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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1

타타타 - 김국환 / 1991

by Rainysunshine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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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타는 TV로 방영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메칸더 V> 등의 주제가를 부른 김국환이 1991년 발표한 앨범 <김국환 1>에 수록한 곡으로 발표한 지 1년 뒤에 김수현 극본 박철 연출의 역대 평균 시청률 1위의 MBC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여순자(김혜자)의 테마로 사용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92년 KBS <가요톱텐> 5주간 1위를 차지했고 KBS 노랫말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KBS2 <불후의 명곡2 - 김희갑 양인자편>에서 다비치강민경이 불렀고 2012년 KBS2 <탑밴드2>에서 네미시스가, 이외에도 조문근 등 다수가 커버했다.

 

이 곡을 만든 작곡가 김희갑은 2011년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해 "원래 조용필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드라마 주제가였는데 당시 조용필이 US에 있어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조용필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위일청이 제일 먼저 부르게 됐죠"라고 말했고 2008년 이 곡의 작사가인 양인자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필이 앨범 작업 할 때 이 곡 불러본 뒤에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부분은 닭살스러워 못하겠다고 하면서 하지 않았어요. 안 웃고 그냥 가면 어떻겠냐고요. 근데, 그 웃음이 그 노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거든요. 그래서 다른 곡들을 (많이) 여유있게 녹음했기 때문에 그냥 이 곡은 빼자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조용필의 앨범에 넣으려 했던 것이라 그런지 도입부는 킬로만자로의 표범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

 

김국환이 2015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노래예요. 이 곡을 처음 받은 순간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김희갑 선생님이 곡을 주셨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딱 내 처지 같았어요. 노랫말이 가슴 속에 박혔죠.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원래 이 곡은 조용필을 위한 노래였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호탕하게 웃는 부분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그의 앨범에서 빠졌고, 제일 먼저 조용필과 목소리가 비슷한 위일청을 거쳐 제 목소리로 다시 녹음하게 되었죠. 1991년 앨범이 발매되고 노래 홍보를 위해 매일 라디오 방송국에 출근했었어요. 근데, 1년 가까이 별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 <사랑이 뭐길래>를 쓴 김수현 작가님이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온 제 노래를 듣고 드라마에 삽입하게 됐다는 얘기를 훗날 들었어요. 이 노래 한 곡으로 오랜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어요.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출연료도 10배나 뛰었죠. 집도 샀고요. '타타타'는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긍정의 의미예요. 이후 내 인생도 긍정으로 변했어요."

 

2016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국환은 "애초 받은 곡명은 '바람이 부는 날은' 이었어요. 위일청이 처음 이 노래를 어느 단막극에서 '바람이 부는 날은'으로 불렀고, 그 다음에 조용필이 녹음을 했어요. 이후 나한테 기회가 왔고 타타타로 제목이 바뀌었어요.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어쩜 내가 살아온 인생하고 꼭 빼닮았는지 듣자마자 마음에 확 끌렸어요. 처음엔 음향장비도 없어 숟가락으로만 무려 2년 동안 노래 연습만 했는데 그런 후에 녹음하는데 또 2년이 더 걸렸어요. 신곡 취입하는 데만 모두 4년 넘게 걸린 거죠. 이즈음 아버지가 '김희갑이 걔는 왜 이렇게 노래취입이 늦냐?'라고 역정을 내셨는데 그러시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음반이 나오기 전 애석하게도 하늘나라로 가셨어요"라고 말했고 드라마 음악으로 사용된 것에 대해서는 "김수현 작가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가수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옷 한 벌은 건졌잖소~'라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운전기사에게 이 노래가 든 음반 좀 사오라고 시켰데요. 근데 그 기사가 잘 못 알고는 인생은 미완성이 든 이진관의 판을 사온 거예요. 그래서 다시 보내 사왔다는 일화를 들었어요. <사랑이 뭐길래> 연출가에게 드라마에 이 곡을 넣어달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대중가요라 편파적이고 오해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거절당했는데 김수현 작가가 끈질기게 넣어달라고 요청한 끝에 결국 삽입이 됐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수현양인자는 선후배 사이라 서로 밀어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김희갑이 1997년 경향신문에 연재한 <나의 사랑 나의 젊음-김희갑>에서 김국환과의 연습에 대해 쓴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에 김국환이 찾아와 노래를 달라고 했어요. 그 때 내준 곡이예요. 조용필이 취입하려다 말았죠. 노래 1곡이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김국환의 노래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어요. 그래서 매일 나를 찾아왔고 노래 수업은 무려 2년 동안이나 이어졌죠. 하루에 2시간씩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목소리를 높였어요. 연습실도 따로 없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살 때였습니다. 아내는 당시 드라마를 집필중이여서 좋은 노래도 여러 번이면 듣기 싫었을 텐데 군말 없이 끝까지 참아주었어요. 아파트 주민들까지도 스타 작곡가였던 나를 이해해줬던지 한 번도 항의를 하지 않았죠.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장점을 최대한 찾아내려고 했어요."

