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은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아이유(IU, 이지은)가 2013년 발표한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Modern Times>에 수록한 곡으로 멜론 2주 1위, 연말결산 38위 등을 기록했다. 독일 혼성 밴드 넥타(Nekta)의 Here's Us와 표절시비가 있었고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에서는 코드 진행이 다르고 곡 전체의 구성이 다르므로 표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곡의 홍보글은 "타이틀곡 분홍신은 이민수-김이나 콤비의 새로운 작품으로, 빨간 구두를 신으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춤을 추게 된다는 내용의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동화 <빨간 구두(The Red Shoes)>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곡이다. 1930년대 빅밴드 스윙 사운드를 기반으로 클래시컬하고 빈티지한 요소를 한 데 녹여 기대를 더한다. 세션 작업 역시 1930년대 고전 스윙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드라마∙애니메이션∙뮤지컬 음악계의 거장 토야마 카주히코(Toyama Kazuhiko)의 지휘 아래 일본 현지에서 최고의 빅밴드 멤버들과 함께 즉흥 연주기법으로 녹음이 진행되었으며, 여기에 이민수 작곡가 특유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정교한 코러스가 더해져 스케일 감 있는 곡으로 마무리되었다.
분홍신에 빗대어 표현한 '잃어버린 인연과의 찬란했던 여름 날 같은 시간을 운명에 기대어 찾아가는 여정'이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밴드 사운드도 함께 절정을 향해 내달리는 구성이 압권이다. 원작 동화에서처럼 폭주하는 빨간구두를 의미하는 듯한 급격한 템포의 변화도 곡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고전적인 미학과 현대적인 감각을 두루 갖춘 전개를 쫓아가다 보면 곡이 끝날 무렵 듣는 이들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민수 작곡, 김이나 작사, 토야마가 편곡을 맡았다. 아이유는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먼저 곡을 듣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녹음실로 가는 편인데 이 곡은 아무리 들어도 머릿속으로 구상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건 민수오빠랑 부딪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날은 의견 차이가 너무 심해서 녹음을 그냥 접었어요. 다시 녹음하는 데 3일 정도 걸렸고, 그동안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민수오빠가 그리는 그림에 가까워졌어요. 민수오빠가 파트마다 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가사도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툭툭 끊어서 던지는 식이었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아주 순진한 목소리를 내고, 그다음에는 마녀가 되고, 다시 예전의 동화 같은 아이유의 목소리를 내다 마지막 부분은 아이유가 아닌 분홍신이 떠드는 목소리를 장난스럽고 기괴한 느낌으로 내려고 했어요. 목소리는 재즈 보컬리스트인 척하지 말아야겠다는 게 첫 번째였어요. 나는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장르적인 걸 내세우려면 그 장르를 많이 공부해야 하니까. 나는 그런 쪽에 자신이 없고, 괜히 아는 척했다가 창피당하지 말고 있는 만큼만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좋은 건 느낄 거라는 거, 그 정도만 갖고 불렀죠. 듣다 조금이라도 재수 없다 싶은 거, 너무 '척'했다 싶은 건 뺐어요"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황수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유희열, 페퍼톤스, 배우 장기용, 모델 휘황 등이 출연했고 영사실에서 일하는 청년이 보는 무성 영화 속 주인공인 아이유가 빨간 구두가 데려다 주는 운명을 찾아가기로 결정한 이야기를 회상하는 방식이다. 아이유는 이 여정에서 집시 음악인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다시 찾아온 빨간 구두의 욕망에 사로잡힌다. 열린 결말로 보이지만 에머릭 프레스버거(Emeric Pressburger)와 마이클 파웰(Michael Powell) 감독의 1948년 영화 <분홍신(The Red Shoes)>를 토대로 만들었기에 닫힌 결말로 보일 수도 있다.
