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는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의 계피가 결성한 듀오 가을방학이 2010년 발표한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에 수록한 곡이다.
정바비가 만들고 편곡을, 이병훈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2012년 김재호와 발표한 EP <실내악 외출>에 가사를 바꾸어 수록했다. 멜로디가 상당히 뛰어나고 가사도 현대의 부모와 자식간의 일반적인 관계를 훌륭하게 관찰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만큼 주목받지 못한 게 아쉽다.
정바비는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쓰는 가사엔 좀 패륜 코드가 있어요. 불효팝 동거가 그렇죠. 이 노래는 팬들의 반응이 좀 엇갈렸어요. 멜로디는 정말 좋은데, 가사에 공감이 안 돼서 못 듣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거든요. 우리와 <실내악 외출>을 작업했던 티미르호의 김재훈도 이 곡의 가사를 보더니 ‘이런 불효막심한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더라고요. ‘길에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피해버리다니, 이렇게 나쁜 사람이 다 있냐’면서요. (웃음) 그래서 심지어 <실내악 외출>에 편곡 버전을 실으면서 가사를 바꿨어요. 근데 뭐, 사실 저도 공감하는 가사는 아니 예요. 그냥 누구한테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응당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두 성인 개체가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아스트랄한(비현실적인) 상황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무튼 상당히 차가운 가사예요. 계피 목소리 덕분에 정겹게 들릴 순 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가사는 20살이 넘었지만 독립하지 않은 자식의 관점을 서술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거드는 아이들의 경우도 있지만 화자는 반대로 부모님들이 모든 일을 다 해줘서 커서도 관성적으로 부모가 집안일을 알아서 다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이는 커서 독립적인 존재로 개인적인 삶을 살지만 집단 속에서의 역할은 별로 하지 않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집단에 별 기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존재로 상정되어 있다.
패륜이라고는 하지만 밖에서 부모님을 만나면 그냥 모른 척하는 경우는 많이 있는 것 같다.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러니까 부모가 창피해서라기보다는 귀찮거나, 아는 척해도 별로 할 말이 없거나, 어차피 집에서 볼 텐데 하는 마음이 더 큰 거 같다. 서로 알아본 거라면 몰라도 화자 혼자 멀리서 보고 모른척한 거니 개인적으로는 그냥 넘어가도 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2020052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편함이 꽉 차 있는 걸 봐도
그냥 난 지나쳐 가곤 해요
냉장고가 텅 비어 있더라도
그냥 난 못 본 척 하곤 해요
나는 부모님과 사니까요
[2010's/2013] - 이 밤이 지나면 - 하비누아주
후원을 받습니다
Buy me a coffee'2010s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Just A Dream - Nelly / 2010 (0) | 2020.07.17 |
---|---|
Dancing On My Own - Robyn / 2010 (0) | 2020.05.28 |
Pretty Girl Rock - Keri Hilson / 2010 (0) | 2020.05.09 |
The Afterlife - Bush / 2010 (0) | 2020.04.30 |
Firework - Katy Perry / 2010 (0) | 2020.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