 

또한 김국환KBS전주 <백투터뮤직>에서 한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히트로 김희갑악단에서 행복하게 생활을 했어요. 근데 음반사에서 방송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면 악단을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곡도 알아봐주고 홍보 활동도 해주겠다고요. 그래서 나와서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하는데요. 김희갑악단에 있을 때의 저와 나와서 홀로 활동할 때의 저는 하늘과 땅 차이인 거예요. 거기서는 메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오니 히트곡있는 무명가수였어요. 노래가 히트하지도 않고 그렇게 업소를 전전하며 점점 인기가 하락해 갔죠. 방송도 뜻대로 되지 않고 야간없소에서도 푸대접 받았어요. 그러니 음악 생활도 힘들어지고 실력도 다운되어 갔죠. 제 인생에서 그렇게 큰 실수를 할 줄은 몰랐어요. 그러면서 만화 주제가를 불렀지만 15년간 침체기였어요. 어느날 지방에서 공연을 하는데요. 그 지방에서 만난 사장님이 목소리가 힘있고 좋으니 후원자가 되겠다며 누구와 작업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저는 무조건 김희갑 선생님이라고 말했고 그 사장님 덕분에 15년만에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가 배반하고 나온 거라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 있으니까 '오래 간만이다'라고 인사해 주셨어요. 그 말씀 한 마디에 제가 그간 품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았어요. 도와 달라고 말했고 그래서 앨범이 나오게 됐습니다. 근데 그 동안 내 노래가 너무 망가진 거예요. 저 혼자 하다보니까 목소리만 중요하게 생각했지, 리듬도 못타는 거예요. 선생님 그런 절 보시더니 '네가 어렵게 살았겠다. 노래가 그게 노래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스승님 그렇게 말씀 하시니 가슴이 무너졌죠. 그때부터 리듬 타는 걸 다시 배우기 위해 숟가락을 들고 반주를 맞췄어요. 손뼉은 힘들고 시끄러우니까요. 하도 그렇게 하다보니 선생님 손바닥에 멍이 들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 곡만큼은 제대로 배운 거죠. 녹음날 노래를 끝냈더니 선생님이 '너 나오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전 다시 불러야 하는 줄 알았죠. 그러더니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 대기실에서 너 혼자 웃을 때 처럼 소리 좀 내봐'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으아하하하'하고 웃었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시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 노래는 웃음소리가 나와야 완성되는 거야'라고 하시면서 다른 가수들은 그게 나오지 않아서 못 불렀어'라고 하셨어요."

 

가사의 제목은 양인자가 인도여행을 하다 알게 된 말을 사용한 것이다. 가사의 내용은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는 여순자보다는, 김혜자박영희로 출연한 박철 연출의 1993년 드라마 <엄마의 바다>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남편을 잃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박영희의 삶처럼 인생에서 한 풍파를 당한 사람들에게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비 오면 비에 젖을 수밖에 없는, 한치 앞도 알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인생을 위로하는 것 같다. 그래도 옷 한 벌은 건졌지 않냐고. 한 세상 걱정도 없이 살면 무슨 재미있겠냐고. 김국환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2030세대 중에서도 이 곡을 아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돈을 모으고 싶어도 모을 수 없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라 그런가 봐요. 여전히 힘든 인생살이기에 우리의 인생을 응원하는 이 곡이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은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세대마다 이 노래를 통해 느끼는 지점이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저조차도 세월이 지나 새롭게 깨닫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에서 '옷 한 벌'은 세상을 떠날 때 입는 수의를 상징한 거였습니다. 젊을 땐 실감하지 못했던 의미가 억겁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와닿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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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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