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s/19882016. 1. 30. 05:00

 

 

한 친구가 끌로드 피노트(Claude Pinoteau) 감독의 영화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 L'Étudiante)>를 보고와선 자랑을 했다. 그리곤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을 우리들에게 들려주었다. 몇 달 뒤 영화는 동네 재개봉관에 걸렸고 음악을 듣고 완전히 반한 나는 유일하게 나의 제안을 수락한 같은 반 친구 한 명과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에는 여중고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자세히 둘러 볼 용기는 나지 않아 정면만 응시했지만 남학생은 우리 둘 뿐이었던 것 같다) 그 틈에서 우리 둘은 조용히 영화를 보고 나왔다(우리 둘은 몇 년 뒤 주윤발 주연의 영화 <가을날의 동화>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한 번 더 한다).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에 대한 동경은 이전부터 있었다. 영화 <라붐2(La Boum 2)> 때도 한 친구(위 친구와는 다른 아이다)가 영화를 보고와선 자랑을 했고 LP판의 곡들을 들려주며 사진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때 쿡 다 북스(Cook Da Books)Your Eyes를 들으며 형언할 수 없는 곡의 아름다움에 매료 되어 10대들이 아이돌에 빠지듯 그렇게 그녀에 대한 관심을 잠재의식 속에 담아 두었었다.

 

이 음악을 만든 작곡가는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영화 <라붐> 1, 2의 음악을 모두 만든 작곡가로 프랑스의 누벨 이마주 시대를 열었던 -자크 베네(Jean-Jacques Beineix) 감독의 <디바(Diva)>, <도망자(Les Fugitifs)> 등의 음악을 만든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 그 명성은 비록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에 미치지 못하고 1990년대엔 뤽 베송(Luc Besson)과 작업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에릭 세라(Eric Serra)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1968년 프랑스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후 아직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다른 작곡가들과 같이 현과 오케스트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주로 대중적인 악기를 사용해 팝적인 넘버들을 다수 넣었고 소품지향적인 음악을 했다 또한 프랑스 감독들하고만 작업을 해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계적인 감독들과 작업하고 현을 주로 사용하는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블라디미르에 대한 사랑은 <라붐2>에서부터 시작되었다. Your Eyes는 물론이고 SilvermanDisillusion 등은 무한 재생되었으며 다시 <라붐1>을 찾아 리차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RealityGo On Forever, 먼로(Monroe)Gotta Get A Move On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촉수를 들이댈 곳이 없었다. 정보력의 부족으로 음반 가게를 이 잡듯이 뒤져도 그의 음악을 찾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프랑스에 가면 싹 쓸어 오리라 다짐했지만 시간이 흘러 정작 가서 사온 것은 에릭 세라의 것 이였다). 영화 <디바>의 남자 주인공 쥘이 여가수 신시아의 노래를 녹음하는 심정으로 건질 수 있던 것은 당시 음악 시그널로 유명했던 <럭키 피에르(La Moutarde me monte au nez)>, <디바(Diva)>, <도망자(Les Fugitifs -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나오는 거 아님)> 정도였고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야 웹 사이트를 통해 그의 음악을 찾을 수가 있었다(물론 음반을 얻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그런 갈증을 해결해 준 징검다리 역할을 한 앨범이 바로 이 <유 콜 잇 러브>. 영화가 비디오테이프로 나온 이후에는 10여 차례 보면서 음악이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을 외우다시피 했다. 이 영화에 블라디미르는 영화감독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는 작곡가인데 영화에 쓰일 음악을 의뢰하러 가면서 블라디미르와 만난다. 여기에 쓰인 음악은 에드워드 여자 주인공인 발렌틴을 위해 만든 곡으로 Ned Compose란 곡이다. 하지만 완성된 편곡으로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는 다른 사람과 계약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완성된 곡은 Theme D' Edouard로 이 앨범의 백미다.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캐롤라인 크루거(Karoline Kruger)는 노르웨이의 싱어 송 라이터다. 노르웨이의 오디션 대회에 나와 1등을 했고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5위에 오르며 유럽에서 인지도를 획득해 영화의 주제가를 부르게 되었다. 이후 노르웨이의 전통 음악을 더 좋아해 팝 쪽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며 현재는 그 쪽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중요한 가수라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다시는 팝을 안 부를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영화에 빠진 이유는 음악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있다. 교사준비를 하는 발렌틴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작곡가 에드워드의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시공간상의 거리감이 이후 나에게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시절 입시준비로 정신없었던 여자 친구를 잘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에서 발렌틴이 구두시험을 통해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속성에 관한 정의는 친구들 사이에서 중요한 철학적 주제로 떠오르곤 했다.

