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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1995

가질 수 없는 너 - 뱅크 / 1995

by Rainysunshine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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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는 너는 보컬 정시로와 당시 기타를 담당하고 얼마 후에 빠진 김바다(설처용)로 구성된 밴드 뱅크(Bank)가 1995년 발표한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에 수록한 곡으로  멜론 주간 2위, 연말결산 41위를 기록했고 이후 무수히 많은 당대의 히트곡들을 제치고 아직까지 살아남아 애창되고 애청되는 곡이 되었다. 당시 1위는 이소라난 행복해다. 100명에 가까운 아주 많은 커버하거나 리메이크했고 2011년 군입대를 앞두고 발표한 현빈의 버전이 크게 히트했다. 김바다 KBS2 <불후의 명곡>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불렀다.  

 

강은경이 작사하고 정시로가 작곡,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시로 유튜브 <뱅크채널>, <근황올림픽>, <라이프점프> 등과의 인터뷰(이하 모든)를 통해 밝힌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음악을 하던 선배가 있었는데요. 나도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비웃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독학을 했어요. 그런 후에  대영AV에서 편곡, 키보드 연주 등을 했습니다. 그러다 거기 계시던 실장님이 독립하면서 저와 신해철씨를 데리고 갔어요. 이 곡은 당시 작은인가? 하는 신인 가수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의 매니저가 노래 잘하는 친구가 있다며 간곡히 부탁을 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매니저의 말과는 달리 그 친구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수했죠. 그 친구는 결국 유학을 떠났어요. 마침 저의 밴드가 출범하던 시기였고 앨범에 넣을 곡도 모자라고 해서 그냥 저희가 불렀어요. 모니터링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저희 입장에서는 타이틀곡감이 아니었고 그냥 채우는 곡이었어요."

 

이 곡의 인기에 대해서는 "대학로를 걷고 있는 데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에서 계속 흘러나오더라고요. 인기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영업을 한 줄 알았죠. 그런데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와서 부를 때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불러서 놀랐어요. 중간에 마이크를 떼봤는데, 후렴까지 모두 다 불러서 인기가 좀 생겼나보다란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고 곡의 장수에 대해서는 "중년들의 가장 큰 착각은 타임랩스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곡이 1995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큰 착각이죠. 이 곡의 가장 큰 팬은 2030 세대예요. 당시의 음악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해요. 그때 '누구랑 헤어지고 이 노래를 들었지...' 하는 거죠. 그들은 다음 세대도 이별하고 나서 그들과 똑같은 음악을 들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가사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상대를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기꺼이 그 사람의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화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정시로는 "곡을 먼저 썼어요. 곡을 완성하면 작사가가 살을 붙이죠. 곡 분위기와 가사가 맞지 않으면 같이 일 못해요. 작곡가가 데모를 건네면 작사가가 그 곡의 모자라고 표현이 덜 된 부분을 가사로 채우는 거예요. 가사는 뭐, 지독하게 엿같은 사랑이랄까. 아픈 사랑을 이야기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를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가슴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작사가가 지독히 아픈 사랑을 겪은 건 아닐 거예요. 연기자나 뮤지션 등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인들이 갖는 흔한 오해죠.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면서 가사를 쓰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예요. 노을을 사진 찍듯이 그리는 사람이 예술가가 아니라 길거리 벽을 보면서 저녁노을을 떠올리는 사람이 예술가인 거죠. 전문가는 일상적 언어로 뇌리에 노을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사람들이 아픈 사랑을 겪었으니깐 이런 곡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20231002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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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네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슬픈 예감 가누면서 네게로 달려갔던 날 그 밤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삶도 버릴 수 있다고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였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

 

눈물섞인 네 목소리 내가 필요하다던 그 말
그것으로 족한거지 나 하나 힘이 된다면 네게
붉어진 두 눈으로 나를 보며 넌 물었지
사랑의 다른 이름은 아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였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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