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내>는 국내 인디 록밴드 허클베리핀이 2001년 발표한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당시 라인업에는 리더 이기용, 보컬 이소영과 검(Gum) 출신의 베이스 김원구, 허벅지 밴드의 드럼 김윤태가 합류했다. 음악평론가 박준흠이 기획한 ‘B-side 네트워크’라는 방식으로 제작했고 쌈넷에서 발매했다. ‘B-side 네트워크’는 몇 개의 회사가 모여서 몇 백만 원 단위씩 투자를 해서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없고 기본적으로 공동판권이기 때문에 밴드가 전속개념이 아니라 곡의 판권에 대한 권리도 함게 갖는 제작방식이다. 뒷면의 제작사들을 보니 현재 예스 24 하나 남은 거 같다.
이기용은 메인 보컬로 여성을 기용하는 것에 대해 핫뮤직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여성 보컬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니 예요. 개인적으로 중성적인 느낌의 목소리를 원하거든요. 여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노래의 샤우팅도 되는 중간 정도의 목소리를 원했어요. 이소영 같은 경우는 무엇을 흡수하려는 점에 있어서 강점이 많아요. 팀이 요구하는 것들을 자신에 맞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보컬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1집과의 차이에 관해 이기용은 “1집 때는 노래들의 분위기가 비슷해서 레코딩의 개념을 잡을 때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에 비해 2집은 소스가 많이 늘어서 레코딩의 콘셉트를 정하는 데 고생을 했어요. 소스를 어떻게 배분하고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서요. 예를 들어 모던록으로 갈 것인지, 포크처럼 할 것인지. 사운드는 어느 정도까지 세게 할지 등이요. 각 소스의 레벌을 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레코딩의 차이는 1집이 스트레이트한 느낌이 있다면 2집은 좀 더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거예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이번 음반은 한 가지로 관통되는 옴니버스 음반이 아니라 우리 이름만으로 정의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곡 마다 분위기는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정서면에서는 일관된 게 있는 거죠”라고 말했고 “그렇다고 멤버가 바뀌어서 변한 건 없어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같은 것들이 들어가서 편곡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멤버 때문에 노래를 바꾼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윤태는 “드럼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기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있는데요. 제 경험상 이번에는 기계 자체에서 넓은 이펙트 등을 받아들이는 소스 자체가 최고였어요. 소스 하나 하나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라고 말했다.
앨범의 제목에 대해선 “앨범에는 들어가지 않은 연이란 곡이 있어요. 그 가사 중에 있는 내용이예요. 우리 이미지하고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어요.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1998년에 시작된 우리의 인디 문화는 몇몇 그룹들의 각개약진과 약소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함으로써 주류 음악에 긴장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이고 대안적인 모색의 자리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 많은 수의 밴드가 스러지며 거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천한 역사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고 펑크 밴드뿐만 아니라 하드 코어, 포크, 얼터너티브 등 다양한 장르는 메인스트림의 협소한 지지기반을 타파하고 든든한 토대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환영받았다. 이것은 1980년대 초반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던 하이스쿨 밴드가 일구어낸 역할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지속적인 활동을 바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버의 강자들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한 두 달 만에 손익 분기점의 몇 배를 거두어들인다. 장사가 되지 않으면 매스컴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1위가 되지 않으면 뛰어난 음악성도 부차적인 것이 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음악계의 역사도 승자의 것이 된 것이다.
명확한 얼터너티브 속에서 서정시를 시도했던 허클베리핀의 고민은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비껴서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있다. 이들에게 세상은 "힘들게 비틀대다 결국 넘어지고 마는" 사막과 같은 곳이며 "희망이 채 다 살해되기 전 내 삶이 끝나버리길 바라는 것이 나은" 곳이다. "달라진 게 무어냐고", "천천히 포기하며 살겠지"라고 체념한 듯 내뱉는 독백의 언저리에는 "살아남은 자들"에게만 이야기가 허락되는 삶에 대한 짙은 냉소와 "힘겹던 동안에 혼자서 꾸는 꿈"에 대한 비애가 담겨 있다. 이런 생활은 길을 걷는 이들을 지치게 하고 "발밑에 뒹구는 꿈"이 "다른 곳으로 열려져 있을 거라 믿는" 이들을 미치게 한다. 이런 현실에선 이들에게 보내는 어떠한 경구도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한다.
노이즈 속에 분출되는 분노는 물론이고 감성적이고 힘을 뺀 사운드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이소영은 남상아의 그림자를 지우고 Somebody To Love에서 강한 자아를 실어내는 이기용은 오떼르의 왕관 속으로 조금씩 올라서고 있다. 기타의 독주를 막아서는 강해진의 바이올린은 A에서는 질주감을, Em에서는 서정미를, Oz에서는 흥겨움을, 길을 걷다에서는 비장미를 이끌어 내며 바이올린 편곡이 주는 온갖 묘미를 선사한다. 그의 역할은 주류밴드를 위협하는 인디밴드의 역할만큼이나 새로운 세계에 확대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운명에 대한 일종의 체념 같은 기분을 선사하는 이 앨범은 허클베리핀의 내적 성숙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선 "난 괜찮아"하고 애써 다독거리는 처량한 고양이같은 울음보다는 "태양은 구름을 몰아낸다"는 믿음으로 자신 있게 외쳤던 1집의 모습처럼 허클베리핀만의 "지도를 그릴 것"을 희망한다. 이들의 사운드는 결코 고양이의 음역대만큼 "narrow"하지 않다.
20190109 현지운 rainysunshine@tistory.com
Tell me now
It's a narrow sound
It's a sound
Mourn
Narrow, narrow
Tel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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