 

소피 마르소에 대한 사랑도 식지 않고 이어갔다. <지옥에 빠진 육체(Descente Aux Enfers Descent Into Hell)>,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Mes Nuits Sont Plus Belles Que Vos Jours)>, <고요한 펠리세이드(Pacific Palisades)>, <샤샤를 위하여(Pour Sacha)>, <쇼팽의 푸른 노트(La Note Bleue)> 등 그녀가 출연했던 이후의 영화들은 개봉하면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으면 비디오테이프로 다 찾아보았고 사진과 브로마이드로 내 방을 도배했다. 특히 이후 뒤늦게 알게 된 안드레이 줄랍스키(Andrzej Zulawski)<성난 사랑(L'Amour Braque)>은 잔뜩 잘려나간 필름임에도 아주 근사한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 화장품 CF를 찍을 때쯤 정점을 찍고 내 사랑도 끝났지만 아직까지 You Call It LoveL' Etudiante의 전주가 지배하는 그 시절은 내 마음 속에 화석이 되어 영원처럼 빛나고 있다. 

 

20121228 다음뮤직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당신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They are things I need to say about the way I feel When your arms are all around me

당신의 팔이 날 완전히 감쌀 때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해야 할 것들을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Words I'd heard that sound so fine meaningless each time till you came and found me

당신이 와서 날 발견할 때까지 매번 의미 없던 말들이 아주 좋게 들릴 때

See the ground is slowly turning dizzily, easily

봐요, 땅이 천천히 어지럽게 편안하게 돌고 있어요

Feel the way my heart is burning secretly inside of me

느껴봐요, 심장이 내 안에서 은밀히 타오르고 있는 걸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불러요

All the wishes in my mind soared into the skies were reflected in my own eyes

하늘에 부유하던 내 맘의 모든 소원이 나만의 눈에 비춰지는 걸

You say it's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죠

Variations on a theme, love was just a dream, memories of past sighs

한 가지 주제의 다양한 변주인 사랑은 단지 꿈, 과거의 한숨뿐인 추억이라고

See you love is always round me everywhere in the air

봐요, 당신의 사랑은 어느 공기에서나 항상 날 감싸고

New sensations now surround me ocean wide deep inside

새로운 감각은 이제 넓은 대양 깊숙이 날 둘러싸요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All my days past close to you grey skies turn to blue and the sun shines all around me

모든 날들이 당신 가까이 지나가고, 회색하늘이 파랗게 변하고, 햇빛이 날 감싸는 걸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It's a phrase that people say each and every day, real love is hard to find though

사람들이 매일 말하는 진실한 사랑은 찾기 어렵다는 구절을

See the ground is slowly turning dizzily, easily

봐요, 땅이 천천히 어지럽게 편안하게 돌고 있어요

Feel the way my heart is burning from your touch secretly

느껴봐요 내 심장이 당신의 손길로부터 은밀하게 불타오르고 있어요


You call it love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Now I know it's so much more being close to you

이제 나는 알아요, 당신에게 아주 가까이 가는 게

Makes this feeling new that you call it love

사랑이라 부르는 이 새로운 느낌을 만든다는 걸 


 

 

 

2015/12/07 - [1980's/1980] - Reality - Richard Sanderson / 1980 

2015/10/28 - [1980's/1982] - Your Eyes - Cook Da Books / 1982

 

 

Posted by 현지운 Rainy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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