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달리자는 대한민국 인디밴드 크라잉 넛(Crying Nut)이 1996년 옐로우 키친(Yellow Kitchen)과 함께 발표한 합작 앨범 <Our Nation>에 수록한 곡으로 국내 인디 음악과 홍대클럽 공연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곡이고 운동권 음악의 급격한 퇴조에 이어 등장해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곡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미 젊은 팬들을 중심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1999년 해태 부라보콘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2013년 인디 음악 20주년 기념 백비트 선정 '우리가 기억해야 할 노래' 1위를 차지했다.
1998년 크라잇 넛은 데뷔 앨범에서 재녹음했고 2006년에 발표한 5집 <OK목장의 젖소>에서 이 곡의 2탄 격인 소달리자를 만들었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백두산이 불렀고 2014년 노브레인(Nobrain)이 EP <96>에서 리메이크 했다. 이외에도 국카스텐 등이 불렀고, 밴드라면 한 번쯤은 커버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팀의 드러머 이상혁이 만들었다. 이상혁은 2013년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사춘기 때에는 뭔가 툭 건드리면 싸울 것 같은 반항심이 있잖아요? 구체적인 이유가 없어도 말이예요. 일단은 달리자!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1~2학년 때에 만들었어요”라고 말했고 예스24와의 인터뷰에서는 “여친과 헤어지고 만든 노래라고 들었고 그런 경우 이별의 슬픔이나 아픔을 노래한 경우가 많은데...”라고 묻자 여친과 헤어진 후에 만든 곡은 맞지만 여친과 헤어졌기 때문에 만든 곡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리한 내용이다. “딱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만든 곡은 아니고요, 계속 머릿속에 뭔가 맴도는데 그게 정리가 안 되다가, 그 시절이 좀 반항적인 시절이었거든요. 어느 날 학교 갔다 오는데 갑자기 버스 안에서 생각이 나서 막 적은 후에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형들에게 드럼을 치면서 들려드렸죠. 그렇게 해서 5분 만에 완성했어요.”
당시 드럭 대표였던 이석문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의 방송심의를 받으러 갔어요. MBC, SBS는 심의가 바로 났죠. KBS는 심의가 안 났는데, 그게 심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심의를 넣은 않았아요. 접수하는 곳에서부터 나를 업신여기더라고요. 글씨가 틀려서 볼펜으로 찍찍 긋고 다시 쓰니까 접수창고에서 '이래서 윗 분들이 좋아하겠어요?'라더군요. 그래서 '씨발 안 해' 하고 나왔죠. (한경록 - 우리는 모두 '아저씨 잘 하셨어요'라고 했어요) 광고 덕을 많이 봤어요. 사실 광고에 싣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았어요.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죠. 유명해지면서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수요예술무대> 등에 나갔어요. 하지만 골수팬들은 방송에 나가는 걸 싫어했죠. (한경록: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도 방송에 나가서 유명해진 것인데…) 팬클럽은 자신들이 드럭에 다니면서 밴드를 키워줬다고 생각했으니까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 언짢았을 거예요. 제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이 곡이 뜨고 나서 크라잉 넛의 전국투어가 비로소 가능해졌어요. 공연 기획자들이 붙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이상혁은 이 곡의 인기와 의미에 대해 2014년 더블링과의 인터뷰에서 “1996년 겨울, 이 곡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성과를 내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 당시 록 밴드는 영어가사로 노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우리도 영어로 가사를 썼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우리만의 언어로 ‘말달리자’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닥쳐’라는 단어를 썼어요. 당시엔 센세이션이었죠. 그리고 그 패기가 외환위기와 맞물려 생업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일부러 뜨기 위해 만든 곡은 아니예요. 대중적으로 만든 곡과 어쩌다 보니 대중적인 곡이 된 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맥심과의 인터뷰에서 보컬 박윤식은 "어딜 가도 그 노래만 부탁해서 솔직히 짜증 난적도 있어요. 하지만 말끔하게 양복 입은 분이 유독 이곡에 열광하고 망가질 때 보람이 큽니다"라고 말했고 기타의 이상면은 "안 질려요. 연습을 덜 해서 난 아직도 틀려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8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공연에서 지금까지 한 3000번 정도 불렀고 아직도 헷갈리고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행사에서 1절만 하고 끝낸 적도 있어요. 부르다 1절인지 2절인지 헷갈렸기 때문이죠. 어떨 때는 2절에서 마쳐야 하는데 3절까지 간 적도 있어요. 그러면 연주하다 ‘오늘은 노래가 좀 길다’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팬들은 가사에서 호쾌함을 느꼈던 것 같다.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을 혁파하고 젊은 세대만의 타협을 거부하고 질주하는 본능을,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앞만보고 내달리는 기상이 성난 파도의 포효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노래방에 가서 개개인의 꼰대를 향해 "닥쳐"라고 고함지르게 하는 효과 하나만으로도 사랑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베이스 한경록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가사가)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20210723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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