 힘든 곡들이지만 그의 힘으로 장착됐다. 의 허스키함을 완전히 죽인 디렉팅은 지금 들어도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고 기존의 밴드가 가졌던 역량을 완전히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로저 피셔(Roger Fisher)의 기타를 그리워한 팬이라면 하워드 리스(Howard Leese)의 그 속도감 있는 기타가 돋보이는 Shell Shock과 도대체 보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상황이 어떤 걸까를 고민하게 했던 If Looks Could Kill을 좋아할 것이다. 거기에 All EyesWhat He don't Know 역시 시원한 의 보컬을 돋보이게 한다.

 

이 앨범이 화제가 된 것에는 이 외에도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앨범의 성공을 위해 오랫동안 밴드를 따라다녔던 소문이 확대되도록 분위기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바로 동생 낸시 윌슨(Nancy Wilson)과의 동성애 소문을 노이즈 마켓팅으로 이용한 것이다. 과거 은 이런 기사에 대한 반박으로 Barracuda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론에 분개하기보단 갖고 놀 정도로 성숙했다. 물론 이런 화제성은 낸시1년 후, 잡지 롤링 스톤의 편집장을 거쳐 후에 <싱글즈(Singles)>, <제리 맥과이어(Jerry McGuire)>,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등을 만들게 되는 영화감독 카메론 크로우(Cameron Crowe)와 결혼하면서 시들해졌지만 말이다(둘은 2010년 이혼했다).

 

<Heart>하트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여는 작품으로 4곡의 톱 텐 싱글과 These Dreams1위에 올리며 미국에서 500만장, 캐나다에서 600만장 이상 판매했다. 무엇보다 영국에도 그 이름을 알리며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앨범이기도 하다. 이후 이들은 더욱 더 팝적인 면을 부각시켜 <Bad Animals>, <Brigade>, <Desire Walks On>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며 90년대 초반 그런지가 폭발할 때까지 AOR이라 불리는 사운드를 통해 인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단순히 대중적인 영합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그로 인해 생긴 재산으로 배드 애니멀즈란 스튜디오를 만들어 R.E.M.,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사운드 가든(Sound Garden) 등의 앨범을 녹음하며 시애틀 그런지의 성공에도 크게 일조하게 된다.

 

2012 / 다음뮤직 /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1980's/1985] - Nobody Home - Heart / 1985

[1980's/1985] - Never - Heart / 1985 

[1980's/1987] - Alone - Heart /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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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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