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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s/2012

Infant - 클래지(Clazzi) / 2012

by Rainysunshine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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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악의 발전이 가사없는 연주음악 시대를 열었듯이 전자음악 또한 보컬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보컬이 필요하더라도 음악에 있어 보조가 되지, <나는 가수다>처럼 보컬이 메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전자음악은 아이돌과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 고로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되는 힙합 혁명과 H.O.T.로 시작되는 아이돌의 역사와 필연적으로 같이 간다. 절대적으로 고음이 강한 보컬보다는 보컬의 음색이 다양할수록 좋고,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바꿔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근 몇 년간 가요시장을 지배한 아이돌 뒤에는 박진영, 테디, 용감한 형제들, 신사동 호랑이, 켄지, 조영수 등과 같이 전자음악의 편곡에 능한 작곡가들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의 음악은 보컬을 전자음 속에 가릴 수 있다는 것을 빼고는 모텟(Mo:tet)과 같이 전자음악 그 자체로 승부하는 음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자음보다는 보컬의 볼륨이 더 크고, 대체로 전자음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현학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음을 기조로 하는 아이돌 음악의 득세는 전자음악에 대한 반발을 가져왔다. 보컬의 음색을 지나치게 보정하고, 오토튠의 남발로 보컬이 기계화된 음악의 일부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음악은 가수가 중심이고 가창력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진 팬들이 지배적이다. MR을 제거하고 가수의 목소리만을 들으려는 시도에서부터 가창력이 주가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도 다 전자음악이 주류가 된 현실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이다.  MBC의 <나는 가수다>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런 열망과 분위기가 뭉쳐져 극대화된 형태의 반전자음 현상이다.  

처음 등장할 때 일본 시부야케 스타일의 음악으로 여겨졌던 클래지(Clazzi, 김성훈)의 작업도 그가 항상 보컬을 끼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컬을 염두에 둔 음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클래지콰이의 1집은 아이돌 음악에서 보여준 전자음악의 역할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보인다. 하지만 그가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내놓은 곡들에는 전자음이 보컬의 반주 기능으로서만 있지는 않다. 그는 꾸준히 리믹스 앨범을 통해 보컬을 배제한 자기 스타일을 표현해왔고, 보컬이 있더라도 편곡의 힘을 보여준 <Zbam>의 Come To Me 리믹스 버전이나 일렉트로니카의 묘미를 보여준 <Mucho Punk>의 Back In Time 등은 후크나 복고로 무장한 요즘 인기 있는 사운드가 가지지 못한 힘을 보여준다.

<Infant>도 웨일, 크리스티나 등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이 포진하고 있고 슬옹과 작업한 우리 변한 거잖아와 같이 친근한 팝 사운드가 함께 한다. 아울러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의 닐 테넌트(Neil Tennant)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NYK의 랩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Love & Hate, Star child 등이 보컬의 힘을 느끼게 함으로써 현 대중음악의 노선과 함께 간다. 하지만 Loving You처럼 보컬을 효과음 정도로만 사용하고 전자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업은 기존의 악기 음악이 갖고 있지 않은 달파란의 기교주의에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모든 음은 어떤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기보다 비슷한 비율로 분포되며 보컬은 편곡과의 협업이 중요하지 핏대 세운 가창력은 필요하지 않다.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오히려 보컬을 제거하고 들어도 좋다(그런 면에서 H.O.T.의 등장과 함께 립싱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당연하다. 가수의 입장에서 립싱크는 치욕이지만 전자음악으로 작업하는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무대에서 원음과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못할 바에야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특정 아이돌을 응원하거나 Roly-Poly 스타일의 음악에 심취해 있는 청자들은 클래지의 곡들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는 모든 음악은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단번에 각인되는 음악이 있는 가하면 두고두고 마음에 와 닿는 음악이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이 음원들이 가지는 의의는 <나는 가수다> 중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끄는 보컬 주도적 음악에 아이돌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용히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므로 목소리보다 귀에 더 잘 들어오는 소리를 개발해내기는 힘들지만 이런 작업을 통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실험할 수는 있다.  

P.S.
앨범의 홍보글에는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사운드보다는 아날로그 악기를 이용한 작업으로 빈티지 느낌의 유니크한 사운드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으며 “하드웨어 기반의 사운드를 주 아날로그 악기로 사용하였고, 드럼머신과 샘플러를 적극 활용한 사운드의 결합”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 말은 기타나 베이스, 드럼을 리얼 악기로 사용했다는 말이 아니라 드럼머신, 샘플러, 또는 신디사이저 등 디지털로 바뀌기 이전의 아날로그 장비들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이런 사운드의 장점은 40 Nights의 첫 부분처럼 전자음이 강하며 소리가 깊고 따뜻해서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로 고급스런 사운드를 뽑아낸 2NE1내가 제일 잘 나가와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게 하는 이상은의 <We Are Made Of Stardust>에 수록된 모나스트리를 비교해보라. 명확한 차이점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상은의 앨범을 아날로그 빈티지 류로 작업했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에는 디지털 장비로도 아날로그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다. 

 

20120130 카카오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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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의무감에 전화해 보지만
사실 난, 궁금 하지는 않았어
한없이 밝은 너도 참 이상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봐.

Tell me 우린 다르지 않아
I will say it, don’t say you understand
미안해 인정하지 못해
Baby can’t be no more

Tell me this is how we feel
결국 변한 거잖아
체한 듯 가슴속이 답답해져
이별 한 마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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