아이유는 SBS <더 쇼>와의 인터뷰에서 제목이 분홍신인데 빨간 신을 신는 이유에 대해 "내 뜻과는 상관없이 너에게로 향하는 마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이런 걸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은 분홍신이지만 빨간신을 신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춰요. 빨간신을 신고 억지로 끌려가는 춤을 춰야하는데, 마음은 분홍신을 바라는 거죠. 무대에 구두가 세 켤레 필요해요. 내가 신는 거 하나, 처음에 댄서분이 내게서 뺏는 퍼포먼스를 하는 구두 하나, 마지막에 내가 사라진 뒤에 무대 위에서 혼자 딸각 거리는 구두까지 해서요"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이 곡의 인기에 대해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에 출연해 "솔직히 잘 안 될 줄 알았어요. 사실 스윙 장르가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고 발라드가 강세인 가을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가사에 대해 로엔 TV에서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사랑 이야기였어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너에게로 가는 내 마음을 표현한 진짜 그냥 사랑 노래. 그러다 지구에 대한... 운명 회귀론 같은 것들이 같이 들어가서.. 팬 분들 중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1년 5개월이란 시간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들을 때마다 한~두 부분씩 캐치해내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말했다. "움파룸파둠 두비둠바둠"에 관해서는 “이 부분은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의 목소리가 아니고 분홍신들이 떠드는 소리예요, 자기들이 신나서 지껄이는 그런 느낌이요. 이 곡의 코러스 같은 거예요. 그래서 뜻은 없습니다. 장난꾸러기 분홍신들이 자기들 맘대로 떠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는 "노래할 때 가사에 자주 의지하는데, 이번에는 악기 소리에 많이 의지했어요. 가사가 추상적이고 해석의 여지를 많이 두는 편이어서 내 해석도 완벽할 수 없었죠. 그래서 악기의 리듬 같은 것으로 감을 많이 찾으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이나가 2015년 발표한 저서 <작사법>에서 이 곡에 대한 설명을 정리해 보면 "<Modern Times>에서 아이유에게 이러이러한 가사를 부르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두 개의 테마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이 곡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야 나랑 걷자였어요. 이 곡은 <빨간 구두>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안데르센의 동화예요. 상징하는 바가 제법 심오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스토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목이 의상이나 무대 요소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끌렸죠. 분홍색 구두, 그리고 그 구두에 이끌려 다니는 듯한 안무, 게다가 너무 무겁지 않게 운명을 논할 수 있는 탄탄한 원작의 힘까지... 아이유가 힘든 일을 겪을 때 스스로 자기의 타고난 그릇을 믿고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라는 가사는 제가 아이유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었어요. 그녀가 자기 운을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길 바랐죠"라고 말했다.
데모에 대해서는 "데모의 성격은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어요. 벌스와 후렴구의 성질이 다르고 후렴은 기존 아이유 곡 특유의 서정성이 있어요. 운명론만 다뤄서는 곡을 너무 무겁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잃어버린 인연에 빗대어 쓰기로 했어요. 분홍신을 신고 제 의지와 다르게 춤추는 안무가 나올 수 있도록 이민수 작곡가도 후반부에 갑자기 빠르게 몰아치는 등 콘셉트에 맞게 편곡을 했어요. 가사 중 'Summer Time' 파트는 작곡가가 꼭 살려 달라고 부탁한 부분이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 가을경 발매 예정인데, 어떻게 'Summer Time'이라는 말을, 그것도 후렴에서 여러 차례 나오게 하느냐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죠. 하지만 작곡가만이 아는, 곡에서 특정 멜로디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발음이란 게 있으므로 존중해야 했어요. 그래서 그 표현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비유하는 의미로 사용했어요"라고 말했다
"What’s the time? Summer Time" 부분은 너랑 나의 "내 이름 뭐야?"처럼 현장에서 팬들과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호응할 수 있는 부분으로, "갈색 머리"는 아이유에게 어떤 색의 머리를 하고 활동할 건지를 묻고 가사에 반영한 것이다.
20201026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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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열두 개로 갈린 조각난 골목길
어딜 가면 너를 다시 만날까
운명으로 친다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사라져버린 summer time
너의 두 눈이 나를 비추던 summer time
기다리기만 하는 내가 아냐
너를 찾아 뚜벅
내게 돌아올 summer time
찬 바람 불면 그냥 두 눈 감기로 해
What's the time summer time
움파룸파둠 두비두바둠
슬프지 않아 춤을 춘다
다시, 다시
길을 찾아 떠난 갈색머리 아가씨는
다시 사랑에 빠졌고 행복했더라는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이야기
좋은 구둘 신으면 더 좋은 데로 간다며
멈춰지지 않도록, 너를 찾을 때까지
사라져버린 summer time
너의 두 눈이 나를 비추던 summer time
기다리기만 하는 내가 아냐
너를 찾아 뚜벅
내게 돌아올 summer time
찬 바람 불면 그냥 두 눈 감기로 해
What's the time summer time
움파룸파둠 두비두바둠
멈추지 않아 춤을 춘다
다시, 다시
나의 발이 자꾸 발이 자꾸 맘대로 yoo-hoo
Oh my, pink shoes, oh my
난난 마음 잡고 마음 잡고 제대로 yoo-hoo
Yeah, yeah 좀 더 빠르게
잃어버린 내 summer time
낯선 시간을 헤매이다 널 찾을까
아직 길은 멀었니, 겁이 나면
나는 괜히 웃어
혹시 넌 나를 잊을까
너의 시간이 내게 멈춰있길 바래
Slow the time, stop the time
움파룸파룸 두비두비
움파룸파룸 두비두바둠
좀 더 빠르게 달려간다
다시, 다시, 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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